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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하 도촉법)을 시행하면서 각종 규제에만 집착한 나머지 개발대상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재산권 행사를 못하도록 규정하는 등 맹점을 드러냈다. 이에 해당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서울시 성북구 장위동 우방아파트 주민 김아무개(45)씨는 "지난해 10월 재정비촉진 시범지구로 선정돼 잔뜩 기대하고 있었지만 우방아파트가 존치지역으로 지정돼 개발이익은 커녕 집값 하락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며 "이곳 주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허탈해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주민 정아무개(32)씨도 "남편이 지방으로 발령받아 이사를 가야하지만 집이 팔리지 않아 이사를 가지 못하고 있다"며 "토지거래허가 절차가 너무 까다로워 매수인이 집사기를 꺼려하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정부는 2005년12월30일 '도시의 낙후지역에 대한 주거환경개선과 기반시설의 확충'을 골자로 하는 도촉법을 제정, 지난해 7월 1일 시행했지만 준비기간이 턱없이 부족해 결정적인 맹점을 드러냈다.

도촉법중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는 것은 제32조 '토지거래계약에 관한 허가구역'(이하 허가구역)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재정비촉진구역(이하 촉진지구)으로 지정됨과 동시에 해당 지역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 제117조의 규정에 따라 허가구역으로 묶인다. 또 조항에는 촉진지구 지정이전이라도 허가구역 지정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투기세력과 지가상승을 우려한 정부의 고육책으로 풀이되지만 선량한 주민의 피해를 미처 예상하지 못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20㎡ 이상의 토지 매매시 해당 구청장에게 허가를 얻어야 한다. 아파트라 하더라도 대지지분이 있기 때문에 이에 해당된다. 허가절차가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에 매매자체가 잘 이뤄지지 않는 편이어서 주민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특히 존치지역으로 지정된 구역의 주민들은 상대적 박탈감까지 더해져 이중고를 겪고 있다. 존치지역은 촉진지구 지정 요건인 50만㎡ 이상의 주거지(중심지 20만㎡ 이상) 중 사업의 필요성이 적은 지역에 지정할 수 있다.

허가구역의 허가 조건을 살펴보면 △세대원이 모두 들어가 살아야하며 △거주 후에는 3년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팔지 못하고 △‘취득자금 조달계획서’, ‘토지이용 계획서’ 등을 작성해야 한다. 또한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의 경우 ‘처분계획서’를 제출하여야 하며 처분한 후에 그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등 조건이 복잡하고 까다롭게 되어 있다. 매수인이 집사기를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다.(토지거래허가 내용 표 참조)

촉진지구내 토지거래허가 내용


구분
내용
대상
20㎡ 이상의 토지거래시 아파트·다세대 등 지분적용
허가기준
자가주거용
무주택세대주로 본인과 가족이 실거주
기존주택 보유시 기존주택처분계획서 제출
신청시 개별재산조회
신청인
거래당사자(매도·매수인) 공동
첨부서류
토지거래계약허가신청서, 자금조달계획서,    토지이용계획서, 주민등록등본, 호적등본(매   수인), 토지등기부등본

도촉법의 두번째 문제점은 허가구역의 존속기간이다.

국토계획법에는 허가구역의 존속기간을 5년으로 규정하고 있어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존속기간이 5년 이하의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도촉법에는 이에 대한 규정이 없어 "사실상 촉진지구의 허가구역 존속기간은 사업이 완공되는 날까지로 봐야한다"는게 건교부의 입장이다.

이는 곧 허가구역의 주택과 토지매매가 촉진지구 사업이 끝날때까지 어렵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서울시 등 촉진지구 사업을 벌이는 각 시도의 사업 완공일이 대부분 2020년인 것을 감안한다면 최장 13년간 집을 팔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결론이다.

얼마전 조건부 촉진지구로 지정된 경기도 광명시 주민 이아무개(54)씨는 "10년 이상 집을 못 팔게 한다는 것은 심각한 재산권 침해"라며 "이런 불합리한 법은 개정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주민들의 피해 호소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선량한 주민들의 피해가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 "도촉법이 시행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법을 시행하면서 생기는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해서 제도적 문제점을 차차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도시개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도시재정비촉진을위한특별법, #도촉법, #존치지역, #재개발재건축, #토지거래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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