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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카스리 회관에 전시되어 있는 일본 옷들
 이요카스리 회관에 전시되어 있는 일본 옷들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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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TV를 보니 태풍이 벌써 혼슈를 지나 동해 상으로 빠져 나갔다고 한다. 우리가 엊그제 지나온 히로시마와 미야지마 지역은 피해가 상당히 큰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태풍 5호 우사기는 아침 7시 현재 기압이 992hPa이며 풍속이 23m/sec, 150mm 정도의 비를 가져왔다고 한다. 일본식 표현으로 큰비(大雨), 홍수(洪水), 큰 물결(波浪)이라는 자막이 계속해서 나온다.

창 밖에는 아직도 바람이 대단하다. 그렇지만 이제 동해로 빠져나갔으니 날씨는 점점 좋아질 것이다. 1층 로비에 내려가니 가족들이 대부분 내려와 있다. 차에 오르려 하니 아직도 비가 내린다.

호텔의 우산을 빌려 차에 싣고 우리는 민예 이요카스리회관(民藝 伊豫かすり會館)으로 향한다. 민예, 이요, 카스리 다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민예는 민간에 전승되는 기법이나 예술을 말한다. 이요는 마츠야마가 번성하기 전 이 지역의 중심도시였다. 그리고 카스리는 붓으로 그린 것 같은 동양적인 무늬가 있는 천이나 의류를 말한다.

민예 이요카스리 회관 입구의 모습
 민예 이요카스리 회관 입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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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회관과 자료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회관에는 이곳에서 생산된 천이나 의류 제품들이 전시 판매되고 있고, 자료관에는 베틀과 직기 등 역사적인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다. 그리고 자료관 한 쪽에는 직접 직기를 움직여 옷감을 짜는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일본식 전통 베틀
 일본식 전통 베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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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베틀과 직기를 보자 대고모께서 신이 난다. 옛날 길쌈하던 생각이 나는지 이런 저런 말씀을 많이 하신다. 실 잣는 물레 앞에서는 옛날 실 만들던 얘기를 한다. 족답직기(足踏織機)를 보시고는 그것을 가지고 작업을 해본적은 없지만 본 적이 있다고 말씀하신다. 실을 실타래에 감는 기계를 보더니 옛날 누에를 치던 얘기를 꺼내신다.

60~70년대 양잠이 성행해서 누에를 쳤는데, 그 누에들이 먹는 뽕나무 잎의 양이 대단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누에란 놈들이 주위 환경에 민감해서 고약한 냄새가 나거나 환경이 좋지 않으면 죽거나 잠사에 올라가지를 않는다고 말씀하신다.

어느 때는 아들이 상가에 갔다 왔는데, 그 다음 날 누에가 모두 죽어버리더라고 말씀하신다. 우리들은 누에를 쳐 보지 않았으니 그럴 정도일까 하고 의아해 한다.

베를 짜는 모습을 보여주는 직원: 남색의 옷이 특징적이다.
 베를 짜는 모습을 보여주는 직원: 남색의 옷이 특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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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옷감을 짜는 사람들의 손과 발놀림을 보면서 옛날과 많이 달라졌음을 지적하신다. 사실 우리는 그런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으니 잘하는 건지 아니면 못하는 건지 알 수가 없지만 대고모는 그것을 훤히 꿰뚫어보는 것 같다.

이곳에서 베를 짜는 사람들도 생산보다는 시연을 위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직조의 전문가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대고모의 지적이 옳을 수도 있다. 여하튼 주코쿠에서 이곳 시코쿠로 넘어 오면서 대고모께서 기운을 되찾았고 매사에 이렇게 의욕을 보이니 기분이 참 좋다.

물감을 섞어 남색을 만들고 있다.
 물감을 섞어 남색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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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0년의 역사를 지닌 이요카스리는 전통 염색기법을 활용하여 옷감을 만드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전시관의 천과 직물 색깔은 남색 계열이 많으며 이곳에서 직접 물감을 만들어 남색을 내는 과정까지 보여주고 있다.

한쪽에서는 염색을 시연하고, 그 앞에 천연 남색을 내는 방법을 그림과 말로 설명해 놓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11가지 견본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옹사(甕覗)라고 하는 연한 푸른색부터 천세감(千歲紺)이라고 하는 진한 푸른색까지 색깔이 아주 다양하다.

다양한 색이름을 가진 천들
 다양한 색이름을 가진 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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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의 이름들도 참 재미있다. 물색, 유리색, 풀이슬색, 천년묵은 감색 등. 이들 옆에는 이 감색으로 만든 옷들이 전시되어 있다. 은은한 색깔이 좋기는 하지만 값이 너무 비싸 살 엄두는 못 낸다.

2층으로 올라가 보니 삼베에다 무늬와 색깔을 넣은 커튼과 벽걸이들이 보인다. 색깔이 훨씬 밝고 무늬가 상당히 현대적이다. 이들을 보고 밖으로 나오면서 입구에서 화려한 유카타와 현대적인 일본 복식을 본다,

덧붙이는 글 | 민예 이요카스리 회관에서 일본식 베틀과 직기를 보았다. 그리고 천연 날염을 통해 남색을 만드는 방법을 알았다. 이곳에서 우리는 동양적인 무늬와 색을 지닌 카스리 의류의 특징을 알 수 있었다.



태그:#민예 이요카스리 회관, #카스리, #베틀과 직기, #물레, #천연 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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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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