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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3일 오전 경기도 분당 샘물교회에서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과 관련해서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는 박은조 한민족복지재단 전 이사장.
 지난 7월 23일 오전 경기도 분당 샘물교회에서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과 관련해서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는 박은조 한민족복지재단 전 이사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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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조 샘물교회 목사는 지난 2일 주일설교에서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가 죽은 것은 신앙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좀 더 상세히 확인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석방된 사람들로부터 확인한 바에 의하면 신앙적인 문제로 죽었다는 것. 배 목사가 피랍된 뒤 여러 차례 기도하고 예배를 드리자 탈레반이 "예배를 드리지 말라"고 화를 냈다고 한다. 심성민씨 살해도 신앙적인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박 목사는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목사는 "목사가 자기 가족들 같은 사람들을 데리고 왔는데 그 상황에서 예배를 인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언급했다.

희생된 인질을 '순교자'로 만드는 박은조 목사

그러나 6주간의 억류끝에 전격 석방된 유경식(55)씨의 말은 다르다. 유씨는 아프간 수도 카불 시내 세레나 호텔에서 석방 이후 국내 언론과 첫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유씨는 배 목사와 심성민씨에 대해 "무작위로 데리고 나간 것이다, 본보기로 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라며 "다른 12명(6+6) 중 1조 6명 중에 배 목사가, 2조(4+2)중 4명 그룹에서 심성민씨가 나갔다"고 말한 바 있다.

탈레반도 "배 목사가 종교 지도자이기 때문에 살해한 것이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탈레반에 의해서 무작위로 불려나간 배 목사가 죽었다면 그는 순교자가 아니라 순직자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되었다 석방된 19인이 2일 오전 귀국한 뒤 고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 씨의 영정을 앞세우고 인천공항에서 나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되었다 석방된 19인이 2일 오전 귀국한 뒤 고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 씨의 영정을 앞세우고 인천공항에서 나가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전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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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박 목사는 그의 설교를 통해 배형규 목사를 계속 순교자로 몰고 있다. 지난 8월 12일에도 그는 "300여명이 아닌 3000여명의 배형규 목사가 나와야 한다"고 설교한 바 있다.

또한 박은조 목사는 9월 2일 설교에서 "정부가 아프간에 가지 말라고 말한 적이 없고 단지 '위험하니까 내려갈 때 조심하라'고만 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설교는 다음과 같다.

"가지 말라는데 갔다구요? 천만의 말씀. '정부가 가지 말라고 하는데 갔으니까 구상권을 청구하겠다'. 법적으로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벌써 정부가 인정하기 시작하지 않습니까?
정부가 가지 말라고 그런 적이 없습니다. '위험하니까 내려갈 때 조심해라.' 그렇게 말했던 것인데 그것을 정부의 책임있는 사람들이 말을 함부로 해서 교회를 힘들게 만든 것, 그것도 우리는 감수해야 합니다. 더군다나 엉터리 같은 글들, 우리가 그간 변명하지 않았던 것은 거짓을 가지고 공격하는 것은 두려워 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심성민씨 아버지 "내 아들은 믿음이 없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유력한 선교단체단원들은 박 목사에게서 들은 말을 근거로 '선교여행'을 강행한 다른 정황을 전하고 있다.

그들에 따르면, 박 목사는 배 목사로부터 "한민족 복지재단으로부터 여행자제 공문 요청이 왔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아프간에 살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왜 갈 수 없느냐"고 했다. 그는 단원들에게 자신이 "선교여행을 가라고 허락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자신들이 아프간에 간 것은 합법적이라는 것이며 배 목사는 예배를 인도하며 기도를 하다가 탈레반에 미움을 당해서 순교했다는  것이 박 목사의 주장이다.

박 목사는 믿음초년생인 심성민씨까지 순교로 몰아간다. 그러나 아버지 심진표씨는 아들이 별로 믿음이 없었다고 말한다. 심진표씨는 "아들은 주말에 시간이 나서 교회에 가서 잠시 봉사를 한 것으로 안다, 그렇게 믿음이 있는 교인은 아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심진표씨는 샘물교회 측 목사는 '천국에서 만나자'고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주장하면서 "과대망상 같은 소리, 허튼소리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최근에 목사를 만났더니 또 '천국' 이야기만 하더라"며 "내가 자기 자식을 죽였다고 한다면 그런 말을 했을 때 알아듣겠느냐, 헛소리 해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샘물교회 목사는 확실하지 않은 정보와 갓 믿음이 생긴 청년에 대해서 단지 선교지에서 죽었다는 이유만으로 순교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부에서도 가지 말라고 한 선교를 최종 결정한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아니면 순교의 미학이 그의 신학일까? 인질들의 가족들, 살해된 가족들만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지난 41일이 박 목사에겐 '은혜'의 시간이었나

분당 샘물교회 모습.
 분당 샘물교회 모습.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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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목사는 너무나 태연하게 '순교의 미학'을 그리고 있다.

박 목사는 41일간의 피랍에 대해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었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 베푸신 기회였다"고 말했다. 박 목사에게는 은혜였을지 몰라도, 교인들을 포함한 국민 모두에게는 심판과 저주·한숨·초조·불안·스트레스의 날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반성과 참회, 책임을 통감하기도 전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과제를 생각하면서 기도회를 한다"며 "이번 사태 이후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집중적으로 함께 생각하면서 기도하면서 뜻을 아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그의 언어를 보면 '선교' '순교' '새로운 과제' '계시적 사건' '헌신' '하나님의 뜻'이다. 물론 개신교인들의 언어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언어가 빠져있다. 그것은 '책임'과 '참회' '반성' '상식'이다. 일반 사람들이 요구하는 언어들은 바로 그것들이다.

박은조 목사는 자신이 결정한 일에 대해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얼렁뚱땅 넘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박 목사는 이 국면을 슬쩍 넘기려고 하고 있다. 지금 그는 현재 기독교인들과 국민들이 원하는 상식의 언어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신앙적일수록 비상식이 아니라 상식적이어야 한다.

개신교는 순교가 아니라 생명을 존중하고, 비상식이 아니라 상식을 존중하는 종교이다. 이를 무시하니까 불신자인 심진표씨는 "과대 망상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던 것이다.

순교의 미학이 아니라 생명의 미학을 그려라

박은조 목사는 순교의 미학을 그릴 것이 아니라 생명의 미학을 그려야 한다. 또한 헌신·선교·봉사·비상식의 미학이 아니라 책임·반성·참회·희생·상식의 미학을 그려야 하고, 신학의 미학이 아니라 사회학의 미학도 그려야 할 것이다.  
 
박 목사의 언어보다 석방된 봉사단원과 그 가족들의 언어가 우리 가슴에 와닿는 것은 왜일까?
  
"어디 보자 내 새끼…." "괜찮아 괜찮아 엄마."
"엄마 새끼 손가락 걸어. 이제 어디 안 간다고 약속해."
"잃었던 두 자식을 오늘 돌려받았어요. 이제 실감이 납니다"
"사랑을 나누기 위해 갔는데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리고 정부에 부담을 주게 돼 대단히 죄송합니다"
"우리 배형규 목사님, 심성민 형제가 무참하게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귀환자 중 가장 먼저 유경식(55)씨가 환영식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유씨의 가족들이 달려나와 유씨를 끌어안고 있다.
 귀환자 중 가장 먼저 유경식(55)씨가 환영식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유씨의 가족들이 달려나와 유씨를 끌어안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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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황규학 기자는 목사이며 교회평론가입니다. 그는 또 개신교 전문 인터넷 매체인 에클레시안(http://ecclesian.com) 뉴스대표이기도 합니다.



태그:#순교, #순교의 미학, #박은조, #황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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