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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방 이후, 더욱 몸조심해야할 인질들

<연합뉴스>에 보도된 아프가니스탄 인질들에 대한 개종과 성폭행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의 근원은 샘물교회 담임목사 박은조 목사라는 사실이 충격적입니다. 그리고 그가 석방된 인질들을 만난 직후에 언론과의 접촉에서 한 이야기라 더더욱 걱정이 앞섭니다.

박은조 목사가 언론에 알린 내용은 인터넷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전 국민들에게 알려졌고, 무수한 반응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피랍되었던 사람들이 기독교 신자들이고 샘물교회를 통해서 아프가니스탄으로 간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당사자들과 가족들에게는 피를 말리는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비록 잘못은 했지만 그들의 무사 귀환을 온 국민이 바랬습니다.

국민들의 바램이 현실로 이루어졌고, 비록 두 사람의 희생은 있었지만 나머지 인질들이 무사히 고국땅을 밟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 생환한 인질들에 대한 시선이 그다지 고운 것은 아닙니다. ‘자업자득’이라는 따가운 시선도 많습니다.

그들의 행동 하나 하나 중에서 인질 상황을 바지 속에 적어와서 공개한 것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의도했던 것과는 반대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 말 한마디 한마디가 네티즌들의 소재거리가 되는 현실입니다.

석방과정에서는 온 국민이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석방 이후에 그들을 대하는 마음은 각기 다릅니다.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자극하는 행동이나 발언을 삼가고 자제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여성 인질들의 성폭행 가능성을 언급한 박은조 목사

어찌보면 피랍 상황에 대해서 책임을 모면하기 힘든 당사자인 샘물교회 박은조 목사의 행동은 그러한 점에서 날카로운 시선을 가지고 응시하는 네티즌들을 자극하는 결과밖에 안되었습니다. 피랍된 사람들이 용감하게 피랍 상황을 대처했고, 위협에 굴복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겠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일으킨 것입니다.

박은조 목사는 샘물교회 담임목사로서 피랍된 사람들의 정신적인 충격을 감싸주고 돌보는 것이 일차적인 임무입니다. 그런데 언론을 통해서 피랍된 사람들을 오히려 궁지에 몰아넣은 일을 하였습니다. 조그만 사실을 갖고도 엄청난 폭팔력을 가질 수 있는 언론을 향해서 무책임하게 내뱉은 행동은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었습니다.

“개종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제창희, 송병우 씨 등은 심하게 구타를 당해 얼굴 등이 크게 붓는 등 온몸에 큰 상처를 입었으며 흉기를 들이대며 살해위협도 수차례 가했다고 밝혔다”

“제창희, 송병우씨는 일부 인질 여성들이 성폭행 위협에 놓였을 때 자신의 안위를 아랑곳 않고 끝까지 저항하며 그들의 시도를 막았다"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가 살해된 것도 개종 강요와 폭력에 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전해들었다”

과연 성폭행 위협이 있었을까?

이슬람 근본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탈레반이 인질을 향해서 성폭행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가정은 보다 조심스럽게 논의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아무리 탈레반이 테러 집단이라고 하지만 과거 한 나라를 담당했던 집단입니다. 이번 인질 사태 이후에 계속해서 미국과 긴장관계를 가져야 할 집단입니다. 만약 세계 여론이나 같은 이슬람권 국가들에게서 외면당한다면 아무리 무장을 강화해도 다시 아프가니스탄을 접수할 명분이나 지지기반을 완전히 상실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할 머저리 집단은 아닙니다.

벼랑 끝에 몰리면 그런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겠지만 상식적으로 성폭행을 하려고 시도했을까요? 물론 전체 탈레반 지도부는 그런 생각을 안했다고 하지만 억류기간 중에 몇몇 탈레반이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런 시도가 있었고, 성폭행이 가해졌다면 19명이 한꺼번에 풀려나는 것이 가능했을까요? 입막음을 위해서 몇 명은 더 죽었을 수도 있습니다. 특별히 동료의 성폭행 위협을 강력하게 저지했던 두 남자의 목숨은 더 위태로웠을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하나의 가능성은 그들이 진정으로 성폭행할 생각은 없었지만 단순히 위협적인 제스쳐를 취했을 가능성은 남아있습니다. 만약 그들이 성폭행할 의사가 있었더라면 두 남자의 저항은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치는 행동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그러한 행동을 할 정도로 탈레반이 멍청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보도된 기사의 조각을 맞추다보면, 박은조 목사의 말이 진실이라면 성폭행의 위협이 있었던 여성의 인질이 누구였는지는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과거 언론의 보도에는 동료의 성폭행 위협에 저항한 제창희, 송병우 씨와 두 명의 여성 인질이 한 조가 되어 있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박은조 목사의 발언은 경솔했다

박은조 목사의 발언의 목적이 피랍된 사람들이 용기를 잃지 않았고, 기독교의 신앙을 끝까지 지켰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겠지만 그것이 사실인지는 당사자들인 피랍자들과 탈레반들만 아는 사실입니다. 무수한 루머와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그 이야기가 어떠한 파장을 불러 일으킬지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특히 여성의 순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정서를 잘 알고 있으면서, 여성 인질들의 성폭행 위협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어떤 위험성을 갖고 있는지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네티즌들이 한걸음 양보해서 남자들 두 사람이 있을 때는 성폭행 위협에서 안전할 수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칩시다. 그러면 남자들이 없을 때는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남자들 두 사람을 영웅으로 만들면서 여성 인질들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의 가능성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이 과연 온당한 행동입니까?

오늘 피랍자 가족들은 여성 인질들의 성폭행 가능성을 언급한 미국의 ABC 외신에 대하여 명예회손 소송을 생각하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피랍자 가족들은 “여성인질들의 성폭행 위협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남성들이 강하게 저항해 저지시켰다”며 “이번 보도를 한 미국 ABC방송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 여부를 고려하고 있다”고 대응을 천명했다고 합니다.

엄밀히 따지면 네티즌들이 성폭행의 가능성에 대해서 민감하게 대응하기 시작한 것은 외신의 보도보다는 박은조 목사의 언론과의 접촉 이후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랍자 가족들은 외신 보도에 소송을 걸기 이전에 박은조 목사에 대한 입장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네티즌들이 우려하는 것 중 하나는 만에 하나 기독교가 이번 사태에 대하여 자신들이 유리하게 활용하려는 행동이나 피랍자들을 영웅시하며 자신들의 선교에 이용하려는 행동입니다. 피랍자들이 이후에 순회 강연이나 기독교 행사에 초청을 받아서 자신들의 신앙 간증을 하는 것은 이번 사태를 지켜본 다른 종교인들에게 욕을 먹을 수 있는 행동이라고 강조된 바 있습니다.

박은조 목사는 적어도 여성 인질에게는 명쾌하지 않은 성폭행의 가능성을 그들의 인생 끝까지 짊어져야 할 멍에를 안겨주는 데 동참한 것입니다. 남성 인질 두 명은 위기의 순간에서 끝까지 용기를 잃지 않은 영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인질 사태에서 약자인 여성들은 석방 이후에 더 많은 어려움에 처할 수 있습니다. 과거 고려시대 몽고의 침입 이후에 몽고 침략자들에게 순결을 잃은 여성들에 대하여 지켜주지 못한 남성들이 오히려 여성들을 ‘더럽고 순결하지 못한 사람’ 취급을 하며 사회적으로 멸시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여성들의 인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박은조 목사 

오히려 박은조 목사는 성폭행 위협을 설교하고 다니지 말고, 탈레반이 인질 억류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인권유린의 행동은 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강조해야 하고 또한 그랬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박은조 목사의 행동은 전혀 여성의 인권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짐승 같은 탈레반의 위협에 인질들이 당당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박은조 목사는 탈레반은 마치 적그리스도나 짐승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 인질들은 적그리스도의 위협에 당당히 대처하는 올바른 신앙인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거라는 단순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질이 억류되던 상황에서 탈레반이 이성적으로 인질들을 풀러주기를 호소했던 당시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입니다.

어차피 인질 사태에 대해서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한 경험이 있는 국민들은 이번 인질 사건에 대해서 상식 수준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습니다. 박은조 목사의 발언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1) 인질들은 모두 기독교 신앙을 지켰고, (2) 남성 인질들은 용감했지만, (3) 여성 인질들은 성폭행의 가능성에 항상 노출되었을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판단은 국민들의 몫이 되어버립니다. 믿고 안 믿고는 각 개인의 몫입니다.

탈레반이 인도주의적으로 그들의 과거 전통 지침에 따라서 여성 인질들에게 위협을 가하지 않았을 것을 강조해도 모자를 판에 탈레반은 짐승같은 집단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여성 인질들에게 앞으로 얼마나 해가 되는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박은조 목사의 발언에 상당히 실망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박은조 목사는 간접적으로 전해들은 바를 언론에 이야기한 것에 대해서 피랍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박은조 목사의 발언을 살펴보면 그에게서 여성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습니다. 오로지 신앙인으로서 위기에 담대하게 대처하는 것이 옳다는 전제로, 약자인 여성들이 이후 어떤 상황에 처할 것인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기사는 미디어다음, U포터뉴스, 한겨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박은조, #탈레반, #피랍자 성폭행, #여성 인질들, #피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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