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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 "얘야 사랑한다..."

미국 사상 최악의 교내 총격사건으로 기록된 버지니아텍 참사가 일어나기 바로 전날 밤 조승희 부모는 아들과의 통화를 사랑한다는 말로 끝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버지니아텍 참사 이후 침묵으로 일관해온 조승희의 어머니와 아버지 조성태씨, 누나 선경씨는 이번 사건 조사위원회측과의 3시간에 걸친 인터뷰에서 조승희의 고립적 성격을 고치기 위해 여러 해 동안 상담과 약물치료는 물론 예술치료, 교회, 태권도 등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한 것으로 워싱턴 포스트지가 31일 보도했다.

 

   조승희의 부모는 매주 일요일 저녁이면 아들과 거르지 않고 통화를 했으며, 총격사건 전날 저녁에도 전화를 해 '잘 지내느냐' '돈이 필요하냐'..고 물었으나 아들은 '괜찮다'고 답했고, "사랑한다"는 인사로 전화를 끊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부모들에 따르면 조승희는 한국에서 태어나면서부터 백일해와 폐렴 등을 앓았고, 3살 때 심장질환으로 주입식 검사를 받은뒤부터 다른 사람이 만지는 것을 싫어하게 됐다.

 

   한국에서는 친구가 몇 명 있었으나 1992년 미국으로 이민온 뒤엔 누나를 제외하고는 누구와도 얘기를 전혀 하지 않을 정도로 고립상태가 심화됐다. 누나 선경씨는 동생이 영어 발음 때문에 고민하는 것을 알고는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도 "괜찮다"고만 하는 등 속마음은 털어놓지 않았다는 것.

 

   부모들은 너무나 답답한 나머지 '말 좀 해라', '용기를 좀 더 내라'고 압박을 가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냥 하는대로 놔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탁소에서 주 6일을 일해온 부모들은 이후에도 조승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학교 때는 매주 예술치료를, 정신과에서 '선택적 무언증' 진단을 받은뒤엔 항우울제 등의 약물치료를 받게 하는 등 상담가와 정신과 의사, 농구 캠프, 교회 등을 수없이 찾아다니며 갖은 노력을 다했다.

 

   조승희의 범행 동기에 대한 분석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누나 선경씨는 결정적 근거가 될 단서를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승희는 처음에 경영정보기술 전공으로 버지니아텍에 입학했으나 2학년 때 영문과로 전과했으며 자신이 위대한 작가가 될 소질이 있다고 믿었다는 것.

 

   그러나 뉴욕의 한 출판사로부터 출판 거부 통지서를 받은뒤부터 극도로 위축되고 소심해졌으며, 성적도 B, D로 뚝 떨어졌고, 아무도 자신의 재능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분노가 쌓였다고 누나는 설명했다.

 

   그러나 가족들은 조승희가 대학 3학년 때 학교 정신병원에 일시 입원하고, 정신질환 판정을 받은 사실은 모르고 있었으며, 만일 학교측으로부터 그런 통보를 받았으면 휴학시키고 치료를 받도록 했을 것이라고 조사위원회측에 밝혔다.

 

   조승희의 부모들은 다른 부모와 마찬가지로 아들을 고치려 했으며, 다른 이민자들처럼 새로운 나라 미국에 자식을 적응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으려 했지만 32명의 인명을 앗아간 총격 참사가 나기 전까지는 아들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였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lkc@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태그:#조승희, #버지니아텍, #총격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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