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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는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국제수지 요약표이다.

이 표 중 우리는 자본수지를 유독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특히 증권투자수지의 경우 8월,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최근 우리 주식시장의 외국인 팔자의 움직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증권수지와 더불어 직접투바지수의 경우도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렇지만, 기타 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함으로써 여전히 자본수지는 흑자(1만2292.8백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기타 수지의 내용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은의 설명과 같이 이 자금 대부분이 국내은행의 단기해외차입 부문이다. 이 자금의 성격에 대한 한은의 설명이 없지만 이 중 상당부분은 일본 '와타나배 부인'들이 운용하는 자금, 즉 엔 캐리 트레이드로 불리는 자금이 아닌가 한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이 자금유입이 중단되는 등 역전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만일 그러한 현상이 발생하면 한국은 실제로 또다시 97년 말과 유사한 경제위기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권 부총리는 경고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향후 우리는 자본수지 동향 중 이 기타수지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해 보아야 하며, 이런 현상이 일어날 경우에 대비할 필요가 충분히 있다.

이러한 가운데 발생한 미국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국제금융시장을 일순간 충격에 빠뜨렸으며, 한국 주식시장은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주요국의 중앙은행이 그로 인한 신용경색문제에 즉각 대처함으로써 주요국의 증시는 빠르게 정상을 되찾았다. 한국증시 역시 한 때 크게 출렁거리긴 했지만 상승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증시의 이러한 경향이 지속될 것인가의 여부는 향후 한두 달을 더 두고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 8월 중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에 이어 또다시 정책금리인 콜 금리를 0.25% 인상했으며, 그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엔 캐리 트레이드의 방향에 따라 자본수지의 변동성이 그만큼 커질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시장에 반영되어 나타나자면, 짧게는 한두 달, 길게는 6개월 정도의 시차가 있다. 물론 나는 또 다른 글에서 세계경제의 호황이 향후 몇 년간 더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들어 세계증시는 물론이고, 한국증시의 전망 또한 매우 밝은 것으로 진단했다.

그러나 이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은 역시 한국경제의 체질 문제다. 그렇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한국경제의 체질을 진단할 것인가? 그 대표적인 기준이 곧 국가신용등급이다. 이미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사는 지난 7월 25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3 등급에서 한 단계 상승시켜 A2 등급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한편 우리 경제는 비로소 미국식 주주자본주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이 사실은 한국의 중장기 주식시장을 밝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뉴욕증시가 세계최대의 증시로 기능하는 것은 역시 미국이라는 국가의 헤게모니 탓도 있지만 미국경제가 주주자본에 기초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의 주식시장은 금리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그 주된 이유는 주가와 금리가 매우 밀접하게 연동되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경제 혹은 주식시장의 펀드멘탈이 그만큼 안정적이라는 말이다. 물론 이 같은 경향으로 인해 자본의 시장지배력이 확대되면서 사회적 양극화 현상의 확대라는 부작용을 낳는 일면이 또한 있다.

어쨌든 한국경제는 어떤가? 참여정부는 지난 4년 6개월여 동안 한국경제의 체질 강화에 주력해왔다. 비록 체감경기가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시기에도 이것을 들어 참여정부는 경기부양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그 결과 위 국제수지 요약표에서 보듯이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자본수지는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이 사실은 한국경제의 자생력이 그만큼 강화되었다는 의미다. 이 점은 향후 한국경제의 성장 전망이 그만큼 밝다고 하겠다. 하여튼 현재 한국경제의 체질을 고려할 때, 비록 엔 캐리 트레이드에 역전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97년의 위기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정부는 어떤 경제적 위기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는 그만큼 한국경제가 구조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는 것, 즉 체질이 강화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덧붙이는 글 | 정득환 기자는 일평경제연구소 소장입니다.


태그:#한국경제, #경제체질, #국제수지, #경상상수지, #자본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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