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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인디애니페스트 개막작에 장형윤 감독의 <무림일검의 사생활>이 선정됐다
ⓒ 장형윤
보검 '청랑검'의 주인이자 강호 최고의 고수 '진영영'. 사람들은 그를 '무림제일검'이라 부른다. 수많은 고수를 물리쳤지만 그도 어느 날 엄청난 강적의 손에 죽고 말았다. 그리고 어찌된 일인지 현대에 커피자판기로 환생한 그는 분식집 알바생 '혜미'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전생의 강호에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 수 있었더랬다. 모든 일은 이 무림 제일의 고수가 어이없게도 커피자판기로 환생한 탓일까. 엄습해 오는 자객의 습격에도, 사랑하는 여인에게도 마음껏 나서기가 힘들기만 하다.

그리고 끝내 그의 가슴을 뻥 뚫어버린 혜미의 한 마디. "공무원이나 준비하라."

독립애니메이션의 축제, 인디애니페스트 2007(9/13∼18, 서울애니메이션센터)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장형윤 감독의 최신작 <무림일검의 사생활>이다.

일찌감치 그 가능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원장 서병문)의 애니메이션제작스튜디오 지원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무협액션과 서정적 멜로를 오가는 사이 낯선 재미를 보여준다.

또 장형윤 감독 최초의 무협 액션 애니메이션으로, 일상 속에 벌어지는 황당한 이야기 곳곳에 심어놓은 캐릭터들의 적절한 제스처와 표정변화, 배꼽 잡게 하는 유머, 그리고 풍부한 감성이 묻어난다. 일관되게 흐르는 장형윤 특유의 체념 혹은 따뜻함 역시 여전하다.

"이십대가 되자 왠지 세상이 강호 무림의 세계같이 느껴"졌던 장 감독은 "폼 나고 멋있는 고수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누구와 싸우고 있는 것인지 또 진정 자신을 위한 삶이 어떤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았"던 답답함을 표현하고 싶어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

나기용 인디애니페스트 집행위원장은 "장르적 형식을 결합한 긴 호흡의 스토리텔링과 캐릭터들의 내면적 감정을 이끌어가는 연출력이 무엇보다 돋보이는 작품"이라며 개막작의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나 집행위원장은 "단편에서 이만큼 감독이 관객의 반응과 감성적 흐름을 배려하며 제작된 작품이 보기 힘든 것을 볼 때 개인의 감성을 넘어 보편성을 획득해나가는 독립애니메이션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장형윤 감독은 <어쩌면 나는 장님인지도 모른다>로 데뷔, <아빠가 필요해>, <편지> 등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아빠가 필요해>는 그에게 히로시마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2006) 2위인 히로시마상 수상의 영광을 안겨줬다. 외국인으로는 최초의 수상이다. 현재 '지금이 아니면 안 돼'라는 이름의 팀을 이끌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애니메이션계 기대주다.

<무림일검의 사생활>은 인디애니페스트 개막일인 13일 서울애니시네마에서 상영된다. 16일에는 감독이 직접 관객과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스크리닝 토크'도 열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애니메이션제작스튜디오, #장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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