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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아리랑 공연 시작 장면
ⓒ 서종규
사회자의 설명도 없이 오직 대규모 카드섹션의 각종 그림과 설명, 전광판의 장과 경의 설명,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기계처럼 이어지는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현란한 조명과 음악, 첨단 레이저쇼에 공중 곡예까지 장면 하나하나에 입이 벌어지는 지상 최대의 공연이 펼쳐진다.

1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북한의 최대 경기장인 능라도 5월1일 경기장에서, 2만 명의 학생들이 펼치는 카드섹션을 배경으로 5만 명이 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을 펼치고, 협력하는 사람까지 총 10만 명의 대규모 인원이 동원된 아리랑 공연이다. 이 공연은 2002년과 2005년 두 차례 공연되었고, 올해엔 4월 14일-5월 5일에 이어 8월 1일-10월 10일까지 펼쳐진다.

▲ 아리랑 공연 '부채춤'의 모습
ⓒ 서종규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북교육자 상봉모임이 지난 8월 6일부터 9일까지 평양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남북교육자 상봉모임은 남측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교육자 100명이 서울 김포공항에서 북측항공기로 서해 직항로를 통해 평양을 방문하여 북측의 조선교육문화직업동맹(이하 교직동)의 교직원 300여명과 만나 교육에 대한 서로의 열정을 확인하고 교육자들이 통일 교육을 실천할 의지를 다졌다.

8일 저녁 7시 30분에 능라도 5월1일 경기장으로 향하였다. 바로 아리랑 공연이 열리는 장소이다. 대동강을 건너는 버스에서 바라보니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대동강 다리를 건너 경기장 가까이에 이르니 곳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집단 연습을 하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의 버스를 보고 손을 흔드는 사람들도 있었다.

▲ 아리랑 공연 포스터
ⓒ 서종규
5월 1일 경기장 입구에는 많은 사람들이 입장하고 있었다. 우리들도 경기장에 들어갔다. 본부석 바로 옆에 마련된 장소다. 2등석으로 입장료는 100유로(우리 돈 13만 원 정도)이다. 경기장은 아무것도 없는 천장에 불을 밝힐 수 있는 전선들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 넓은 공간을 어떻게 연결했을까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저녁 8시가 조금 넘자 건너편 넓은 자리에 사람들이 차례로 들어와 앉기 시작한다. 바로 카드섹션을 하는 서성, 평천, 대동강, 모란봉, 보통강, 만경대, 대성, 탁랑중학교 등 총 2만 명의 학생들이다. 본부석 건너편에 축구장 정도의 길이가 되는 거대한 카드섹션 무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 아리랑 공연 '집단체조' 장면
ⓒ 서종규
북한에서는 60~70년대부터 집단체조가 존재했다. 주로 공화국 창건일이나 당창건기념일 때 진행하던 것이 점점 발전하면서 그 규모나 내용이 방대해지고 4.15 김일성 생일에도 개최됐다.

이런 집단체조의 내용은 대니얼 고든의 다큐멘터리 <어떤 나라>에 비교적 자세히 나와 있다. 두 소녀 현순이와 송연이를 통해 북한 사회의 모습과 집단체조를 위하여 연습하는 과정, 집단체조에 임하는 학생들의 자세 등을 자세히 그리고 있다.

이 집단체조가 발전하여 지금과 같은 아리랑 공연이 이루어진 것이다. 아리랑 공연은 2000년 10월 10일에 열렸던 대집단체조 '백전백승 조선노동당'이 시작이다. 이때부터 중·대학생 위주로 하던 집단체조의 틀을 벗어나 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을 배합시킴으로써 유치원 꼬마들부터 중학생, 대학생, 예술인, 심지어 군인들까지 참가하는 대집단체조로 탈바꿈했다.

▲ 카드섹션의 '어린이'들 모습
ⓒ 서종규
저녁 8시 30분부터 카드섹션에 참가하는 학교의 이름을 알리는 것을 시작으로 아리랑 공연은 시작되었다. 도입부에서는 현란한 카드섹션과 함께 '민족의 어버이이신 위대한 수령님께 최대의 경의를 드립니다',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 최대의 영광을 드립니다' 등 문구도 펼쳐진다. 운동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집단무용을 펼친다.

이어 많은 무용수들이 형형색색의 한복에 부채춤을 추며 배경에는 백두산에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과 아리랑이라는 글씨가 나타난다. 바로 아리랑 공연을 알리는 서장이다. 하늘의 네온사인도 현란한 불빛을 뿜는다.

▲ 아리랑 공연 중 '레이저쇼' 장면
ⓒ 서종규
이어서 제1장 아리랑 민족의 4경까지, 제2장 선군 아리랑의 6경까지, 제3장 행복의 아리랑 4경까지, 그리고 종장 등 총 1시간 30분 정도의 공연이 펼쳐진다. 부채춤, 청년들의 깃발체조, 고적대, 학생들의 튜브체조, 줄넘기, 곤봉체조, 이어서 꽃을 든 여인들의 무용, 토끼, 계란 등 동물춤, 풍물, 링체조, 긴 천을 펼치는 무용, 기계체조, 태권도, 연꽃춤, 장구춤 등 다양한 무용과 체조가 이어진다.

그러는 사이에 카드섹션에서는 각종 그림들을 펼친다. 2만 명의 학생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순간적으로 변하는 그림을 펼치는 것은 대단하다. 백두산의 일출을 필두로 배를 저어가는 장면, 백두산의 별이 떠오르는 모습, 백두산, 삼지연, 개선문, 인공기, 김일성 주석의 얼굴, 태권도, 웃으며 놀고 있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 등 수많은 장면들을 쏟아낸다.

▲ 아리랑 공연 중 '링체조' 장면
ⓒ 서종규
집단체조라고만 생각하였던 아리랑 공연은 많은 무용들이 들어 있었다. 어느 올림픽 개막식이나 월드컵 경기 개막식보다 더 화려하고 장엄한 매스 게임이 펼쳐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가 되듯 움직이는 집단성이 대단히 뛰어나지만 그에 못지않게 예술성도 높이 스며있었다.

첨단 기법으로 레이저쇼도 펼쳐졌다. 레이저의 푸른 불빛이 형상을 그려내는 모습은 대단히 신선하였다. 그리고 아주 독특한 기법은 바로 영상이다. 20만 명의 카드섹션팀이 하얀 바탕을 만들면 그곳에 영상을 비추는 것이다. 카드섹션뿐만 아니라 거대한 영상을 그대로 비추어 준다.

▲ 아리랑 공연 무용과 카드섹션
ⓒ 서종규
공연을 같이 관람했던 김 선생은 아리랑 공연의 모습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 뛰어나며 집단적이라기보다는 예술성이 많이 들어 있는 공연이었다고 말한다. 특히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들이 많은 소재로 활용되고 있어서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고 하였다.

"아리랑 공연을 꼭 한 번은 보고 싶었어요. 10만 명이 펼치는 기계 같은 집단체조를 어떻게 펼치는가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집단성은 역시 뛰어납니다. 그렇지만 집단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술성이 높은 것을 보았습니다. 특히 그 높은 곳의 공중곡예 모습은 상상을 초월하였으며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들을 펼치는 카드섹션 장면에서는 코믹요소까지 발견할 수 있었어요."

▲ 아리랑 공연 장면
ⓒ 서종규
공연은 밤 10시에 끝났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출연자 모두가 하나되는 거대한 물결을 이루었다. 커다란 지구본이 등장하고, 그 지구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강성부흥의 아리랑이 펼쳐진다. 관객들도 모두 일어나 손뼉을 치며 아리랑 공연이 끝났다.

아리랑 공연에 참가하는 학생들이 수없이 많은 반복을 통하여 연습하는 것들이나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점 등을 들어 인권침해가 많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어떤 나라>를 연출했던 대니얼 고든이 말했듯이 아리랑 공연은 북한 사회주의 전체를 하나로 묶는 대단한 기획인 것 같다. 내적으로 북한 전체를 하나로 묶는 통일을 추구하고, 외적으로는 자신감을 표출하는 것 같다.

▲ 아리랑 공연 마지막 장면 '지구본'
ⓒ 서종규

덧붙이는 글 | '평양에서 개최된 2007 남북교육자 상봉모임' 기사는 1. 아이들에게 푸른 하늘을 보게 하자, 2. 교육기관 방문, 3. 평양의 풍경, 4. 백두산 천지, 5. 묘향산, 6. 아리랑 공연 등 총 6개의 기사로 이루어집니다.


태그:#아리랑공연, #카드섹션, #평양, #남북교육자상봉모임, #5월1일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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