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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명시 납골당 공사 현장에서 집회를 가진 연현마을 주민들
ⓒ 최병렬
경기도 광명시가 성채산에 납골당(메모리얼파크) 건립 공사를 지난 9일에 착공해 공사를 본격화하자, 연현마을 주민 1천여 명이 18일 오전 10시 30분부터 4시간 동안 조성공사장에서 대규모 시위를 갖고 광명시 납골당 건립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주민들은 31도에 달하는 폭염 속에서 "장사시설 박발 내고 생존권을 사수하자. 오늘부터 결사투쟁 장사시설 박살내자. 자녀들의 학습권을 쟁취하자 투쟁! 투쟁!"하고 외쳤다.

특히 이날 집회에서 주민들은 '지역갈등을 유발하는 성채산 납골당 부지를 성채산 반대편 광명역세권 개발부지 앞쪽으로 이전할 것'과 '화장터를 짓지 않겠다는 각서를 중앙정부와 경기도지사, 광명시장이 협의하여 주민들에게 공개할 것'을 대안으로 요구했다.

안양천을 사이에 두고 성채산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500m 떨어진 안양시 석수동 LG빌리지 아파트 주민들은 오전 10시 아파트단지에 집결해 공사 현장인 성채산 공사현장으로 이동해 "우리 연현마을 주민들은 이제부터 광명시를 상대로 전면전에 나선다"고 선언했다.

▲ 공사현장앞 도로변에 걸린 납골당 반대 플랜카드
ⓒ 최병렬
▲ 폭염속 2시간 넘게 성채산을 현장 답사한 주민들
ⓒ 최병렬
'성채산 납골당·화장터 건립저지 연현마을주민대책위원회'(이하 연현마을대책위) 주관으로 열린 이날 집회는 시공사 S건설이 성채산 초입에 E.G.I(휀스)로 막은 현장 앞에서 시작된 가운데 30도를 넘는 폭염에도 불구, 노인과 어린이를 포함 1천여 명이 참석했다.

연현마을대책위는 집회에서 "지난 7개월 동안 우리는 이번 사태를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원칙에 따라 평화적으로 나서왔다"며 "더이상 지역갈등을 유발하지 말고 성채산 납골당·화장터 부지를 성채산 반대편 광명석세권 개발부지로 이전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화장터를 짓지 않겠다는 각서를 중앙정부와 경기도지사, 광명시장이 협의해 공개하고 안양시장, 경기도지사, 정부부처 장관은 해결방법이 있음에도 불구 수수방관하지 말고 주민충돌 등 주민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태 해결 전면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특히 주민들은 납골당이 들어설 위치 확인을 위해 '성채산 지형알기'에 나서 도보로 성채산 광명시 방향 소하동까지 이동한 후 산길을 따라 정상에 오른 후 연현마을 방향의 공사현장으로 내려오는 2시간여 강행군을 하면서 분노하고 모두가 땀으로 흠뻑 젖었다.

▲ 광명 성채산 공사현장에서 본 안양 연현마을 일대
ⓒ 최병렬
▲ 연현마을대책위 이상영, 강영한 부위원장
ⓒ 최병렬
광명 납골당 사태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

공사현장에 재집결 후 해산 모임에서 주민들은 광명시가 납골당뿐 아니라 화장터까지 장기적으로 건립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7개월간 광명시에 이 계획을 철회해 달라고 요구를 했지만 공사를 강행함으로 '이제 남은 것은 전면전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상영 연현마을대책위 부위원장은 "이제 우리 연현마을 주민들과 광명시와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며 "오늘 우리가 이렇게 무더운 날씨에도 나온 것도 그 때문이고, 우리는 광명시가 공사를 철회하기 전까지 끝까지 결사적으로 막을 것이다"고 말했다.

LG빌리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강영한 회장은 "대안이 없는 것이 아니다. 오늘 주민들이 성채산에 직접 올라 눈으로 확인했다"면서 "우리가 말하는 혐오시설 광명시가 말하는 문화시설인 광명 납골당이 광명명역세권 택지개발사업지구에 들어서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강 회장은 "광명시가 우리의 바람처럼 이 같은 뜻을 받아주길 요청한다"며 "이는 우리의 최소한 권리이자 미래와 희망으로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우리는 생존권과 자녀들의 학습권뿐 아니라 미래를 위해 싸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주민발언에서 한 주민은 "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직장까지 그만두고 이 일에 매달리고 있다. 이 시점에서 대책위원회에 힘을 모아주자"며 "우리 주민들도 동별 연락책을 만들어 어떻게 힘을 모을 것인지 논의를 하고 적극 함께하자"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 집회에 참석한 두분 할머니들의 외침
ⓒ 최병렬
▲ 공사장 철문 바닥 땅을 파 출입하는 주민들
ⓒ 최병렬
연현중학교 전교생 등교거부 사태도 예상


특히 납골당과 불과 400m 떨어진 연현중학교의 학부모들은 오는 22일 오전 8시 학교 강당에서 전체 '학부모비상대책회의'를 열고 공사 착공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전교생 등교거부 사태도 예상되는 등 적지않은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연현중학교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인성형성에 악영향을 주는 이번 사태를 묵과할 수 없다"며 "납골당 부지를 옮기지 않을 거면 차라리 학교를 옮겨 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4월 21일 '광명시 납골당 건립 반대 학부모 비상대책 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책을 논의해 왔다.

이들은 연현중학교 전체 학부모와 교사 등 1500여 명으로부터 납골당 건설 반대 서명을 받아 5월과 6월 안양교육청, 경기도청과 경기도교육청에 민원을 접수하고 7월 3일에는 이효선 광명시장 면담하는 등 팔을 걷고 나섰으나 행정의 벽에 부닥친 상황이다.

특히 학부모들은 이효선 광명시장이 면담에서 "학교와 납골당은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나는 광명시장이지 안양시장이 아니다"며 공사 강행의 뜻을 밝히자, 이에 학부모들은 "자녀를 좋은 환경에서 교육시키고 싶은 학부모의 소망과 백년대계 교육행정은 추락했다"고 개탄했다.

▲ 산위의 포크레인 가동을 막고 나선 주민들
ⓒ 최병렬
▲ 연현마을 연현중학교 정문에서 바라본 성채산
ⓒ 최병렬
지자체 경계 주민 분쟁에 행정은 기각

한편 광명시는 사업비 293억원을 들여 광명시 일직동 산1번지 부지 2만6천600㎡에 지하 1, 지상 3층, 3만317기(30년 계획) 규모의 메모리얼 파크 건립공사에 착수하여 2008년 말까지 완공할 계획이며, 봉안기수만 당초 3만317기에서 1만기 이내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광명시 납골당 부지는 안양시와 경계의 석수2동 연현마을과 마주보고 있는 해발 83m 성채산 일대로 안양천과 서해안고속도로, 경부고속철도가 가로지르고 있지만 연현마을 LG아파트 단지와 직선거리로 500m에 위치하고 연현중학교와의 거리는 400m에 불과하다.

이에 안양 연현마을주민 등은 지난 1월 중순부터 생존권 및 학습권 침해 등을 이유로 부지 이전을 요구하며 지난 3월 광명시청 대규모 집회 등을 통해 거세게 반발해 왔다.

하지만 국민고충처리위원회가 4월 24일 연현마을 주민들이 제기한 납골당 민원에 대해 "법적으로 하자 없고 이를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힌 데 이어 경기도 분쟁조정위원회도 지난 7월 24일 안양시가 청구한 분쟁조정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광명시와 시공사인 S건설 측은 지난 9일부터 E.G.I(휀스)와 사무실용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공사를 시작하자 연현마을 주민들은 10일 성채산 입구에 비상상황실을 설치하고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굴착기를 몸으로 막으면서 밤샘 교대로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 성채산 집회를 마치고 안양천을 건너오는 주민들
ⓒ 최병렬

덧붙이는 글 |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안양, #광명, #납골당, #성채산, #연현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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