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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엄마라는 행복한 직업>
ⓒ 21세기북스
가끔 주변에 보면 엄마가 되는 준비도 전혀 없이 불쑥 애를 낳아놓고는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경우를 보게 된다. 나도 엄마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생각해 보면 기껏해야 이부자리와 옷가지를 준비하며 엄마 노릇 한다고 부산 떨던 적이 있다.

지금은 우습지만 애가 막상 태어나고 보니 애 키우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아닌가. 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 이유도 모르게 울어대는 조그만 아이를 부둥켜안고는 쩔쩔매던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책 <엄마라는 행복한 직업>은 이처럼 쩔쩔매는 엄마들을 위한 지침서다. <엄마학교>라는 책으로 워낙 유명한 저자는 현재 종로 가회동에서 한옥으로 된 작은 엄마 학교를 운영하며 좋은 엄마 되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애착을 갖고 만든 엄마학교의 이야기를 담으면서 동시에 아이들 키우는 현명한 지혜를 전한다. 억지로 만들고 꾸미지 않더라도 소박한 가운데 작은 멋이 나도록 한 엄마학교의 풍경. 이것은 그녀가 아이들을 키우는 방식과 닮아 있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유기농 먹을거리며 한살림 운동 등에 몸을 담았던 저자는 이제 다 자란 아이들을 보며 자신이 몸소 체득한 자녀 교육의 길을 전하고자 한다. 엄마학교의 운영은 영리적 목적도 아니고 자신의 이름을 빛내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저 20년 엄마 역할을 하며 얻은 삶의 지혜를 다른 엄마들과 나누려 하는 것.

"이렇게 쉽게 아이를 기를 수 있는데, 육아가 이렇게 달콤한데, 교육이 편안한데 그리고 삶이 이리도 행복한데 그것을 놓치고 힘들어만 하는 엄마들이 안타까웠다. 얼른 그 마음을 붙들고 싶었고, 또 붙들 수 있으리라는 자신도 있었다. 앞서온 사람으로서 뒤에 오는 사람을 보살펴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도 있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시작한 엄마학교는 이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좋은 엄마들의 공간이 되었다. 이곳에 찾아오는 엄마들은 대부분 화를 잡아 달라고 주문한다고 한다. 아이를 혼내기만 하고 잘 기르지 못했다며 통곡하는 엄마들, 이런 이들은 엄마학교에서 아름다운 육아의 황홀함을 배우고 간다.

아이들에게 웃는 얼굴로 대하면 아이도 웃으며 답한다. 엄마학교에서는 혼자서는 잘 안 되는 아이 대하는 비법을 전수한다. 매주 2시간씩 다정한 엄마, 영리한 엄마, 대범한 엄마, 행복한 엄마가 되어가는 법을 한 달 동안 배우는데 그러고 나면 엄마는 저절로 좋은 엄마가 되어 있다.

"8개월짜리 아기를 오감발달 놀이를 시킨다며 문화센터에 끌고 다니는 엄마들이 더러 있다. 폐낙하산을 잡아당겨 흔드는데 옆집 아이보다 우리 아이가 활기차지 않다고 성화다. 옆집 아이와 비교하지 마라. 비교하려거든 본인이나 비교해라. 20-30대에 국제변호사, 박사된 사람도 수두룩한데 본인은 왜 못 되는가? 모든 아이가 똑같지는 않다."

많은 엄마들이 많이 하는 오류가 바로 다른 아이와 우리 아이를 비교하는 것이다. 옆집 아이는 말도 잘하는데 우리 아이는 늦되다는 둥 아랫집 아이는 영어도 잘하는데 우리 아이는 콩글리시도 못한다는 둥 비교하는 데에 열성인 엄마들. 이런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는 스트레스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그토록 사랑하는 아이에게 왜 타인과 비교하며 상처를 주어야 하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주는 엄마들이 너무도 많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반성해 본다.

이제 22개월인 우리 아이는 아직 소변을 못 가린다. 언젠가 애 아빠의 회사 모임에 갔더니 두 아이의 엄마인 어느 분께서 18개월이면 기저귀를 떼는데 아직도 기저귀를 하냐고 말을 건네 갑자기 급한 생각이 들었다. 애한테 아무리 변기에 쉬 하라고 말해봤자 아이는 오히려 못 들은 척하고 딴 짓을 한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라면 다 알아서 가릴 것을 내가 너무 다른 사람 말에 성급하게 애를 못살게 굴었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하다. 생각해 보면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도 가끔 옷에 오줌을 싸 엄마를 난처하게 하는 아이였지 않은가. 많이 자랐던 나도 제대로 못하는 일을 세 살 아이에게 억지로 시키니 얼마나 한심한 엄마인지.

아이들은 모두 제각기 본성을 갖고 태어나 자기 그릇에 맞추어 세상을 살아간다. 많은 엄마들이 이런 마음가짐으로 보다 여유롭게 아이를 대한다면 아이도 행복할 것이다. 엄마가 전하는 편안한 웃음이 아이를 더 맑고 건강하게 만든다. 책 <엄마라는 행복한 직업>은 이처럼 소박한 자녀 교육의 진리를 전해 준다.

엄마라는 행복한 직업 - 엄마학교 교과서

서형숙 지음, 21세기북스(2007)


태그:#엄마라는 행복한 직업, #엄마학교, #서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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