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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나에게는 세 번째 일본 여행이다. 일본의 고대 문화를 알기 위해 간사이[關西] 지방을 여행한 것이 첫 번째고, 일본 근·현대 문화를 알기 위해 간토[關東] 지방을 여행한 것이 두 번째이다. 이번에는 주고쿠[中國]와 시고쿠[四國] 사이 세토나이카이의 문화유산을 보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계획을 짰다.

가장 중요한 일이 히로시마현[廣島縣]에 있는 두 개의 세계문화유산을 보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히로시마 시내에 있는 히로시마 원폭돔이다. 1945년 8월6일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이 투하된 곳이 바로 이곳 히로시마 오다가와[太田川] 주변의 평화기념공원과 중앙공원 지역이다. 이곳에 원폭으로 인해 녹아내린 돔이 있어 원자폭탄의 위력과 참상을 보여주고 있다.

▲ 히로시마 원폭돔의 파괴된 모습
ⓒ 이상기
▲ 이츠쿠시마 신사의 오도리이
ⓒ 이상기

또 다른 하나가 히로시마 서쪽 미야지마[宮島]에 있는 이츠쿠시마[嚴島] 신사를 보는 일이다. 바다 위에 서 있는 오도리이[大鳥居]와 신사 건물들이 관광의 중심이고, 신사 뒤 미센[弥山]의 원시림이 볼만 하다고 한다. 이들 두 가지 문화유산을 제대로 알기 위해 지도도 보고 책도 보고 카탈로그 자료도 보면서 많은 준비를 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이 일본에 간 조선통신사의 행적을 찾아보는 일이다. 임진왜란 후 양국의 성신교린(誠信交隣)을 위해 일본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사신을 파견했는데 그들이 바로 통신사이다. 이들은 우리의 문화와 예술을 일본에 전달했고, 일본과의 교류를 통해 동북아 평화를 유지하는데 기여했다. 이들의 행적이 구레[吳]시와 후쿠야마[福山]시에 남아 있어 하루는 그곳을 집중적으로 탐사하려고 한다.

그런 다음에는 온천 도시인 마츠야마를 방문, 일본의 온천문화를 체험해 보려고 한다. 마츠야마는 시고쿠에서 가장 큰 도시로 에히메현[愛媛縣]의 현청이 있는 곳이다. 그러나 마츠야마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도고[道後] 온천이 있는 곳으로 더 유명하다. 이곳은 또한 일본 고유의 짧은 시형식인 하이쿠[俳句]의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일본 사람들은 하이쿠에서 간결한 아름다움을 느낀다고 하는데, 우리도 그것을 느껴보고 싶다.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포스터
ⓒ 지브리스튜디오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인 도고온천
ⓒ 지브리스튜디오

마츠야마 관광의 초점은 뭐니 뭐니 해도 온천 체험이다. 우리가 머무는 곳은 도고온천 지역에 있는 츠가사뷰(つかさビューホテル) 호텔이지만 더 유명한 곳은 1894년에 지어진 도고온천 본관이다. 이곳은 2001년에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隱し)의 배경이 된 곳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얼마 전 DVD를 구입, 아내와 함께 이 영화를 보기도 했다. 10살짜리 소녀 치히로가 폐허가 된 놀이공원(Thema Park)에서 부모를 잃고 귀신들의 세계로 들어가 겪는 사랑과 모험을 다루고 있다. 우리 애들에게 물어보니 이 영화가 참 재미있다고 하는데 나와 아내는 그렇게 큰 재미와 감동을 받지는 못했다. 글쎄 우리가 벌써 늙은 걸까? 다만 인간의 탐욕과 그로 인한 타락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교훈적이기는 하다.

아는 만큼 보이고, 공부한 만큼 알게 된다고 해서 나는 이번에 일본의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그리고 조선통신사의 일본 왕래 등에 대해 미리 좀 공부를 했다. 일본의 세계문화유산에 대한 공부는 지금까지 꾸준히 해 왔으니 히로시마현의 두 가지 세계 문화유산 공부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내가 즐겨 찾는 위키피디아(http://www.wikipedia.org)도 이용하고 유네스코 세계유산 사이트(http://whc.unesco.org) 에 들어가 내용을 정리하기도 했다.

▲ 조선통신사 유적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도모노우라 전경
ⓒ 이상기
그러나 조선통신사에 대한 공부는 올 들어 처음 시작을 해서인지 시간도 많이 걸리고 볼 자료도 너무나 많았다. 최근에 연구된 서적도 읽어야 하지만, 과거 통신사 여행에 참여했던 관리들의 글 또한 읽어야 했다. 1607년부터 총 12회 통신사가 파견되었지만, 이들이 남긴 기록은 수십 종에 달한다. 그러므로 그 중 더 중요한 기록을 찾아야 하고 또 시모가마가리와 도모노우라 지역 위주로 자료를 읽어야 했다. 이들 통신사 사행 기록은 내용도 방대하고 읽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읽을수록 재미있고 새로운 것을 알게 되어 평생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31일 아침 9시이니 그날 7시까지 공항에 나가기만 하면 된다. 나는 우리를 안내할 가이드의 연락처를 받아 모든 사람에게 통보를 했다. 다들 부부들이니 잘 알아서 올 것으로 생각한다. 나이 드신 세 분은 자식들이 책임지기로 했다. 안산에 사시는 대고모는 아들이, 충주에 사시는 할머니와 고모 역시 아들이 당일 아침 인천공항으로 모시기로 했다. 마음은 벌써 인천공항 너머에 있는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16명으로 구성된 가족 여행단의 일본여행기이다. 참여한 사람들은 숙부와 조카 부부가 중심이지만, 고모 3대가 함께 하는 특이한 여행이기도 하다. 이들 가족이 히로시마현과 에히메현에서 보고 느끼면서 부딪치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일본의 문화를 기술할 예정이다. 그리고 우리 조상들의 흔적인 통신사 유적을 방문, 일본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태그:#세계문화유산, #히로시마 원폭돔, #이츠쿠시마 신사, #조선통신사 유적, #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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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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