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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학사의 계곡에 쏟아지는 작은 폭포
ⓒ 임재만
25일 방학을 맞아 막내와 함께 어머니를 뵈러 대전으로 향했다.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릴 요량으로 미리 전화를 드리지 않고 불쑥 찾아 간 것이다. 집에 도착하여 현관에 있는 초인종을 누르자 익숙한 어머니 목소리가 가늘게 들려온다. “저 막내에요”라고 대답하자, 어머니께서 현관으로 달려오시는 발걸음 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잠시 후 현관문이 열리고 어머니가 만면에 희색을 한 얼굴로 반갑게 맞아주신다.

칠순이 넘으신 어머니는 우리가 찾아 올 때면 항상 이렇게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기쁘게 맞아 주신다. 오늘 따라 어머니 건강이 매우 좋아 보이신다. 어머니는 우리가 앉기 무섭게 어느새 과일과 음료를 내오시고 많이 먹으라며 흐뭇해하신다.

언제 만나도 반갑고 편안한 어머니! 세상에서 이보다 반가운 만남이 또 있을까! 그럼에도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마음만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오늘은 만사 제치고 달려가 어머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 수 있어서 좋았다.

어머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어머니께서 10년 전 옛 날 이야기를 꺼내시며 동학사 이야기를 하신다. 그래서 어머니를 모시고 오후 늦게 대전 근교에 있는 계룡산의 동학사를 찾아 나섰다.

▲ 어머니와 막내 손녀가 동학사를 찾아 걸어 가는 모습
ⓒ 임재만

▲ 동학사를 따라 펼쳐진 계곡의 모습
ⓒ 임재만
동학사 입구에 도착하니 평일이라 그런지 주차장이 비교적 한가하였다. 오후에 이곳을 찾았는데, 더위는 계곡에 갇혀 보이지 않고 물소리만 시원스레 들린다. 계곡을 따라 동학사로 올라가는데 어느새 어머니께서 저만큼 앞장서 걸으시며 손짓을 하신다. 요즘 친구들이랑 몇 번이나 이곳에 오려고 했었는데 오시지 못했다며 오늘 우리와 함께 이곳을 찾아서 아주 기분이 좋으신 모양이다.

비가 그친 지 얼마 안 되서인지 계곡에는 물이 가득 차 흐르고 있었고, 어찌나 푸르고 맑은지 물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주체하기 어렵다. 커다란 바위를 돌고 돌아 흐르는 힘센 물결과 시원스레 떨어지는 폭포 소리가 찾는 이의 심장을 마구 뛰게 한다.

▲ 동학사절 앞에 있는 작은 폭포
ⓒ 임재만
동학사로 가는 길은 시멘트로 포장이 잘 되어 있었고, 길옆에는 이름표를 단 나무들이 초등학교를 막 입학한 어린이처럼 나란히 서서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계곡을 따라 동학사로 가는 길은 물이 많아서 그런지 오늘따라 더 아름답고 시원한 느낌이다. 게다가 새들이 따라오며 노래를 불러주니 산책하는 발걸음이 날개가 돋친 듯 가볍다.

▲ 어머니가 손녀와 함께 돌탑을 쌓으시며 소원을 비는 모습
ⓒ 임재만
길을 따라 올라 가시다가 어머니는 길가 큰 소나무 밑에 쌓여 있는 돌무더기에 발걸음을 멈추신다. 돌멩이를 하나 주어 돌탑을 쌓으시는데 그 모습이 소녀처럼 순수하고 매우 진지해 보이신다. 한참을 그곳에 머무시며 소원을 빌고서는 다시 밝은 표정으로 산길을 힘차게 걸으신다. 막내 손녀와 도란도란 이야기 하시며 걸어가시는 모습이 너무도 편안하고 즐겁게 느껴진다.

평소에 어머니는 사진 찍기를 좋아하지 않으시는데 오늘은 사진을 찍으라며 막내 손녀와 멋지게 포즈를 취하신다. 그 표정은 십대의 소녀처럼 상기되고 밝은 표정이다. 오늘은 눈부시게 푸른 어떤 날보다도 어머니 마음이 더 푸르고 맑아 산속이 훤하고 밝은 느낌이다.

▲ 나무숲 사이로 보이는 동학사
ⓒ 임재만

▲ 동학사 지붕 사이로 보이는 계룡산
ⓒ 임재만
멀리 굽어진 길 끝에 동학사가 어렴풋이 보인다. 산사의 목탁소리가 계곡을 타고 평화롭게 마음속을 흐르고 어느새 땅거미는 동학사 마당에 짙게 깔리고 있었다. 동학사에 들어서니 절 지붕 사이로 우뚝 솟은 계룡산의 높은 봉우리가 절 마당에 서 있는 우리의 시선을 잡아끈다.

▲ 동학사앞 계곡에 시원한 물이 흐르는 모습
ⓒ 임재만
동학사 앞에는 시원한 계곡물이 돌아 흐르고, 큰 웅덩이로 시원스레 폭포가 쏟아지고 있다. 이 아름다운 풍경과 평화로운 목탁소리에 마음을 맡긴 채 어머니의 즐거운 옛날 이야기는 계속된다.

▲ 동학사에서 스님이 예불을 드리고 있다
ⓒ 임재만
어머니에게는 예전에 가족들과 이곳에 와서 보냈던 시간이 무척이나 행복했던 것 같다. 말씀하시는 순간순간의 표정이 그 옛날의 행복했던 추억을 짙게 회상하는 것 같았다. 어머니 회갑 하루 전 해에 어린 손자 손녀들과 함께 전 가족이 모여 함께 했던 기억을 자세히도 전해 주셨다. 이제 허리도 많이 굽으시고 다리도 예전 같지 않으신 어머님, 옛날의 꿈 속 같은 일들을 하나하나 구슬 꿰듯 떠올리고 계셨다.

소녀같이 즐거운 모습의 어머님을 뵈니 나 또한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짠하다. 어느새 어머님의 등이 저렇게 많이 굽어지셨나 싶어 마음이 아프다.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봐 늘 건강관리에 애쓰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 감사하고 또한 죄송한 마음이 든다. 생각해 보면 그리 어려운 게 아닌데 자주 찾아뵙지 못한 것이 죄스럽기만 하다. 올 가을에 또 다시 어머님을 모시고 가족과 함께 행복한 동행을 해야겠다.

▲ 푸르고 맑은 동학사 계곡
ⓒ 임재만
갑자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어머니 은혜라는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 하시네/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요/어머님의 희생은 가히 없어라.

태그:#충남 공주시, #계룡산, #동학사, #어머니, #어머니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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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다니며 만나고 느껴지는 숨결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가족여행을 즐겨 하며 앞으로 독자들과 공감하는 기사를 작성하여 기고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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