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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10일 오후 4시]

▲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가 6일 노무현 정권과 박근혜 캠프의 폭로전 중단을 요구하며 농성중인 `민주연대 21`사무실을 찾아가 격려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가 반격에 나섰다. 9일 발표한 경찰의 '대운하 재검토 보고서' 유출 수사결과가 그 계기가 됐다.

언론을 통해 연달아 부동산 의혹이 터지면서 이 후보 측은 곤혹스런 상태였다. 게다가 이 후보의 처남인 김재정씨 측과 한나라당의 고소·고발로 검찰 수사까지 시작된 터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 보도 전 박근혜 캠프가 이미 대운하 보고서의 존재를 알았다는 경찰 수사결과가 발표되자 이명박 캠프는 즉각 전방위 공세에 나섰다. 캠프 측 의원들까지 가세해 박근혜 후보 측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적과의 내통" "이적행위" 등 박근혜 후보측을 사실상 '간첩'으로 모는 거친 표현도 나왔다.

박근혜 후보 측은 공식적인 논평은 자제했다. 하지만 속은 부글부글 끓었다. 캠프 내에선 "이 후보 측이 이성을 잃었다"는 말이 터져 나왔다.

[이명박 쪽] "동지 죽이려 정권과 야합... 이적행위다"

이명박 후보 선대위 진수희 대변인은 1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 수사결과 발표와 관련해 "노무현 정권과 박 후보 캠프와의 정보공유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며 "이는 같은 당의 경쟁후보를 죽이기 위해 야당의 예비후보가 정권과 야합한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진 대변인은 대운하 보고서의 존재만이 아니라 문건 전체가 박 캠프에 전달됐을 것으로 봤다. 박 후보의 사전 인지설도 주장했다. 결혼정보업체 대표로부터 보고서를 건네받은 방석현 서울대 교수가 박 후보의 정책자문단이라는 점에 착안해서다.

진 대변인은 "오랫동안 박 후보의 숨겨진 싱크탱크로서 오른팔 역할을 했던 방석현 교수가 보고서 유출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며 "박 후보가 이(보고서)를 몰랐을 리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진 대변인은 "방 교수가 유승민 의원에게 문건의 존재 사실만 통보했을 리는 없다, 문건까지도 (캠프에) 건넸다고 짐작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진 대변인은 유 의원이 대운하 비판 기자회견에서 제시했던 수치가 대운하 보고서의 그것과 일치한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진 대변인은 "유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의 연간 골재 수요를 약 1억㎥가 안된다고 주장했는데, 이것은 보고서에 있는 수치"라면서 "유 의원에게 보고서의 전체가 전달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경부운하(한반도 대운하)에 비판적인 전문가나 국회의원이 <오마이뉴스>를 통해서도 이미 제시했던 수치여서 보고서 유출의 근거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진 대변인은 또 "정권의 공작물을 같은 당 경쟁후보를 끌어내리기 위한 무기로 사용하는 박 후보측의 행태는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당원들을 배신한 해당행위이자, 집권세력의 정권연장 술수에 동조하는 이적행위"라며 "박 후보 스스로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히고 진심어린 유감표명과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 캠프 의원 27명도 성명 "노무현 2중대냐"

▲ 지난달 28일 한나라당 대선후보 정책공약 토론회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던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이 캠프 측은 이날 오후 2시 대운하 보고서 유출경위를 수사 중인 경기지방경찰청을 방문해 ▲수자원공사 기술본부장이 어떤 이유로 대외비 문건을 외부에 유출했는지 ▲방 교수가 박 후보에게 (보고서를) 보고했는지 ▲교수인 그가 제자인 김아무개 결혼정보업체 대표에게 보고서를 언론에 유출토록 지시했는지 등을 밝혀달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이 후보 캠프 측 의원 27명도 성명서를 내고 박 후보를 규탄했다(의원명단은 아래 참조). 의원들은 "(박 후보 측이) 동지를 죽이기 위해 적과 내통했음이 만천하에 공개됐다"며 "60년 야당사에서 유례가 없었던 충격적인 야합"이라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박 후보 캠프가 노무현 정권의 2중대라도 된다는 말이냐"며 "당이 나서서 이번 사태의 진실을 낱낱이 밝히고 당사자들을 단호하게 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박 후보 측의 대운하 보고서 유출·변조 의혹을 제기해) 당원권 중지라는 중징계를 당한 정두언 의원의 명예는 즉각 회복되어야 한다"며 "적과 내통한 경위와 구체적인 전말 등을 소상히 밝혀 방 교수와 유승민 의원은 즉각 출당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후보 캠프는 이날 중으로 강재섭 대표와 인명진 윤리위원장,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에게 성명서를 전달하고 박 캠프 측 인사들의 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

다음은 성명에 동참한 의원들 명단이다.

이상배 김광원 이재오 정의화 권오을 이방호 고흥길 이병석 심재철 주호영 박형준 정두언 김석준 이군현 허천 공성진 김영덕 김기현 이성구 박승환 김애실 차명진 임해규 이성권 김양수 김재경 진수희

[박근혜 쪽] "이 후보측, 이성 잃었나" 불쾌감 역력

이 후보 측의 흥분된 공세에 박 후보측은 공식적으론 말을 아꼈다. 하지만 불쾌감은 역력했다.

'적과 내통한 이적행위' 당사자로 지목된 유승민 의원은 "이 캠프가 이성을 잃었다"고 쏘아붙였다.

유 의원은 "홍사덕 선대위원장이 (공식적인) 대꾸를 하지 말라고 해서 가만히 있는 것"이라면서도 "저쪽(이 캠프)이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 의원은 이 캠프가 주장한 문건 입수설에 대해서도 거듭 "(언론 보도전) 문건은 당연히 보지 못했다"며 "그런 보고서가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뒤 여기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고 기자회견에서 (내가) 문서 공개를 요구한 것이다. 오히려 이 캠프가 내게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캠프가) 연이어 터지는 부동산 차명 보유 의혹을 덮으려 온갖 호들갑을 떨고 있다"며 "이성을 잃고 날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후보 선대위의 김재원 대변인도 "적과 내통을 했다니, 그러면 '적'이 누구냐, 수자원공사를 말하는 것이냐"고 이 후보 측을 비꼬았다. 이어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해야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겠느냐"며 "평정심을 찾아서 표현을 해주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당 지도부에 대한 서운한 기색도 엿보였다. 이날 김형오 원내대표는 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유승민 의원을 향해 "그쪽(박 후보측) 당사자는 실수하고 잘못한 것에 대해 시인하고 바로 사과를 하라"며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는 것은 문제를 오히려 꼬이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재원 대변인은 "(이 캠프측 대응에 대해) 뭐라고 꾸짖고 싶어도 그러면 당 지도부가 또 문제 삼을까 싶어서 참고 있는 것"이라며 "(김 원내대표의 사과요구도) 사실관계를 잘못 알고 그렇게 말하신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도 "나는 실수도, 잘못도 한 적이 없다. 시인할 것도 없다"며 "(당 지도부가) 팩트를 잘못 알고 MB(이명박)측 논리에 휘말려 이런 (사과하란) 소리를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박 캠프 "부동산 의혹,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야" 압박

박 캠프는 이 후보의 부동산 차명 보유 의혹이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고 재차 압박했다.

특히 김재원 대변인은 "현 상황에서 고소 취소는 온당치 않은 얘기"라며 검찰 수사에 기대를 걸었다.

그는 "설사 고소를 취소해 검찰 수사가 중단돼도 당에서 최소한 (이 후보 처남) 김재정씨와 (큰형) 이상은씨를 불러 조사하고 그들의 부동산 보유목록, 계좌추적자료 등도 제출 받아 철저히 의혹을 밝혀야 하지만 그러기 어려운 상황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어 "당 검증위는 후보를 일단 보호해야하니 차명재산으로 볼 근거가 없다고 결론 낼 가능성이 높다"며 "(제대로 의혹 규명이 안된 채) 이 후보가 당의 대선 후보가 되면 여권의 공세에 견뎌내겠느냐. 적에게 심장을 내놓고 쪼아먹히길 기다리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래저래 '말발' 안서는 지도부

한편, 이에 앞서 당 지도부는 이날도 거듭 양쪽에 사과와 자제를 당부했지만 '말발'이 먹히지 않았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박 후보측에는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라", 이 후보 측에는 "공작정치 수준으로까지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권유했다.

그러나 박 후보측은 "수자원공사 보고서가 있다는 사실을 언론보도에 앞서 알게 된 점이 크게 사과해야 할 일인지 재고해달라"며 거부했고, 이 후보 측은 "박 후보측이 적과 내통한 이적행위를 했다"고 공세의 강도를 높였다.

또 이 후보측은 전날 강재섭 대표의 '캠프 차원의 외부기관 방문 자제령'을 무시한 채 대운하 보고서 유출건을 수사중인 경기지방경찰청을 찾아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태그:#이명박, #박근혜, #대운하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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