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펼쳐진 그의 행위예술은 '분노의 문제-중독되고 중화되며 신선해지고 정화되다-삶 : 전쟁터'라는 연속적 3개 틀로 구성된다. 우선 '인간이란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철학적이면서 포괄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각 틀은 감정이나 인생목표 등 구체적인 주제에 집중한다.
첫 번째 틀에서 분노를 우리의 문제로서 인정하고, 두 번째에서는 문제 해결법을 모색하며, 마지막 행위를 통해 우리 내부를 지배하는 부정적 에너지와 삶의 방식을 바꾸는 법을 포함하는 긍정적인 길을 향한 방향타를 제시하게 된다.
사실 이 퍼포먼스를 보면서 예전에 봤던 오노 요꼬의 행위예술 작품이 생각났다.
무대 위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요꼬는 관람객들에게 한 명씩 올라오게 한 후 앞에 놓인 가위를 들고 자신이 입은 옷의 일부를 잘라내게 한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그 동작을 반복한다. 나중에는 거의 벌거숭이가 된 요꼬의 몸만 무대 위에 남는다. 하지만 그런 모습으로 관중들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요코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눈빛을 보고 있자면 정작 상처로 얼룩진 피해자보다는 상처를 가한 이들이 더욱 애처롭고 측은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사실 남에게 가해를 하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상처받은 영혼일 것이다.
더레 다이안 현의 퍼포먼스도 거의 맥락을 같이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누구나 지나온 세월을 거치면서 마음의 상처를 갖고 산다. 어쩌면 인간으로 태어난 우리가 모두 상처를 받기도 또 주기도 하는 존재가 아닐까.
마음을 정화한다는 의미로서 모두 차를 한 잔씩 마신다. 그리고 둥그렇게 둘러서서 원을 그리고 양초에 불을 붙인 후 옆 사람들에게도 불을 붙여준다. 서로에게 긍정적인 힘을 불어넣어 주기 위한 의식이기도 하다.
참가자가 모두 초에 불을 밝힌 후 마음을 모아 각자 자신의 분노와 상처를 어루만지는 의식을 갖는다. 사람들이 그 촛불을 모두 함께 끄는 것으로 퍼포먼스가 끝났다.
엄숙했던 갤러리는 공연이 끝나자 활기찬 파티장으로 변했다. 삼삼오오 모여 퍼포먼스 얘기들도 하고 기념사진 찍느라 북적북적하다.
분노와 좌절,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싶은 이들을 위해 이런 퍼포먼스는 계속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