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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재 오르는 길에 있는 나무 장승
ⓒ 이상기

월항삼봉의 산행 들머리는 미륵사지이다. 미륵사지를 구경한 다음 넓은 절터를 왼쪽으로 돌아 하늘재로 오르는 길을 가다 보면 나무로 만든 장승이 나온다. 이곳에서 왼쪽 하늘재 쪽으로 가지 않고 똑바로 길을 오르면 미륵대원사가 나온다. 미륵대원사는 최근에 생긴 절로 석재를 깎는 등 불사가 한창이다. 절 입구에서 왼쪽 산 방향으로 길이 나 있어 자연스럽게 등산로와 연결된다.

그러나 미륵사 절 뒤로 해서 미륵대원사로 오르는 지름길도 있다. 과거에는 이 길이 주된 통로였으나, 대원사에 차가 다닐 수 있도록 미륵사지 왼쪽으로 길이 나면서 이 길이 희미해졌다. 미륵사 절의 남쪽에서 북쪽으로 귀부, 5층석탑, 석등, 석불입상을 보고 석불입상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돌아가 언덕에 오른 다음 대원사로 올라갈 수 있다. 이곳 석불입상 뒤 언덕에서 미륵사지를 내려다보는 일은 우리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 석불입상 뒤에서 본 미륵사지
ⓒ 이상기
전설에 따르면 신라의 마지막 왕자와 공주인 마의태자와 덕주공주가 아버지인 경순왕이 고려에 나라를 넘겨주자 금강산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하늘재를 넘어온 이들 남매는 이곳 월악산 골짜기가 마음에 들어 이곳에 머물며 절을 짓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오빠인 마의태자는 월악산 남릉에 미륵사를 짓고, 동생인 덕주공주는 월악산 덕주골에 절을 짓는다. 마의태자는 절과 함께 석굴 조성에 착수했고, 덕주공주는 마애불 조성을 시작했다. 이들 남매는 이 일을 하면서 나라 잃은 슬픔을 잊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미륵사 석불입상은 북향하고 있고, 덕주사 마애불은 남향하고 있다. 서로를 바라보기 위해.

미륵대원사를 지나 월항삼봉 쪽으로 오르는 산행길은 처음에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 처음 잠깐 계곡을 지나가는 것 같다가 이내 능선으로 오른다. 능선을 오르다 뒤를 돌아보면 골짜기로 미륵사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약 30분쯤 오르면 끝이 뾰족한 바위가 하늘을 향해 솟아 있다. 사람들은 이 바위를 칼바위라고 부른다. 이곳을 지나 7-8분을 오르면 칼바위보다는 부드러운 입석이 또 나타난다. 이곳에서도 북쪽으로 미륵사지가, 북동쪽으로 포암산이 아주 가까이 보인다.

▲ 월항삼봉 오른 길에 만난 칼바위
ⓒ 이상기
▲ 칼바위를 지나 있는 문바위
ⓒ 이상기
다시 7-8분을 오르면 양쪽으로 바위가 있어 그 사이로 통과해야 한다. 이 바위를 문바위 정도로 이름붙이면 좋을 것 같다. 칼바위에서 문바위까지는 암릉이 많아 조심해야 하지만 산행의 묘미를 즐길 수 있어 재미있기도 하다. 문바위를 지나 남쪽 방향으로 약 10분쯤 산을 오르면 782m 봉우리에 도착한다. 이곳까지는 대개 북쪽으로 미륵리와 송계계곡이, 동쪽으로 포암산 문경읍 관음리 쪽이 보인다.

그러나 782m 봉우리에 오르면 남쪽으로 부봉과 주흘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곳에서 15분쯤 완만한 흙길을 오르면 부봉에서 월항삼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길과 만나게 된다. 이곳 갈림길에는 대간을 지나간 사람들이 붙여놓은 오색의 리본들이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그리고 백두대간 길은 사람이 하도 많이 다녀서 그런지 산길치고는 대로이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접어들어 약 15분쯤 평탄한 대간길을 걸으면 월항삼봉 정상에 이르게 된다.

▲ 2002년에 세워진 탄항산 표지석: 탄항산은 월항삼봉의 다른 이름이다.
ⓒ 이상기
월항삼봉 정상에는 산들모임 산악회가 2002년 11월에 세운 탄항산(炭項山: 856m)이라는 표지석이 서 있다. 월항삼봉과 탄항산, 이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보아야겠다. 월항이나 탄항이나 목 항(項)자가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목 항자는 고갯마루가 있는 곳에 많이 사용된다. 그렇다면 월항의 월은 지금처럼 달 월(月)이 아니라 넘을 월(越)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월항산을 순우리말로 고치면 고개넘이 산이다. 거기에 삼봉이 된 것은 세 개 봉우리일 수도 있고, 삼(蔘)이 많이 나는 봉우리일 수도 있다. 그리고 탄항의 탄은 숯 탄(炭)자를 사용한다. 그렇다면 탄항산은 순우리말로 숯고개 산이다.

또 한 가지 높이의 문제이다. 책마다 높이가 조금씩 다른데 월항삼봉의 높이가 847m(<전국 산악 국립공원 가이드>. 조선일보사 2001), 851m(<아름다운 충북의 명산>. 충청북도 관광협회 1997), 856.7m(<백두대간 종주 산행>. 조선일보사 1997)로 되어 있다. 현장을 살펴보니 현재 탄항산이라는 표지석이 설치된 곳은 851m로 보는 것이 맞다. 왜냐하면 표지석이 있는 곳으로부터 동쪽으로 5분쯤 가면 조금 더 높은 바위지대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월항삼봉 정상은 856.7m 바위지대로 보아야 한다.

▲ 백두대간 능선 상의 고인돌 바위
ⓒ 이상기
월항삼봉 정상에서는 남쪽으로 주흘산 주봉과 영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하늘재까지는 40분 정도 걸리는 평탄한 내리막길이다. 월항삼봉에서 10분쯤 가면 고인돌바위가 나온다. 두 개의 바위가 고인 것처럼 얹혀 있어 그런 이름이 붙은 것 같다. 고인돌바위를 왼쪽으로 돌아 약 20분쯤 가면 산에서는 보기 어려운 모래 사구가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앞으로 나갈 포암산 방면과 지금까지 지나온 월악삼봉 줄기를 조망할 수 있다.

▲ 모래 사구 위에서 바라 본 포암산
ⓒ 이상기
이곳에서 10분쯤 가면 오른쪽으로 헬기장이 나오고, 다시 5분쯤 가면 충북과 경북의 경계를 이루는 하늘재가 나온다. 하늘재는 서쪽의 수안보면 미륵리와 동쪽의 문경읍 관음리를 나눈다. 관음이 현세의 부처라면 미륵은 미래의 부처이다. 하늘재에는 문경시에서 계립령 유허비를 세워 놓았다. 이 길이 신라 때부터 고려 때까지 많이 이용되었으며, 조선 초 새재가 개척되면서 그 의미가 낮아졌다고 유허비는 적고 있다.

이곳 하늘재에서 미륵사지까지는 다시 30분이 걸린다. 내려오는 길에 길 옆에서 산성의 흔적을 볼 수 있고 또 백자 가마터도 만날 수 있다. 산성은 문이 제대로 갖춰진 피난 및 주둔용 산성이라기보다는 차단과 방어의 역할을 하는 일시적인 방어성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백자 가마터에서는 지금도 하얀 도자기 조각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아마 근래까지도 도자기를 만들었던 모양이다. 문경 지역에 지금까지도 막사발을 만드는 가마들이 많은 것을 보아 이곳도 그런 가마터 중의 하나였을 가능성이 높다.

▲ 하늘재에서 내려오다 만난 백자가마터
ⓒ 이상기

덧붙이는 글 | 월악산 국립공원 지역의 자연 지리, 인문 지리를 소개하는 글을 쓰려고 한다. 그리고 월악산을 등산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보도 실을 것이다. 지난 5월부터 월악산 남릉 산행을 시작했고, 동쪽과 서쪽 능선으로 산행을 확대하고 있다. 15회 정도 연재할 예정이다. 가능하면 가을까지 월악산 전체를 다뤄보고자 한다. 그러면 연재회수도 늘어날 것이다.


태그:#월항삼봉, #탄항산, #칼바위, #문바위, #고인돌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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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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