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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 바닷가의 멋진 모습
안면도 바닷가의 멋진 모습 ⓒ 이인옥
여름, 갈매기가 춤을 추고 하얀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젊은 날, 은빛 모래사장에서 하얀 조가비를 찾아 헤매던 아련한 추억들은 가끔씩 바다를 그리워하는 이유가 된다. 이제는 바다에서 멋진 추억을 만들기 보다는 옛 추억을 들고 가, 하나 둘 떠올리며 생각을 더듬는 나이가 되었다.

바다는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반긴다. 그래서 바다는 찾는 이들이 쏟아내는 이야기를 들으며 심심하지 않게 살아간다. 친정어머니가 시집간 딸을 기다리듯 바다는 늘 그렇게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살아가면서 가끔씩 바다가 보고파 달려오면 바다는 넓은 가슴으로 보듬어 안곤 한다. 바다를 보면 가슴이 후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멀리 등대가 손짓하는 바다에 석양이 물들고
멀리 등대가 손짓하는 바다에 석양이 물들고 ⓒ 이인옥
멀리 보이는 등대가 손짓하는 바다에는 그 옛날 가슴 설레던 기억들이 갈매기처럼 날아올라 낭만을 부르기도 한다. 학창시절에 찾은 바다는 친구들과 낭만을 낚는 우리들의 낚시터였다. 낚고 또 낚아도 끊이지 않는 낭만을 바다는 어머니처럼 앉아 우리들에게 넘치도록 안겨주곤 하였다. 지금 그 친구들은 도시에서 중년의 여인으로 중후한 멋을 풍기며 살아가고 있다.

가끔씩 친구들과 전화로 통화를 하다보면 학창시절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러면 우리 언제 바다에 같이 가보자는 의견이 모아지는데 마음뿐이다. 이미 혼자가 아니기에 마음대로 어디든 달려갈 수 있는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편과 아이들, 집안일, 그리고 직장 등등 혼자서 해야 하는 역할이 많기 때문에 자유부인은 꿈으로 끝나고 만다.

바다를 담고 있는 멋진 사나이
바다를 담고 있는 멋진 사나이 ⓒ 이인옥
친구들과 추억을 만들었던 바다를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찾았다. 가을날씨처럼 청명한 날에 찾은 안면도 바닷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바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탁 트인 수평선 너머로 은빛 여울이 출렁인다. 파란 하늘에 멋진 그림을 그리는 뭉게구름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바다와 손을 잡고 흥겨운 노래를 부르는 곳, 그 바다에 나도 동행을 하며 가슴 가득 즐거움을 담아본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바닷가를 걷는 연인의 모습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바닷가를 걷는 연인의 모습 ⓒ 이인옥
바다를 바라보며 사람들은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세월에 떠밀려 접어야 했던 꿈과 낭만을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꿈꿔 온 바를 이룬 사람들은 고마운 마음을 바다와 함께 나누겠지.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적어 바다에 띄우며 현실에서 느껴지는 삶의 무게를 내려놓을 것이다. 바다는 묵묵히 그 많은 사연들을 읽으며 사람들에게 가벼운 마음으로 희망을 안고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리라.

바다를 바라보는 연인의 아름다운 모습
바다를 바라보는 연인의 아름다운 모습 ⓒ 이인옥
다정한 연인이 손을 잡고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이 보인다.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멋진 모습이다. 또 한쪽에는 아이와 엄마가 손을 잡고 바다를 놀이터 삼아 다정하게 놀고 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엄마와 아기가 나누는 대화를 엿듣는 바다는 잔잔한 파도를 일으키며 그들에게 간지럼을 태운다. 까르르 웃는 아가의 모습을 대견한 듯 바라보는 엄마의 인자한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갈매기의 무리가 붉게 물든 하늘을 수놓으며 운치있는 바다풍경을 그리는 모습
갈매기의 무리가 붉게 물든 하늘을 수놓으며 운치있는 바다풍경을 그리는 모습 ⓒ 이인옥
저녁노을을 찍기 위해 꽃지해수욕장을 찾았다. 여기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손에 손을 잡고 바다와 어울려 놀고 있었다. 다른 해변과 조금 다른 것은 사진작가들이 커다란 사진기를 들고 많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곳이 저녁놀을 담기에 좋은 장소인가 보다.

몇 달 전부터 남편이 꽃지해수욕장으로 저녁놀을 찍으러 가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그래서 벼르고 별러서 찾아왔는데 역시나 우리보다 먼저 온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할매, 할배 바위를 배경삼아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도 바다와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사진작가가 된 양 들떴다. 바다는 정말 멋진 모델이 되어주었다.

행글라이더가 공중을 날며 바다를 찾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다.
행글라이더가 공중을 날며 바다를 찾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다. ⓒ 이인옥
저녁 놀 속으로 날아오른 행글라이더가 이색적인 바다 풍경을 그린다
저녁 놀 속으로 날아오른 행글라이더가 이색적인 바다 풍경을 그린다 ⓒ 이인옥
갑자기 주위가 시끄럽더니 행글라이더가 날개를 펼쳐들고 사람들의 머리위로 날아다니다 사라졌다. 잠시 후, 이번에는 하나가 아니고 두개, 세 개가 짝을 이루며 갈매기처럼 공중을 훨훨 날아다닌다. 여기저기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낮게 비행하던 행글라이더에서 보답이라도 하는 듯 조종사가 손을 흔든다. 바다에서 보는 색다른 모습이 즐거움을 더해준다.

석양속 사람들의 모습이 그림같은 바다의 풍경을 만든다.
석양속 사람들의 모습이 그림같은 바다의 풍경을 만든다. ⓒ 이인옥
어느 새 해는 붉은 노을을 그리며 서서히 떠날 채비를 한다. 바다에 석양이 드리워지자 멋진 모습이 연출되었다. 카메라맨들이 멋진 장면을 사진에 담기 위해 자리를 잡느라 우왕좌왕한다. 다소 들뜬 기분으로 사진을 찍는 그들의 틈새에 끼어 나와 남편도 환상적인 석양을 그리는 바다를 배경삼아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가끔씩 사진은 어떻게 찍어야 한다는 남편의 강의를 들으며 저녁놀이 붉게 드리워진 바다에 우뚝 선 할매, 할배 바위를 정신없이 찍어댔다. 딸도 어느 새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러다 사진작가 가족이 되는 건 아닌지 즐거운 상상도 해본다.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여행의 목적이 된다. 거기다 이렇게 같은 취미를 가지고 여행지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행복이다.

머지않아 이곳엔 해수욕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가득 찰 것이다. 지금도 때 이른 더위를 참지 못하고 바다에 뛰어든 사람들이 눈에 띄는데 다가 올 피서 철에는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많은 사람들로 붐비며 지금과는 전혀 다른 여름바다의 풍경을 그려낼 것이다. 그때 우리가족도 다시 이 자리에 서 있을지도 모르겠다.

바다를 사진에 담고 나오는 부녀의 정겨운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바다를 사진에 담고 나오는 부녀의 정겨운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 이인옥
단순히 바다를 즐기러 찾아간 것은 아니었다. 바다와 하나가 되어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각양각색으로 그리는 바다의 멋진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올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비록 단 하루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안면도 바다에서 건져 올린 감동은 평생을 두고두고 꺼내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추억을 남겨주었다. 6월의 바다가 들려주는 노래 소리를 들으며 모처럼 가족과 함께 낭만을 만끽해 본다.
#충남 연기군#안면도#바다#할매#할배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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