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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 전시장 가는 날', '한국국제아트페어' 등 아트페어가 올봄 성황리에 개ㆍ폐막했다. 특히나 6만5천여 명이라는 관람객이 찾은 '한국국제아트페어'는 지난해보다 두 배 커진 175억원이라는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한국화랑협회는 지난해 국내 미술시장 규모를 약 3천억원대로 추산하면서 올해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는 9시 뉴스에서도 "부동산 대신 미술작품에 투자하라"는 말을 왕왕 접할 수 있다. 미술과 시장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돈독해진 것이다.

한 일간지에서 미술 전문가 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결과를 보면 올해 미술계의 활황이 2~10년 정도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활황세를 마냥 긍정적으로만 바라보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부동산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야기됐던 거품론이 미술계에서도 점점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달에 열렸던 '세계 미술시장 현황 및 전망' 컨퍼런스에서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 소장은 한국의 미술시장이 부동산 투자 억제와 대체투자 붐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면서 "국내 미술시장의 빈약한 정보는 밀려오는 자본력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한 채 쏠림 현상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서진수 교수는 특히 국내 경매시장의 괄목할만한 성장을 주목격려하면서도 여전히 폭넓은 작가군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경매시장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는 박수근, 김환기, 이우환, 천경자 등 '톱 10 작가' 작품의 경매낙찰액이 총 경매낙찰액의 40.8%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유명 작가의 작품이라면 아예 작품을 보지 않고도 구매해버리는 '묻지마 투자' 현상 또한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실례로 한국국제아트페어에서는 웬만큼 이름이 알려진 작가의 작품이 전시장에 걸리기도 전에 전화 예약만으로 대부분 판매가 완료됐다. 단기차익을 보려는 투기성 구매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눈먼 돈'이 모여 '세컨더리 마켓'(Secondary Market, 2차 시장)이어야 할 경매시장을 '프라이머리 마켓'(Primary Market, 1차 시장)으로 둔갑시켜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지적은 유효하다. 또한 경매시장이 미술계의 양극화를 조장한다는 다수의 작가와 중소화랑의 불만도 설득력 있다.

지난 8일 런던에 기반을 두고 있는 미술시장 분석회사 '아트택틱'은 미술품 판매상과 경매전문가, 수집가 등 전문가 180명을 대상으로 미술시장 동향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6개월 전과 비교해 미술시장의 위험도를 나타내는 수치가 19%로, 투기성을 나타내는 수치가 15%로 증가했으며, 향후 미술시장 전망에 대한 질문에서도 '중립' 의견이 27%에서 46%로 증가했다. 1990년대 고가 현대미술 작품들의 가격을 반토막으로 만든 거품 붕괴가 또다시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국내 미술시장의 변천 과정이 뉴욕 미술시장의 변천 과정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이러한 진단을 먼 나라 이야기로만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전했다. 거품 붕괴의 위험 앞에서 국내 미술시장도 예외일 수 없다는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컬처뉴스>(http://www.culturenews.net)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태그:#미술시장, #미술시장 거품론, #미술품 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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