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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2002년 꽃다지, 노찾사 출신과 함께 밴드 '가객'을 만들어 보컬로 활동한 박창근이 5년여만에 서울에서 공연을 펼친다.
ⓒ 박창근
지난해 박중훈과 안성기가 주연을 맡은 영화 <라디오스타>는 변방의 힘을 보여주었다. 한물간 퇴물 가수, 인구 5만도 안되는 강원도의 조그만 도시, TV에 밀려 매체로서의 힘이 많이 떨어진 라디오…. 이 요소들이 만나 심드렁하게 시작한 드라마는 어느 순간 전국을 강타한다.

전국의 시청자들이 영월에서 쏘는 라디오 방송에 열광하고, 서울의 큰 매니지먼트사가 한물간 가수에 주목한다.

변방의 재발견이었다. 화려하고 상업적인 중앙 문화에 비해 변방엔 자유로움과 인간미가 가득했다. 중앙의 유혹에 변방은 크게 흔들리지만, 주인공들은 결국 변방으로 돌아온다. 변방은 중앙으로 진출하지 못한 퇴물들의 집합소로 여겨진 세태에 가한 한 방이었다.

대구 가수 박창근은 <라디오스타>의 최곤(박중훈)을 떠올리게 만든다. 대구는 물론 영월보다는 훨씬 크지만, 서울을 벗어나면 오십보백보인 지방에서 93년부터 줄곧 가수 생활을 해오고 있다. 벌써 14년째. 힙합, 락, 발라드가 지배하는 가요계에서 통기타와 하모니카로 무장한 포크 가수, 육식 소비량 세계 10위를 자랑하는 나라의 채식주의자 등 그의 색깔은 이색적이기만 하다. 그런 그에게 사람들은 '변방 속 변방 가수'란 별명을 붙였다.

2001년 꽃다지, 노래를 찾는 사람들, 클럽 락밴드 출신 연주인들과 함께 밴드 '가객'을 만들어 보컬로 활동했는가 하면, 그의 2집 음반은 2005년 한국대중음악상선정위원회가 뽑은 상반기 명반 13개 중 하나에 선정된 바 있다. 음악성은 나름대로 인정받았지만 그의 자리는 여전히 '변방'이다.

동대구역에서 9년 동안 거리공연을 하고, 작은 텃밭을 가꾸는 등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의 모습에 주목하는 사람은 아직까지 극소수다. 적어도 <라디오스타>의 최곤과 박창근의 거리는 꽤 멀다. 그의 노력이 부족했거나, 영화와 실제는 다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아무튼 그가 '변방의 기운'을 모아 서울 공연을 펼친다. 올해 1월 대구에서 3일동안 연속 공연을 한 뒤, 3월 강원도 동해를 거쳐 6월 2일 서울 입성이다. 홍대 클럽 '빵'(4시, 7시30분)이 그가 노래할 무대. 대구에서 '잊혀지다'라는 주제로,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노래한 그는 동해에선 '또 하나의 봄을 이야기'하며 희망을 불씨의 지폈다.

이번 공연 제목은 '접선'. '당신과 접선을 시도합니다. 뚜뚜 뚜뚜뚜...'라는 부제를 보면, 그의 이번 공연 주제는 당연히 '대화'다. '대화'는 그의 오랜 화두이기도 하다.

'그땐 왜 몰랐을까' '우린 무엇을 찾아 이 세상을 찾아왔나' '우린 왜 아침을 기다리는지' '운명' '그대에게 이 마음 전하고파' '그들의 FTA' 등 신곡 위주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날 불려질 노래들 중 상당수는 3집에 실릴 곡들이다. 노브레인, 델리스파이스, 허클베리핀과 함께 '대한인디만세-한국인디음악 10년사'에 실린 연영석이 초대손님으로 나온다.

그는 "끊임없이 대중들과 소통을 시도하지만 여전히 변방에 머무른 것은 음악의 실패가 아니냐"는 물음에 "고민하고 있다"라면서 속내를 내비쳤다. 대중가수를 표방했지만, 여전히 소수의 마니아를 거느린 현재의 모습에 대해선 다소 당혹스러워한다.

아무튼 상당수 대중은 그의 이름을 모르고, 그보다 더 많은 대중은 그의 노래를 들어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노래를 접한 몇몇 관객들은 그의 노래에 열광한다. 김광석의 음색을 닮은 듯한 미성에 담긴 거친 가사는 묘하게 부딪히면서도 잘 어울린다. 비슷비슷한 노래에 식상하다면, 변방의 소리에 한 번 귀기울여보는 게 어떨는지.

"나는 박창근의 음반을 친구들에게 선물하곤 했다. 그의 홈페이지에 가서 주문하거나 친구 주소로 보내달라고 하면 된다. 집에 친구가 오면 그의 노래를 들려주곤 했다. 블로그에서도 내가 그의 팬임을 자주 고백했다.…내가 유난히 박창근의 노래들을 좋아하는 건 그 전반적인 기운이 래디컬(급진적인)하기 때문이다. 가사, 작곡, 연주, 노래 무엇 하나 부족한 게 없는 완벽함 뿐만 아니라 이 세상과 삶에 대한 성찰도 치열하고 우리가 추구해야할 가치와 생각해야할 문제들에 대한 태도도 진지하다."-청수(lastmarx)의 블로그에서

"<라디오스타> 최곤은 10대 가수 출신...나하곤 달라"
[작은인터뷰] 서울순회공연 준비하는 가수 박창근

-<라디오스타>의 최곤은 변방에 있다 전국적인 성공을 거둔다. 그런데 박창근씨는 여전히 변방에 있다. 영화와 현실은 다른 것인가.
"내 노력이 부족했을 것이다. 영화와 현실이 다르기도 할 것이고. 그런데 이런 차이점이 있다. 최곤은 비록 현재 변방에 있지만, 과거 10대 가수 출신으로 중앙에 오랫동안 있었다는 점이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변방이었다. 그 점이 큰 차이점이라고 본다."(하긴, 7080의 주역들도 지금은 추억의 가수 취급받지만, 한 때는 그들도 당당한 중앙의 주역들이었다.)

-'접선'이라는 제목이 재미있다. '간첩 접선'도 생각나고.
"나는 내 노래를 대중가요라고 말하는데도 사람들은 각기 자기 생각에 따라 내 노래를 받아들이는 것 같다. 운동권 가요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환경노래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고. 중요한 것은 기분 좋게 받아들이느냐이다. 내 노래에 대한 느낌은 다 다르지만 마음이 동하는 분이라면 모두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공연 제목 '접선'엔 그런 내 소망이 담겨 있다."

-고정팬들은 많지만, 새로운 팬들이 안생기는 것 같다. 그렇다면 소통에 실패하고 있는 것 아닌가. 찾아오게 만드는 공연도 좋지만, 찾아가는 공연도 많아져야 한다고 본다.
"고민이다. 10년여 동안 대구에서 거리공연을 한 것도 그렇게 만나고 싶어서였는데, 쉽지가 않았다. 동해,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공연을 갖는 것도 찾아간다는 의미가 있다. 노래에 내용을 담더라도 찾아가는 방식은 좀더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가수가 지방 순회공연을 하는 경우는 많은데, 지역에서 활동하는 가수가 서울로 순회공연 오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사실 좀 무모한 시도였다.(웃음) 좀더 많은 분들을 만나고 싶어 수도권 공연을 결심한 것이다. 용기를 낸 것이다. 2001년, 2002년 서울 인천에서 활동하다 내려갔으니 5-6년만에 서울을 찾은 것이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평가해주셨으면 한다." / 김대홍

태그:#박창근, #변방, #라디오스타, #박중훈, #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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