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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앞에 가득한 연등: 앞에 보이는 건물은 남훈루
대웅전 앞에 가득한 연등: 앞에 보이는 건물은 남훈루 ⓒ 이상기
공양간을 지나 계단을 오르니 대웅전 앞마당에 하얀 연등이 가득하다. 마당 한쪽에서는 등 접수가 한창이다. 사실 등 값을 내고 주소를 쓰고 소원을 비는 간단한 과정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네 같은 보통 사람들의 염원이 켜켜이 쌓여 있다. 그리고 원주실 옆의 기둥에는 오늘 있을 봉축법회의 식순이 내걸려 있다. 그것을 보고 올해가 불기 2551년임을 알 수 있다.

원주실 옆 기둥에 걸린 봉축 법요식 순서
원주실 옆 기둥에 걸린 봉축 법요식 순서 ⓒ 이상기
대웅전 안과 밖에는 법회에 참석하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법당 앞에는 모셔진 애기 부처님의 몸을 씻어주느라(灌佛) 신도들이 줄을 서 있고, 법당 안에는 석가모니불을 연호하는 스님의 염불이 끝없이 이어진다. 신도든 아니든 많은 사람들이 대웅전으로 몰려들어 봉축법요식을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다.

대웅보전 안에 모셔진 석가모니 부처님은 아주 근엄한 모습으로 앉아 있다.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인지 흐트러짐이 없는 자세다. 이에 비해 법당 앞에 모셔진 애기부처님은 아주 작고 예쁘다. 오른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는 모습이 귀엽기 이를 데 없다. 이 부처님이 자라서 큰 부처가 된 걸까?

대웅전 앞마당에는 하얀 연등이 가득 걸려 있고,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정말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파란 하늘과 하얀 연등의 조화, 그게 바로 부처님께 다가가는 인간의 마음이다. 또 부부가 함께 정성들여 등을 거는 순수한 마음은 부처님의 마음이다. 대웅전 옆 섬돌에서 천진하게 노는 아이들의 마음도 역시 부처의 마음이다. 마음이 곧 부처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현재 봉암사의 중심 건물은 대웅보전이다. 대웅전 서쪽에는 조사전이 있고, 남쪽에는 남훈루가 있다. 서남쪽으로는 금색전이 있고 그 앞에 3층 석탑이 있으며, 서북쪽으로는 지증대사 적조탑과 탑비가 세워져 있다. 이들 건물과 탑이 봉암사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대웅전 본존불의 근엄한 모습
대웅전 본존불의 근엄한 모습 ⓒ 이상기
대웅전 앞 애기부처의 귀여운 모습
대웅전 앞 애기부처의 귀여운 모습 ⓒ 이상기


















그러나 이들 건물은 모두 6·25사변이 끝난 후에 새로 지어진 것이다. 1955년 금색전이 지어졌고, 1980년대 들어 다시 중창 불사가 시작되었다. 남훈루와 태고선원, 대웅보전 등이 이때 지어졌으며, 1992년에야 봉암사 도량은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므로 봉암사 건물은 역사적인 면에서나 건축학적인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봉암사의 역사는 이곳을 거쳐 간 큰 스님들을 통해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신라말 희양산문을 연 지증대사, 중창불사를 통해 당시 최고 최대의 절을 만들었던 정진대사, 조선초 이곳에서 <원각경소>를 저술한 함허당 기화 스님, 조선 중기의 환적당과 상봉대사, 해방 후인 1947년 봉암사 결사를 만든 성철, 청담, 자운, 우봉 스님 등이 봉암사의 역사를 새롭게 쓴 분들이다.

현재도 이들 조사 스님들이 이룩한 깨달음과 가르침에 도달하기 위해 100여 명의 납자들이 정진하고 있다고 하니 기대를 해봐야겠다.

지증대사 적조탑의 모습
지증대사 적조탑의 모습 ⓒ 이상기
지증대사 도헌(道憲) 스님의 흔적은 바로 대웅전 옆에서 찾을 수 있다. 적조탑과 탑비 두 기가 나란히 서 있는데, 탑은 화려하고 탑비는 섬세하다. 이것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탑돌이를 한다. 탑과 탑비가 비각 안에 모셔져 있고 목책으로 둘러쳐 있어 가까이서 볼 수 없는 게 유감이다. 그러나 약 1,100년의 역사를 뛰어 넘어 지증대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게 보통의 인연은 아니다.

금색전과 3층석탑의 모습
금색전과 3층석탑의 모습 ⓒ 이상기
그래서인지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얼굴 표정은 진지하고 마음은 불심으로 가득 차 있다. 그들 모두는 탑에 새겨진 조각에서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 관심 있게 들여다본다. 그들은 우선 탑의 정교한 조각기법에 감탄을 하면서도, 그것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잘 몰라 난감해 한다.

기단부 8면 조각상: 왼쪽의 것은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사람이고 오른쪽은 비파를 연주하는 사람이다.
기단부 8면 조각상: 왼쪽의 것은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사람이고 오른쪽은 비파를 연주하는 사람이다. ⓒ 이상기
ⓒ 이상기


지증대사 적조탑은 8각 원당형이니 기단부에 8면의 조각이 있다. 정면 가운데 문장처럼 보이는 조각이 보이고, 좌우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사람, 비파를 연주하는 사람, 피리를 부는 사람이 살아있는 듯 움직인다.

그 위 탑신부 역시 팔각원당형으로 가운데 자물쇠인 문비(門扉)를 중심으로 4천왕이 호위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옥개석으로 불리는 지붕돌에는 서까래 모습까지 표현되어 있다. 중요한 건 불심이니 탑에 대해서는 이 정도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문경 봉암사를 찾았다. 조계종의 대표적인 수도도량으로 초파일에만 문을 연다고 해서 어렵게 갈 수 있었다. 부처님 오신날 봉암사 풍경을 약 5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다. 그러한 풍경을 통해 봉암사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려 한다.


#대웅전#금색전#조사전#남훈루#희양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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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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