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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서울 용산 국방부 앞에서 열린 군부대 이전 반대 집회 중 산 돼지 다리에 줄을 묶어 찢어 죽이는 장면.
ⓒ 다음블로그뉴스 몽구
나는 동물애호가가 아니다. 그리고 생명에 대한 사랑을 뭇사람들에게 설파 할 만큼의 수양도 갖추지 못했다. 또 살아있는 모든 것은 소중하다는 부처님 말씀에 동감 하면서도 수시로 생명을 죽이는 일에 동조하거나 참여 하고 있다. 고기를 먹는 다는 것 자체가 이미 살육의 현장에 참여 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개고기 논란이 벌어졌을 때 침묵 할 수밖에 없었다. 한때 견공을 한 식구처럼 여기고 살았지만 감히 개고기를 먹지 말자는 대열에 합류 할 수 없었다. 또, 전염병이 돌아 가축에 대한 대량 살상이 벌어 질 때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 가슴 밑바닥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목구멍으로 무엇인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래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난 사회 구성원으로서 전염병을 몰아내자는 대열에 합류하고 있었기에.

그러나 이번에는 아니다. 굳이 가슴속에 있는 분노를 억눌러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집회 장소에서 아기 돼지의 사지를 공개적으로 찢어 죽였다는 기사를 보았을 때 내 눈을 의심했다. 아기 돼지하고 시위대가 주장하는 것이 무슨 연관이 있기에 그런 끔찍한 일을 공개적으로 저질렀는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기사를 계속 읽다보니 시위대의 의도가 눈에 들어왔다. 아기 돼지가 죽어 가면서 고통스럽게 지르는 비명 소리를 이천시의 현 상황에 빗대겠다는 의도였다. 그만큼 주민들의 심정이 절박하다는 것을 표현 하기위한 일종의 퍼포먼스라는 것이다.

아기돼지 능지처참 우발적 아니다

살아있는 아기돼지의 사지를 줄로 묶은 다음 그 줄을 당겨서 공개적으로 찢어 죽이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22일 오후 1시경이다. 용산전쟁기념관 앞에서 '군부대 이전 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던 이천 시민들이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 살아있는 돼지의 사지를 찢어 죽인 것이다.

이 자리에는 이천 시민 약 1500명과 이천시장, 하남시장, 이규택 한나라당 의원, 경기도와 이천 시의원이 참석해 있었다. 이날 행사는 이천 시민들로 구성된 '군부대 이전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주최로 열렸다.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동물사랑실천협회(이하 동사협)는 이천시청과 시의회에 강력 항의했다. 동사협은 동물보호법 제6조 '누구든지 동물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죽이거나 잔인하게 죽이거나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는 방법으로 죽여서는 안 된다'는 조항과 '누구든지 동물에 대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들어 행사 주최 측을 비난했다.

'비대위'는 파문이 확산되자 "부대 이전 예정지로 발표된 동네의 몇몇 주민들이 계획에 없던 돼지를 도살하는 퍼포먼스를 벌여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과 이를 접한 국민들을 놀라게 해드렸다"며 "비록 계획에 없던 일이라 해도 예방하지 못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기 돼지 '능지처참' 현장을 취재한 '몽구'라는 필명의 블로거가 전한 사건 진행 과정을 보면 이번 사건이 우발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규탄대회 중간에 무쏘 차 뒤 트렁크에서 군복을 입은 아저씨들이 쇠로 만든 상자 하나를 꺼내더군요. 뭔지 모르고 다가갔더니, 위에 조그맣게 숨 쉴 공간 사이로 아기돼지 한마리가 보였습니다. 무더위에 쇠로된 상자가 가열돼서 돼지가 침을 흘리며 간신히 숨을 쉬고 있었어요."

이 말에 따르면 아기 돼지는 더운 차 안에서 이미 실신 상태에 있었다. 아기 돼지를 능지처참 할 계획을 이미 세우고 있었다는 반증이다.

"군복을 입으신 분들이 상자를 들고 단상으로 올라가더니 갑자기 돼지발을 줄로 묶어 당기기 시작했어요. 돼지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자 한분이 와서 칼로 곳곳을 찢기 시작했습니다."

아기돼지의 사지가 찢어지기 쉽게 칼로 곳곳을 찢기 시작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 하는가? 치밀한 사전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일말의 거리낌 없이 행동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집회 현장에도 예절이 있다

사건 현장을 보지 못했기에 그 당시의 분위기를 언론 보도를 통해서 접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미루어 짐작컨대 아마도 집회 분위기는 우리가 그동안 자주 보았던 그런 분위기는 아닐 듯하다. 또, 같은 농민들이지만 생존권 보호를 위해 한미FTA를 반대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는 농민들의 집회와도 사뭇 다를 것이다. 아기 돼지를 찢어 죽인 사람들은 대부분 이천시 농민들이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시위를 벌이며 우리의 집회 문화를 주도 해온 노동자나 농민들은 자기의 몸을 태울 지언 정 살아있는 생명을 함부로 죽이는 '몰상식' 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집회가 폭력과 이기주의가 판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위대가 대중에게 인정을 받으려면 공익성과 겸손함을 동반한 예의범절이 있어야 한다. 때문에 자기를 희생하여 정당함을 주장하며 대중에게 호소하는 방식으로 진행 되는 것이 지극히 정상이다(자기를 희생한다는 것이 분신자살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시간, 노력 등).

그동안 수도 없이 많은 집회 현장을 카메라를 메고 다녀 보았지만 살아있는 생명을 이처럼 우습게 여기는 시위대를 본적이 없다. 또 이해 할 수 없는 것은 군부대가 마을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기 위해 집회 하는 사람들이 하필 군복을 입고 했다는 점이다. 군복을 입고 전쟁 기념관 앞에서 아기돼지를 능지처참 하며 도대체 무었을 주장하려 했던 것인가?

단언한다. 당신들의 시위는 이미 정당성을 잃었다. 아기 돼지를 그 무더운 날에 차에 싣고 서울 용산까지 온 순간 이미 정당성을 잃은 것이다. 당신들에게는 공공의 이익도 없고 겸손함도 없다. 그리고 생명에 대한 경외심도 없다. 이런 식이라면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집회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공공의 이익과 사회변혁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많은 시위대를 욕 먹일 우려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안양뉴스(aynew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천시, #이규택, #아기돼지, #시위, #군부대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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