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종묘대제는 세계적인 문화행사 중 하나다. 이를 증명하듯 해마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종묘와 종묘제례를 보기 위해 한국을 찾고 있다. 모두 알다시피 종묘대제는 조선시대 국가의 안녕과 왕실의 존엄성을 보이는 경건한 행사며 한국의 역사문화를 올바르게 알릴 수 있는 문화행사다.

행사장으로 이용하는 소비적인 문화유산 활용

그런데 현재의 종묘대제 행사는 보여주는 데에만 치중할 뿐 근본적인 문화유산 보호와 문화의식을 무시하고 있어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행사 주관자들이 행사 목적과 편의성만 추구해 함부로 종묘를 사용하고 있었다. 여러 행사에서 계속 지적되듯이, 문화재청의 지속가능한 보존과 활용은 의미 없는 메아리일 뿐 현실은 소비적인 문화유산 활용만 있는 실정이다.

▲ 신도 위를 행사용 차량이 지나고 있다.
ⓒ (사)한국의재발견

▲ 신도 옆에는 차량이 잘 다닐 수 있도록 나무판을 잇대고 그 위에는 얇은 공사용 깔개를 놓았다. 나무판은 차량의 무게로 훼손된 듯하다.
ⓒ (사)한국의재발견

훼손과 사과만 재현되는 문화유산 보존 관리

종묘대제로 분주한 행사일 전날(5일)과 당일(6일)에 모니터한 결과를 보면, 주최 측은 행사 전날부터 차량을 이용해 물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신도(神道) 위로 행사물품을 실은 트럭이 무단횡단하고 있었다. 신도 옆에는 차량이 잘 다닐 수 있도록 나무판을 잇대고 신도 위에는 얇은 공사용 깔개가 덮여 있었다. 사용된 깔개는 이삿짐 운반이나 도로 공사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과연 트럭이 마구 다녀도 신도가 무사할지 궁금했다.

2004년 11월 공사차량에 의한 '종묘 신도 박석 훼손'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많은 이들이 문화유산 보존과 관리시스템을 지적했고 문화재청장은 추후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일상적인 보존 관리 뿐만 아니라 행사 시 보존 관리 상태 역시 많은 허점을 보이고 있었다.

한편 종묘 정문의 신도 좌우에는 신성한 도로임을 내세워 사람이 다닐 수 없도록 통행을 금지하는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종묘의 신성함과 함께 문화유산 보존관리에도 신경써야 할 것이다.

▲ 2004년 11월 크레인이 신도를 지나면서 박석을 파괴하는 장면.
ⓒ 최재훈

▲ 종묘 뒷편 신도에는 차량을 통행하게 하면서, 정문 앞 '신도'에서는 사람의 통행을 막고 있었다.
ⓒ (사)한국의재발견

종묘대제의 중심 공간인 종묘 정전에 들어가 보니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자세히 보면 현수막을 고정하기 위해 정전 월대에 못을 박아 고정하고 있었다.

▲ 종묘 정전 월대에 걸린 대형 현수막.
ⓒ (사)한국의재발견

▲ 대형 현수막을 고정하기 위해 월대 곳곳에 콘크리트 못을 박았다.
ⓒ (사)한국의재발견

영녕전에는 관람객들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쇠막대를 꽂았고, 편의를 위해 쇠막대를 꽂을 곳에 형광의 래커를 칠해 월대 박석 위에 표시했다.

▲ 영녕전 월대 위에 쇠막대가 꽂혀 있다.
ⓒ (사)한국의재발견

▲ 쇠막대 꽂을 곳을 표시하기 위해 은색 래커로 칠한 부분.
ⓒ (사)한국의재발견

종묘 정전 월대 위에는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는데, 최근 들어 행사 시 행사물품 받침대와 바닥면 사이에 나무판을 넣어서 일정 부분 보호하려는 의지가 보인다. 하지만 대개 행사물품의 무게와 바닥면의 훼손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나무판 정도를 굄목 정도로 받치고 있는 실정이다. 직접적인 중량의 피해와 함께 간접적인 중량의 영향을 배려하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문화유산 환경을 훼손하는 무질서와 인식

종묘대제로 생긴 직접적인 문화유산 훼손사례 이외에 문화 환경 훼손 차원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예를 들어 종묘대제 관계자들이 잔디밭 곳곳에서 무질서하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행사진행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것이 주최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경복궁에서 출발한 어가행렬이 종묘로 입장하는 시간에도 주변에서 자리를 펴고 식사하고 있었다. 반면 같은 시각에 종묘 행렬이 신도로 진입할 때는 다른 사람들을 더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여느 행사에서도 관계자들은 행사장 주변에서 눈에 띄지 않게 식사하거나 준비하는데, 하물며 세계문화유산 재현행사인 종묘대제에서 기본적인 질서마저도 지키지 않은 셈이다.

종묘대제 사례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문화재 활용으로 사적지 안에서 공연과 행사가 빈번히 이루어지면서 사적지 관리시스템은 많은 허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관리하는 경희궁은 사적지라기보다는 행사를 위한 공원에 가깝다.

▲ 스크린 받침대와 월대 바닥면 사이에 나무판을 대고 있다. 중량을 고려해 나무판보다 안전한 장치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스크린 1개 약40Kg, 전체 40~50개 총 중량 1.6~2톤).
ⓒ (사)한국의재발견

▲ 'Hi seoul 패스티벌-고궁축제' 행사 중, 경희궁에서 임시 천막용 탈의실 외에 경희궁 행각을 탈의실로 사용하고 행각의 갈라진 나무틈을 옷걸이로 사용하고 있다.
ⓒ (사)한국의재발견

단순한 볼거리 제공에서 지속가능한 보존과 활용 필요

유물이 지닌 외형적인 의미와 함께 그 안에 담긴 문화를 이해할 때 문화유산을 올바르게 향유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문화행사 개최는 시민참여와 문화향유 이외에 보존과 가치창출을 위한 성숙한 문화의식을 높이는 데 진정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기본적인 보존관리 원칙을 위배하면서까지 행사 목적에만 치중해 문화유산을 훼손 위험에 노출한 상황이다. 문화유산 보호는 특성상 훼손 예방 관리시스템 차원에서 운영돼야 하는데, 지금은 훼손 후 사과와 복구로 이어지는 후속조치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문화관광과 문화시대를 언급하면서도 진정한 문화의 가치와 문화의식보다는 외형적인 성장과 볼거리 제공에 머무르고 있다. 다가올 문화시대에는 문화향유권을 위한 문화유산 활용과 함께,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문화환경까지 보존할 수 있는 수준의 문화정책과 문화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가 후세에 물려줄 문화유산을 생각해 볼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장영기 기자는 (사)한국의 재발견 사무국장입니다.


태그:#종묘대제, #문화유산 훼손, #보존과 관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