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지난 사흘간 `장고`에 들어갔던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 14일 수원에서 열린 당원 간담회에 참석해 경선룰에 대한 원칙 고수입장을 재차 밝혔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평화'가 아닌 '싸움'을 선택했다.

박 전 대표는 14일 경선 룰을 둘러싼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의 갈등과 관련 "싸우지 말라는 말도 무책임한 얘기"라며 "(약속을 어기는) 요구를 해와도 계속 들어줘서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것인데, 그것은 이미 공당이 아니라 사당"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이날 수원에서 열린 권선구 당원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쪽에서 자꾸 약속을 어기려고 하는데 '아, 그럽시다'하고 나가야 하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박 전 대표가 경선룰 논란에 대해 강경 입장을 거듭 피력함에 따라 15일 열릴 예정인 상임전국위에서 강재섭 대표의 중재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강 대표는 이미 두 대선주자가 자신의 중재안을 받지 않을 경우 사퇴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어서, 한나라당의 내분 사태는 격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이명박, 양보라는 단어 뜻을 알고 얘기해야지"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 "대의명분에 따라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하지, 한쪽이 자꾸 원하는 데로 따라주기만 하면, 그것이 싸우지 않는 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법 위에 떼법이 있는 것"이라며 "그렇게 떼 쓰고 약속 어기는 사람 뜻대로 모든 게 되는 세상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해, 이명박 전 시장을 비판했다.

그는 또 강재섭 대표가 내놓은 경선룰 중재안에 대해서도 "이미 합의가 된 것을 또 중재한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며 "합의를 깨려면 이쪽 저쪽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들어보고 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내놓은 것이다. 당헌과 민주주의 원칙에도 위배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경선 룰에 대해 자꾸 합의와 약속이 깨지면 한나라당은 앞으로 제대로 경선을 치를 수 없다"고 말해, 경선 불참 가능성도 재차 시사했다.

그는 강재섭 대표가 15일 상임전국위에 중재안이 상정되지 않거나, 두 대선주자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표직은 물론 의원직까지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친 것에 대해서도 "(강 대표가) 과연 공당의 대표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는 "공당의 대표라면 누구보다 당헌당규를 지키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강 대표는) 과연 당헌당규를 지킬 의지가 있었느냐"며 "나중에 들어보니까 (중재안에 대해) 원내대표도 전혀 몰랐다고 하더라. 공당이면 절차가 있는데, 절차도 없이 개인안을 낸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 전날(13일) 이명박 전 시장측이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며 공을 넘긴 것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양보라는 단어의 뜻을 알고 얘기해야지, 양보라는 말 자체가 해당이 안되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합의가 된 것을 깨고 다른 것을 하자는 것은 양보의 의미가 아니라, 약속을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의 문제"라며 "이런 식으로 하면 앞으로 약속이나 합의가 필요없다"고 강조했다.

'15일 상임전국위에서 강재섭 중재안이 통과될 경우 경선에 불참할 것이냐'는 질문에 박 전 대표는 "(김학원) 상임전국위 의장이 합의가 안된 것은 논의할 수 없다고 했다는 것을 들었다"며 "어떻게 될 지 아무로 모르는 상황에서 말을 하면 혼란스러워지니까, 가정을 해서 말할 필요는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 당원 간담회 행사장 앞에서 박사모 회원들로부터 장미꽃을 선물받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내 맘에 맞을 때까지 고치면 그게 룰이냐?"

앞서 박근혜 전 대표는 당원간담회 격려사에서 작심이라도 한 듯 이명박 전 시장과의 경선룰 논란에 대한 심경을 피력했다.

우선 박 전 대표는 "평소에는 저의 각오나 구상을 말하는데 지금은 모든 관심이 경선 룰에 쏠려 있기 때문에 그것을 중심으로 말하겠다"고 운을 뗀 뒤, "단순히 경선 룰에 관한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미래에 관한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 2005년 혁신위원회에서 당헌당규를 만든 과정을 소개한 뒤, "제가 융통성이 없다고 하는데 법과 약속을 자꾸 바꾸는 게 융통성이 있는 것이냐"며 "세 번 양보했으면 융통성을 충분히 발휘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칙과 약속과 룰은 예외없이 누구나 지켜야하는 것이지, 함부로 바꾸고, 내맘에 맞을 때까지 바꾼다면 그게 어떻게 룰이냐"며 "이런 식으로 당이 나간다면 한나라당은 정말 나쁜, 불행한 선례를 남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경선 때마다 후보가 원하는데로, 우기는데로 뜯어 고치게 될 것이고, 아우성이 나고, 그렇게 하면 제대로 경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며 "이렇게 뜯어 고쳐서 누가 (후보로) 됐다 한들 정정당당한 후보가 될 수 있겠나. 상대 정당과 후보로부터 공격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 당원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걸어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박 전 대표는 "지금 개혁 룰을 가지고 이상하게 틀어지고, 국민들에게 이상한 모습으로 비춰져, 애써서 이뤄온 개혁이 망가진 것은 당으로서는 엄청난 피해"라면서 "원칙과 법을 지키는 사람이 손해를 보고, 법을 무시하고 부패한 사람이 앞서가는 나라는 선진국이 아니다"고 이명박 전 시장을 겨냥했다.

그는 또 "(이명박 전 시장측은) 당헌당규를 뜯어 고치는 일이 정권교체를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경선 룰을 뜯어 고치면 12월 대선에서 이기고, 뜯어 고치지 않으면 지게 돼 있느냐"며 "그것은 정말 해괴한 논리"라고 비판했다.

그는 "게임에 선수들이 참가하겠다고 들어올 때는 이미 만들어진 룰을 잘 지키겠다는 전제하에 들어오는 것"이라며 "한참 뛰다가 '마음에 안 맞는다, 나에게 불리하다'며 이것저것 바꾸자는 선수가 있다면 이해가 되느냐"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는 끝으로 "공당이 사당같이 특정인의 생각에 따라 당원들이 만든 룰을 바꾸는 당이 돼서는 안된다"면서 "당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당을 위해서라도 이 원칙은 훼손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염창동 당사에서 강 대표의 중재안에 반발하며 사흘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지지당원들을 찾아 농성 해제를 당부했다.

태그:#박근혜, #이명박, #강재섭, #중재안, #경선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