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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우리 계 하자. 한 달에 다믄 얼마라도 모으자."
"모아서 뭐 할낀데."
"돈 모아노믄 쓸데가 없겄나, 없어서 못 쓰지."
"그라자."

2남2녀 4남매는 우린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15년 전 큰오빠가 결혼을 하면서 제일 큰 언니의 제안으로 그렇게 한 달에 각자 2만원 한 달에 8만원을 모으기 시작했다. 10년 전 막내인 내가 결혼하면서 3만원으로 인상하여 한 달에 12만원 자동이체해서 은행에 다니는 큰오빠가 관리를 하고 있다.

작은 시작이었지만 그 돈은 지금까지 요긴하게 쓰였다. 몇 가지를 열거하면, 8년 전 아버지가 동맥경화로 인조혈관수술을 할 때 수술비용으로 처음으로 썼다. 모아둔 돈으로 수술비를 드렸다.

부모님도 우리 형제도 물론 부담은 조금씩 있었지만 곗돈 덕을 톡톡히 보았다. 다행히 수술은 잘되었고 아버지도 그럭저럭 건강을 유지하신다. 담배가 그리 끊기 어려운지 다시 조금씩 피우시는 게 안타깝지만 그게 잘 안되시는 모양이다.

두 번째로 쓴 것이 엄마 환갑 때 부모님 용돈으로 드리고 제주도 여행을 보내 드린 거다. 늘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사는 엄마는 어찌나 즐겁게 여행을 다녀오셨는지 무척 좋아하셨던 기억이 난다.

"너거 덕분에 여행 잘했다. 날씨도 좋았고."
"잘 다녀왔다니 우리도 즐겁다."
"고맙다."

아마 자식들이 보내 준 여행이라 더 좋으시리라 생각된다. 우리 자식들도 한꺼번에 얼마씩 내라면 당연히 내겠지만 타이트한 살림에 조금은 힘이 들었을 텐데 말이다.

세 번째로 쓴 것이 아버지 칠순 때다. 이때는 두 분이 차차 여행을 다니시라 용돈을 드리고 우리 가족 모두 1박 2일로 여행을 했다. 부모님, 자식 4명에, 그로 인해 가족이 된 배우자, 손주들, 15명 정도의 대가족이 여행을 했다.

비슬산휴양림에서 1박을 하고, 차로 가까운 곳에 다니며 맛있는 것도 먹었고, 곳곳에서 사진도 찍었다. 젊은 날 장사로 늘 바쁘셨던 엄마는 자가용 타고 가족끼리 놀러다니는 모습이 몹시 부러우신 모양이었다.

"자식들 차 타고 놀러다니는 거 보믄 무척 부러웠는데 내가 그리될 줄 몰랐다. 너무 좋다, 고맙다."

내 딸은 사촌들과 논 그때가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한동안 "엄마, 또 언제가" 하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 그 외에도 가끔 함께 여행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친목을 다진다.

가난한 살림에 엄마에게 왜 이리 많이 낳았나 원망도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감사하다. 그보다 큰 유산이 있을까. 만약 내가 죄를 지어 남들이 모두 손가락질하며 외면할지라도 날 아껴 주고 걱정해주는 언니, 오빠가 있음에 감사한다.

계가 쭉 계속되면 나중에는 부모님 제삿날같이 장도 보고 과거를 추억하게 되겠고, 형제 4명에 배우자, 모두 8명이 함께 늙어가며 기쁜 마음으로 맛있는 것도 먹고 여행도 하지 않을까 싶다. 또, 조카 녀석들에게 좋은 일이 있거나, 우리 딸에게 좋은 일이 있을 때 선물을 하게 되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본다.

형제끼리 계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참, 우리 아인 형제가 없으니 우릴 닮아 사촌끼리 계를 하면 좋을 것 같은데, 그건 내 능력 밖이라 마음으로 바라는 수밖에….

태그:#계, #형재자매, #곗돈, #부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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