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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엽과 윤도현이 등장하는 삼성생명의 보장자산 광고
ⓒ 삼성생명
"당신의 보장자산은 얼마입니까? 보장자산, 삼성생명 FC와 상의 하세요."

"저놈의 보장자산 광고 때문에 스트레스 무지 받아. 보장자산 준비 못 해 놓은 가장은 무책임한 놈처럼 생각되게 하는 광고잖아."
"맞아. 남편이 무슨 봉이냐? 남편 죽어서 10억을 받았다고 좋아하는 마누라가 나오더니 이번엔 죽고 나서도 처자식 먹고살 수 있을 만큼 보험을 들어 놓지 않으면 책임감 없고 무능한 남편이라는 거지."
"치사해, 보험 광고면 보험을 팔아야지 그러지 않아도 피곤한 가장의 약점은 왜 건드리냐구. 가족에 대한 책임이니 약속이니 의무니… 누군 몰라서 못해."

지난 1월부터 시작한 삼성생명 '보장자산' 광고 효과는 광고모델인 개그맨 신동엽을 '보장자산'이란 별명으로 부를 정도로 대단했다. 실제로 광고 두 달여 만에 200만명이 해당 보험사의 '보장자산 알기 캠페인'에 참여했으며, 타 금융사 창구에도 '보장자산'에 대해 문의하는 전화가 적지 않다고 하니 바야흐로 보장자산을 모르면 시대의 대세에 역행하는 사람이 될 판이다.

광고를 본 사람들은 대부분 이제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생소한 단어인 '보장자산'이라는 말에 궁금증을 나타냈다. 10년 이상 보험업에 종사했다는 전직 보험영업소장조차도 처음 들어 말이라니 일반인들이 궁금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보장자산? 알고 보니 새로울 게 없네!

이 정도로 일반인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면 성공한 광고가 틀림없다. 그러나 '보장자산'에 대해 알아보고 나면 속된말로 '낚였다'라는 느낌을 금할 수 없다. '보장자산'이란 '보장성보험'으로 받을 수 있는 '사망보험금'을 말하는 것일 뿐 전혀 새로울 게 없기 때문이다.

'보장자산'을 알려면 우선 보장성 보험과 저축성 보험의 차이에 대해 알아야 한다. 간단하게 정의해 주겠다는 한 보험사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만기에 환급되는 금액이 이미 납입한 보험료보다 크면 저축성 보험, 그렇지 않으면 보장성 보험"이라고 생각하면 된단다. "보장성 보험은 여러 가지 사고를 특성에 맞추어 보장하지만, 저축성 보험은 사고 보장이 없거나 있더라도 소액인 것이 대부분"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 삼성생명 보장자산 광고
ⓒ 삼성생명
광고에서 신동엽이 깜짝 놀라며 "보험은 많이 들었는데 보장자산은 이것밖에 안돼요?"라고 하는 데는 바로 이런 이유가 있다. 대부분 국민들이 한두 개 이상 보험에 가입하고 있지만 대부분 연금보험, 연금저축, 변액유니버설보험 같은 저축성 보험이기 때문에 '보장자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보장성 보험이라면 상해보험, 생명보험(종신보험, 정기보험 등), 의료비 보장보험, 암보험, 운전자 보험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보장자산'을 강조하는 삼성생명은 특히 사망보험(생명보험)에 초점을 맞추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삼성생명은 '보장자산 바로 알기 캠페인' 홈페이지에서 '보장자산'의 의미에 대해 '예기치 않은 가장의 유고로부터 가족의 경제적 위험을 해결해 주는 재정적·심리적 안정자산'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망보험금'의 의미와 다르지 않다.

▲ 삼성생명 보장자산 홈페이지에 명시된 보장자산의 의미
ⓒ 삼성생명

보장자산, 10억은 마련하라고?

그렇다면 삼성생명이 제시하는 바람직한 '보장자산'은 어느 정도일까? 가장은 아니지만 호기심에 '보장자산 바로 알기 캠페인'에 참여, 샘플 설계를 받아보고는 더욱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올해 나이 46세인 내가 65세에 유고할 경우 배우자와 자녀에게 필요한 전체 '보장자산'은 14억 5천만원이며 앞으로 마련해야 할 '보장자산' 규모는 10억원에 이른다. 삼성생명에서 샘플로 제시하고 있는 비용 예를 보면 그 이유를 알 만하다.

4인 가족 월 생활비 282만원, 교육비 1인당 1억 1267만원, 결혼자금 아들 1인당 5305만원, 긴급자금 3044만원….

사정이 이렇다보니 삼성생명의 '보장자산' 광고를 보고 정보를 알아보거나 설계를 받아 본 가장들이 느끼는 좌절감과 자괴감이 크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처지가 그만한 사망보험금을 받는데 필요한 보험료를 감당할 능력이 되지 않아 괴롭고, 유고 후까지 쓸 자금을 준비해 놓지 못한 못난 가장이 된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이다.

"아이들 교육비를 위한 예적금이나 주택마련을 위한 부금, 생활비와 노후대책…. 해야 할 것은 하나 둘이 아니고 당장 들어가는 생활비도 적지 않은데 나 죽고 난 뒤 마누라, 자식을 위해서 사망보험까지 들라고 광고를 해대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보장자산 보장자산 하니까 마누라도 애들도 우리 집은 얼마냐고 자꾸 물어보는데 미치겠습니다."

가까운 미래를 위한 저축 우선해야

광고를 본 가장들의 이런 고민에 대해 한 보험업 관계자는 "책임감이 강한 한국 가장들의 정서를 야비하리만큼 잘 이용하고 있는 광고"라면서 "광고가 아무리 유혹적이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재무설계와, 가장으로서의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했다.

더불어 자신의 경우를 예로 들어 "갑작스런 사망에 대비한 보장자산도 중요한 자산인 만큼 미리 준비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보통은 전체 소득의 5~8% 정도를 보장성 보험의 적정선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좀 더 현실적인 설계에 중점을 두는 편이다"라면서 "개인차는 있겠지만 유고 후보다는 현재와, 가까운 미래를 위한 저축이 우선되어야 하며 보장자산에 대한 투자는 생활에 무리를 주지 않는 한도에서 합리적으로 고려해보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조언했다.

태그:#보장자산, #삼성생명, #신동엽, #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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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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