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하극상 논란'에 휘말렸던 국가대표 축구선수 이강인이 2차 사과문을 게재했다. 여기서 이강인은 자신과 직접적으로 갈등을 빚었던 주장 손흥민을 찾아가 직접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강인은 2월 21일 오전(한국시간) 자신의 SNS에 올린 장문의 글을 통하여 "지난 아시안컵 대회에서 저의 짧은 생각과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흥민이 형을 비롯한 팀 전체와 축구 팬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고 반성했다.
 
또한 이강인은 최근 손흥민을 찾아가 사과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흥민이 형을 직접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는 게 중요하다 생각하였고, 긴 대화를 통해 팀의 주장으로서의 짊어진 무게를 이해하고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라며 "런던으로 찾아간 저를 흔쾌히 반겨주시고 응해주신 흥민이 형께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라고 털어놨다. 
 
아시안컵 대회 당시 벌어진 하극상 논란에 대해서는 사실이 맞다고 인정했다. 이강인은 "그날 식사자리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봐도 절대로 해서는 안될 행동이었다"라며 "이런 점들에 대해서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팀에 대한 존중과 헌신이 제일 중요한 것임에도 제가 부족함이 많았습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또한 이강인은 "대표팀의 다른 선배님들, 동료들에게도 한 분 한 분 연락해 사과를 드렸다"라며 "선배들과 동료들을 대할때 저의 언행에 배려와 존중이 많이 부족했다는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강인은 "과분한 기대와 성원을 받았는데도 대한민국 대표 선수로서 가져야 할 모범된 모습과 본분에서 벗어나 축구 팬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려서 다시 한번 죄송하다"며 팬들에게도 거듭 사과했다. 

이강인은 지난 '2023 카타르 AFC 아시안컵'에서 발생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선수단 내분 사태의 핵심인물으로 거론되며 논란에 휘말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준결승 경기 전날 이강인을 비롯한 몇몇 젊은 선수들이 식사를 일찍 마치고 탁구를 치는 등 팀의 단합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고참 선수들과 갈등을 빚었다고 한다.
 
특히 감정이 격해지면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주장 손흥민이 이강인의 멱살을 잡았고, 이강인은 손흥민에게 주먹을 휘둘렀다'는 충격적인 보도도 나왔다.
 
파장은 컸다. 이 사건으로 손흥민은 손가락이 탈구되는 부상까지 당했다. 일부 고참 선수들이 사건 직후 감독인 클린스만에게 이강인의 명단 제외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결국 분열된 대표팀은 다음날 치러진 요르단전에서 유효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하는 졸전 끝에 0-2로 완패했고, 64년 만의 우승도전도 좌절됐다.

또 다른 당사자인 손흥민 역시 소속팀 토트넘으로 복귀한 이후 구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축구인생에서 가장 힘든 일주일이었다"면서, 비록 내분 사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우회적으로 갈등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이강인 1차 사과, 팬들 반응 싸늘
 
선수단 내분 사태가 폭로되고 하루만인 지난 14일, 이강인은 자신의 SNS에 1차 사과문을 게재한 바 있다. 하지만 24시간으로 자동삭제 기능이 있는 스토리에 사과문을 올린 점, 구체적인 내용은 없이 '폭행'같은 민감한 내용을 부인하는 변명에 더 치우쳤다는 이유로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강인의 SNS는 며칠 사이에 수만 개의 악플로 도배되었고, 가족들까지 덩달아 비난 사례에 휩싸였다. 파장이 커지면서 이강인을 모델로 기용했던 광고계에서도 사실상 '이강인과 거리두기'에 나섰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이강인은 선수단 내분 사태가 공론화된지 무려 8일 만에 올린 2차 사과문을 통하여 비로소 제대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1차 사과문에 비하면 팬들이 무엇 때문에 분노했는지, 이강인에 실망하고 비판하는 지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 달라진 대목이었다. 무엇보다 사태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선배 손흥민에게 직접 찾아가 용서를 구했다는 대목도 올바른 사과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표팀은 오는 3월 태국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을 앞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강인이 징계 차원에서 다음 대표팀 명단에는 소집하지 않을 가능성도 거론됐다. 심지어 이강인의 국가대표 영구제명을 요구하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고, 이강인이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쉽지 않은 난제다.
 
그나마 이강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고, 먼저 선수들간에 스스로 갈등을 봉합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사태는 출구전략을 맞이할 여지를 남겼다. 이제 향후 선수단 내분사태의 수습은 축구협회가 임명한 차기 대표팀 감독의 몫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물론 사과문 하나만으로 이강인의 잘못이 모두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이강인 스스로 자신의 진정성에 대해 증명해야 한다. 팬들은 이강인이 정말로 달라졌는지 앞으로도 계속해서 주시할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 한 주동안 선수들이 여론의 화살을 받고 사태 수습까지 알아서 하는 동안 정작 축구협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사태를 수수방관하기만 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선수단의 갈등이 마무리된다고 해도 이번 사태를 초래한 축구협회의 책임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한다. 
 
과연 이강인의 두 번째 사과는 얼어붙은 팬들의 마음도 돌릴 수 있을까. 이번 사건을 통하여 이강인이 팬들의 기대에 걸맞은 성숙한 축구 선수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는 눈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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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2차사과문 손흥민 탁구게이트 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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