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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일동포 2세인 김덕길(78) 가네다홀딩스 회장이 17일 도쿄 중의원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일교포들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기부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2023.3.17
재일동포 2세인 김덕길(78) 가네다홀딩스 회장이 17일 도쿄 중의원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일교포들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기부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2023.3.17 ⓒ 연합뉴스

전남대학교가 윤석열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에 적극 호응했던 재일교포 기업인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내에선 '논쟁적 인물'에 대한 학위 수여는 적절치 않다는 이견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남대학교 대학원위원회는 최근 심의를 열고 김덕길(78) 일본 가네다홀딩스 회장 명예문학박사 학위 수여 안을 통과시켰다.

명예박사 수여 결정을 위한 대학원위원회 심의에 앞서 인문대학도 교수 회의를 열어 의견을 수렴했으나, 이 과정에선 이견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한다.

대학 측 한 관계자는 "재일교포 2세인 김덕길 회장은 한일 민간 교류 분야에서 폭넓은 기여를 했다. 대학당국도 이러한 공적을 높게 평가한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전남대와 와세다대학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차례에 걸쳐 인류의 평화와 화해를 주제로 포럼을 열어왔는데, 두 대학 교류에도 김 회장이 깊숙이 관여했다. 정성택 전남대 총장과 다나카 아이지 와세다대 총장도 김 회장 제안을 받고 교류 행사에 적극 참여하며 호응했다고 한다.

김 회장에 대한 명예박사 학위 수여가 사실상 결정되면서 학내에선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이 일제 전범기업 대신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사장 심규선)이 피해자에게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대신 지급하는 제3자 변제안에 적극 호응한 인물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 탓이다.

전남대 "공식 절차는 마무리, 학내 반발 여론 수렴 진행 중"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정문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정문 ⓒ 전남대학교

김 회장은 지난해 3월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피고 기업 대신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판결금'을 지급하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5000만 원을 기부했다. 윤석열 정부가 양금덕(93·광주광역시) 할머니 등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이른바 제3자 변제 방침을 발표한 직후였다.

김 회장은 개인 명의 기부에 더해 자신이 회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학교 일본 총동창회 이름으로도 500만 원을 기부했다.

교수 등 대학 구성원 일부는 김 회장에 대한 명예문학박사 학위 수여 움직임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일부는 학내 게시판 등에 올린 글에서 "(학위 수여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의 상처를 후벼파는 행위로 학내외에서 거센 항의에 직면할 것"이라며 "(김 회장이 호응하는 배상 방식은)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일본 정부나 가해 기업의 직접적인 사과와 배상과는 거리가 있다"고 대학 당국을 비판했다.

전남대학교 관계자는 "김 회장에게 명예문학박사를 수여하기 위한 절차는 대학원위원회 심의를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면서도 "다만 이와 관련한 학내 이견이 제기돼 총장 등 보직간부들이 막바지 의견 수렴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쓰비시가 사죄하고 돈도 내놓으세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2022년 9월 1일 광주광역시 자택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할머니는 편지에서 "나는 일본에서 사죄 받기 전에는 죽어도 죽지 못하겠습니다. 대법원에서 승소했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도 기뻤습니다. 그런데도 몇 년째입니까? 우리 정부 무슨 말 한마디 못하고 있지요. 왜, 무엇이 무서워서 말 한 자리 못합니까? 미쓰비시가 사죄하고 돈도 내놓으세요. 다른 사람이 대신 주면 나는 무엇이 될까요? 일본에서는 양금덕을 얼마나 무시할까요? 만약에 다른 사람들이 준다면 절대로 받지 못하겠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양금덕 말을 꼭 부탁, 부탁한다고 부탁합니다"라고 썼다.
미쓰비시가 사죄하고 돈도 내놓으세요!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2022년 9월 1일 광주광역시 자택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할머니는 편지에서 "나는 일본에서 사죄 받기 전에는 죽어도 죽지 못하겠습니다. 대법원에서 승소했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도 기뻤습니다. 그런데도 몇 년째입니까? 우리 정부 무슨 말 한마디 못하고 있지요. 왜, 무엇이 무서워서 말 한 자리 못합니까? 미쓰비시가 사죄하고 돈도 내놓으세요. 다른 사람이 대신 주면 나는 무엇이 될까요? 일본에서는 양금덕을 얼마나 무시할까요? 만약에 다른 사람들이 준다면 절대로 받지 못하겠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양금덕 말을 꼭 부탁, 부탁한다고 부탁합니다"라고 썼다.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전남대#가네다홀딩스#제3자변제#명예박사#강제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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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 제보 및 기사에 대한 의견은 ssal198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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