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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국정감사 15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서울시청 국정감사15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정민

깐족대다.

누군가 쓸데없는 소리를 밉살스럽고 짓궂게 달라붙어 계속 할 때 쓰는 말이 15일 열린 서울시 대상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가 파행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감 파행 직전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다음과 같이 항의했다.

"아니. 무슨, 피감기관장이 죄인인가? 국감 하러 오셨으면 피감기관장 설명도 들으셔야죠. 의원님. 표현이 좀 과하시네요. 깐족댄다니요. 제가 지금 깐족됐습니까? 피감기관이 요청드릴 내용을 요청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이후 서로 목소리를 높이면서 맞붙었다. 소란이 계속되자 결국 국감은 약 20분 간 정회 상태를 맞았다. 오 시장이 신정훈 행정안전위원장에게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충분히 답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던 중 벌어진 일이었다.

야당, 한강 사업부터 명태균 논란까지 질타

서울시청 국정감사 15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광희 의원과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답변태도와 관련 설전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청 국정감사15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광희 의원과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답변태도와 관련 설전을 벌이고 있다. ⓒ 이정민

오세훈 시장은 앞서 야당 의원들로부터 '문래동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취소', '명태균 친분 논란', '한강리버버스' 등에 대한 날선 질문을 받았다.

채현일 민주당 의원은 "왜 이리 한강개발에 집착하나. 일각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계천을 벤치마킹한다는 말도 나온다"라며 "1조 원의 사업비가 들어갈 대관람차 서울을 비롯해 한강리버버스 등은 보여주기식, 희망고문 전시사업"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문래동에 착공될 예정이던 제2세종문화회관도 (오 시장의) 한강사업에 희생되어 여의도 공원으로 장소가 변경됐다"면서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를 통과한 사업을 (오 시장이) 공문도 없이 구청장과 은밀한 대화를 통해 건립 장소를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지난 7일 열린 서울시의 '2024 서울 국제디딤돌소득 포럼' 행사 내용을 거론하면서 오 시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해당 포럼 기조발제를 한 뤼카 샹셀 세계불평등연구소장이 '낙수효과 경제학의 증거는 거의 없다'고 했는데, '법인세 감세는 부자감세가 아니다'고 한 오 시장과 배치되는 입장 아니냐는 것. 아울러 오 시장이 해당 포럼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기본소득'을 가리켜 "단순무식한 논리"라고 비판했는데, 그런 정치적 메시지를 위해 예산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적극 항변하고 나섰다. 그는 채 의원의 지적에 "하도 여러가지를 말하면서 일방적으로 규정해 다 답변할 수 없는데 원래 영등포구에 문화시설이 하나만 들어갈 게 결과적으론 두 개가 들어가게 됐다"며 "원래 (건립하려던) 위치의 동네에서는 원치 않는 일이 됐을지 모르지만, 영등포구 전체로 보면 흡족할 만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용 의원의 비판에는 "부자감세에 대한 개념이나 정의 자체가 (저와) 다르다. 민주당이나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에서는 법인세를 부자세금으로 취급하는데 (사실) 아니지 않냐", "그 교수님(뤼카 샹셀)이 디딤돌소득을 상당히 호평해주셨다, 그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맞섰다.

"아무리 피감기관이라지만 답변기회는 줘야 공정"

서울시청 국정감사 15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답변태도와 관련 설전을 벌인 뒤 정회되고 있다.
서울시청 국정감사15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답변태도와 관련 설전을 벌인 뒤 정회되고 있다. ⓒ 이정민

오 시장은 이 과정에서 본인이 답할 충분한 기회나 시간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신정훈 위원장이 국감 질의 직전 '최근 국감 상황들을 보니 회의를 좀 더 타이트하게 진행해야 할 것 같다, 위원들은 질의시간 내 답변기회를 주도록 하라, 추가 답변시간을 30초 정도 밖에 더 못 준다'고 한 데 대한 항의가 나왔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어제 경기도 대상 국감 땐 김동연 경기지사에게 1~2분 동안 답변 기회를 줬다. 민주당 광역단체장에겐 느슨하게 하고 여당 광역단체장에게 이렇게 하면 굉장히 불공정한 의사진행"이라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윤건영 민주당 의원의 '한강리버버스' 관련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신정훈 위원장과 설전을 벌였다. '수백억 원이 소요되는 사업을 두 달 만에 졸속 결정했다', '다른 대중교통과 접근성이 떨어진다' 등의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다", "(제가) 다 걸어봤다"라고 답하다가 신 위원장에게 제지를 받은 상황이었다.

오 시장은 "단답식으로 물어보시는데 그 순간을 놓치면 답변기회도 안 주시고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일방적으로 사실관계가 아닌 걸 말하시고 답변기회를 안 주시면 지켜보시는 국민 여러분들이 오해한다"고 항변했다. 또 "(회의가) 길어지더라도 할 말을 해야죠"라며 "아무리 피감기관이지만 문제제기한 것에 대해 답변할 시간을 주셔야 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국감이 다시 재개된 후에도 오 시장은 답변 시간 등에 대한 불만을 다시 밝혔다.

오 시장은 "행안위의 관행이나 위원장님의 회의 진행 방식은 존중하겠지만 제가 억울하게 생각하는 건, 제가 시청 공무원들도 대표하지만 시민들이 이 장면을 지켜보고 계신다는 것"이라며 "질문을 5~10개 속사포처럼 쏟아놓고 맨 마지막 것에만 답변 드리면 앞의 것은 인정하는 것처럼 비쳐진다. 저로서는 이런 오해가 쌓이는 건 시민들께도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여야가) 서로 경쟁을 하다보니깐 때로는 다투기도 하고 원성도 높아지고 한다"라며 "오늘 하나 아쉬웠던 건, 시장님이 여러 차례 비웃으셨던 것. 야당 의원을 상대로 비웃으시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저는 비웃은 적 없다. 허탈한 웃음이다"며 "답변을 열심히 준비했는데 답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데 얼마나 허탈하겠나"고 반박했다.

서울시청 국정감사 15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질문만 하고 답변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며 어이없어하는 미소를 짓고 있다.
서울시청 국정감사15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질문만 하고 답변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며 어이없어하는 미소를 짓고 있다. ⓒ 이정민


#오세훈#국정감사#서울시#더불어민주당#한강리버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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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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