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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는 재능 같은 게 있지 않나 싶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모르는 게 거의 없는 편이다. 특별히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사로잡는 것은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아이들은 내가 축구를 좋아한다고 하면 처음에는 '네 그렇군요' 같은 반응을 하다가, 한 5분 정도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의 깊이와 넓이를 풀어주면, '아 이 선생님 축구에 진심이구나' 하며 존경 비슷한 걸 하게 된다.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던지는 단골 질문은 '제일 좋아하는 축구 선수가 누구야?'이다. 이제까지 100%로 '손흥민이요'를 말했다. 엘리트 선수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누구와 같은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 라고 물으면 역시나 100%로 '손흥민이요'를 말했다. 내가 어렸을 때 좋아하는 선수를 물으면 대부분 외국 유명 선수들 – 호나우도, 베컴, 지단 등 –을 말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놀라운 일이다.

이런 풍경 속에 있노라면, 먼나라 이웃나라의 누군가가 아닌, 바로 우리나라 사람인 '손흥민' 선수를 통해서 아이들이 '꿈'이라는 걸 꾸는구나, 손흥민은 아이들을 꿈 꾸게 만들어주는 사람이구나 싶어서 마음이 뭉클하다.

요즘 글쓰기 교습소에서 초등학생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새삼 '꿈이 뭐야?'라는 질문을 꺼내려고 하면 꽤 망설여진다. 왜 일까. 아마 내가 어릴적에는 '열심히,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뭐든지 될 수 있어!'면 충분했던것 같은데, 지금의 현실은 '열심히, 최선 다해봤자 어차피 안 돼'의 좌절이 있는 듯하다.

그래도 안 물을 수는 없어서 아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제법 꿈 스러운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이 있어서 위안이 되고 반갑다. 더이상 '열심히,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뭐든지 될 수 있어!가 통하는 현실이 아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때문에' 보다는 그너머의 가치와 관련된 꿈을 꾸릴 바랄뿐이다. 내가 낭만적인 사람라 그런지 아이들이 부디 꿈을 크게 꿨으면 한다. 그래야 깨져도 그 조각이 클테니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뭐니 뭐니 해도 아이들에게 꿈을 꾸게 해주는 것은 역시나 사람이지 싶다. 박지성이 그랬고, 김연아가 그랬고, 손흥민이 그랬고, BTS가 그랬다. 아이들은 분명 그들을 보며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꿈을 꾼다. 내가 어릴적에 읽었던 위인전에 나오는 사람듵는 온통 외국 사람들뿐이었는데, 이제는 이토록 가까이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있으니 얼마나 뿌듯하고 행복한 일인가 싶다.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고맙고 축하드립니다 작가님. 우리 아이들이 꿀 수 있는 또 하나의 꿈이 되어주셔서 -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고맙고 축하드립니다 작가님. 우리 아이들이 꿀 수 있는 또 하나의 꿈이 되어주셔서 - ⓒ 노벨상 홈페이지

2024년 10월 10일, 한국의 작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 최초의 수상자이자, 121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다. 최근에 본 뉴스 중 가장 현실감이 없었다. 몇 번씩이나 반복해서 영상을 보고, 기사를 읽고 나서야 그제서야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얼얼했다.

다음주는 '노벨문학상 한강 작가 특집'으로 교습소에 있는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꿈'을 가르칠 생각이다. 노벨문학상이 어떤 상인지, 거기에 도달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한강 작가라는 존재에 대하여 그리고 문학이 가지고 있는 깊이와 넓이에 관하여 우리가 왜 그것을 읽어야 하는지, 끝으로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일인지를 말하며 맺으려고 한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아이들로 하여금 꿈을 꾸게 해주는 사건이 되었으면 한다. 조금의 계절이 지난 후 아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었을 때 혹시라도 "노벨 문학상이요"라고 말하는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을 번역서가 아닌 원서로 읽을 수 있는 가을이다. 고맙고 축하드립니다 작가님. 우리 아이들이 꿀 수 있는 또 하나의 꿈이 되어주셔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올린 것을 다시 수정 보안해봤습니다


#쓰고뱉다#글쓰기교습소#한강#노벨문학상#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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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당연스럽게 '내'가 주체가 되어 글을 쓰지만, 어떤 순간에는 글이 '나'를 쓰는 것 같을 때가 있다. 마치 나도 '생명체'이지만, 글 역시 동족인 것 같아서, 꿈틀 거리며 살아있어 나를 통해서 이 세상에 나가고 싶다는 느낌적 느낌이 든다. 그렇게 쓰여지는 나를, 그렇게 써지는 글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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