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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바라며 돌탑을 쌓고 있는 세종시민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바라며 돌탑을 쌓고 있는 세종시민 ⓒ 임도훈

"돌탑이 엄청나게 많아졌네요."

농성장을 방문한 이들이 이곳저곳 돌탑이 많다면서 강가를 한번 둘러보고 온다. 그렇게 뜨겁더니 그 더위가 다 언제 갔는지 모르겠다며, 시원한 강바람에 마냥 행복해하는 이들을 보니 흐뭇하다. 아직 우리가 흐르는 금강의 곁에서 강바람을 즐길 수 있어 가을이 더 풍요롭다.

가마우지가 여느 때처럼 철벙철벙 강 속으로 슬라이딩해서 들어간다. 전에는 시원해 보였는데 이제 보기만 해도 으스스하게 기온은 서늘해지고 있다. 가을을 즐길 새도 없이 금방 겨울이 오는 것 같아 아쉽다. 높고 푸른 하늘과 햇살에 반짝이는 금강의 윤슬, 시원한 바람을 타고 나는 새들의 모습을 더 길게 보고 싶은 마음이다.

 가마우지와 백로가 하중도에서 쉬고 있는 모습
가마우지와 백로가 하중도에서 쉬고 있는 모습 ⓒ 임도훈

흐르는 금강이라 가능한 풍경들을 더 많은 이들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강 곁으로 가까이 오면 얼마든지 자연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풍경들을 우리의 일상으로 담아낼 수 있다. 더 풍요로운 삶을, 흐르는 금강에서 누릴 수 있다.

2명 중 1명꼴로 검출된 남세균 독소 유전자… 녹조의 사회재난

 사람 콧속 남세균 독소 유전자 검출 1차 결과발표 기자회견
사람 콧속 남세균 독소 유전자 검출 1차 결과발표 기자회견 ⓒ 환경운동연합

지난 7일, 환경운동연합에서 '사람 콧속 남세균 독소 유전자 검출 1차 결과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기자회견은 환경운동연합과 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와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더불어 민주당 이수진 이용우, 진보당 정혜경 국회의원이 공동주최 했다. (관련기사 : '조용한 살인자' 공기 속 녹조, 2명 중 1명꼴로 검출 https://omn.kr/2ag1i)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녹조가 창궐했던 지난 8월, 낙동강 인근 거주 농민들과 어민, 현장조사를 해 온 활동가를 대상으로 콧속 유해 남세균 독소 유전자를 조사한 결과 2명 중 1명꼴로 검출된 것이다.

게다가 이 검사에서 남세균이 검출된 이들 11명을 대상으로 낙동강 녹조가 번성한 시기 작업 후 3일 이내 발생한 급성기 증상을 조사하니 11명 중 8명이 병력이 없음에도 콧물, 눈 가려움증, 두통 등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녹조독소가 명백히 인체에 영향을 주고 있음이 강 근처에서 생활하는 이들의 몸으로 증명되고 있었다.

이른바 '녹조의 사회재난'이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강 전체에 심각하게 번져버린 녹조 현상이 결국 국민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국 강물을 틀어막고 4대강사업을 정당화하려는 정부는 이 현상을 부인하고 있다. 녹조는 재난이다. 환경부는 재난을 예방하고 해결해야 할 주체로서, 외면이 아닌 책임을 져야 한다.

'직을 건다', '사퇴하겠다'는 어깃장… 소통과 대화부터 하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응답하는 이학영 국회의원과 김완섭 환경부장관의 모습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응답하는 이학영 국회의원과 김완섭 환경부장관의 모습 ⓒ 국회영상회의록시스템갈무리

"기후대응댐이 토목세력을 위한 것이라면 책임지고 사퇴하겠다."

지난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이학영 국회의원이 '지난 7월 발표한 기후대응댐 건설이 결국 토목사업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환경부 장관이 답한 말이다.

이학영 의원은 4대강사업에 참여했던 토목회사들이 댐 지역설명회에 참석한 것을 지적하면서 '4대강 사업 2탄으로 댐 건설을 하는 것은 아닌지 국민들이 오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장관은 이어 '어디서 명령받아 직을 걸고 14개 댐을 다 건설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환경부는 확정된 댐 신설지를 포함해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을 11월까지 수립하겠다고 했지만 충남 지천댐, 강원 양구군 수입천댐, 충북 단양군 단양천댐 등 주민 반발에 설명회조차 열리지 못한 지역이 많다. 이에 대해 박해철 국회의원이 환경부 장관에게 '주민 반대가 심한 곳은 백지화하겠냐'고 묻자 "아직은 그렇게 말씀드리기 이르다"고 애매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지천댐 주민설명회 현장에서 환경부에 항의하는 청양군 주민들, 결국 이 날 설명회는 무산되었다.
지천댐 주민설명회 현장에서 환경부에 항의하는 청양군 주민들, 결국 이 날 설명회는 무산되었다. ⓒ 김미선

'제2의 4대강 사업'은 아니지만 4대강 사업에 참여한 건설엔지니어링 업체 관계자에게 댐 위치 선정 용역을 맡기고, 주민들이 반대해도 댐 건설은 할 수도 있다는 여지 있는 대답을 보면 환경부를 신뢰하기는 어렵다. 기후대응댐은 지자체와 입지 관련 사전 논의도 없이, 구체적인 검증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댐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들은 '지금 왜 댐이 필요한가'라고 되묻고 있지만 환경부는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정한 후보지를 돌며 댐을 지으면 무엇을 해주겠다는 식의 회유를 하고 있다. 환경부 장관은 '직을 건다', '사퇴한다'는 어깃장이 아니라 책임을 져야 하는 직책이다. '우리가 다 생각해서 알아서 하겠다'는 태도가 아니라 대화와 소통을 하길 바란다.

 금강은 흘러야 한다
금강은 흘러야 한다 ⓒ 임도훈

'3만 1259배'

단순히 흐르는 금강과 흐르지 못한 낙동강의 마이크로시스틴 농도의 차이다. 역대급 더위가 몰아친 지난 8월, 흐르고 있는 금강 세종보 구간의 총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0.48ppb로 양호한 수준임에 반해 강의 흐름이 막힌 낙동강 강정고령보 상류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미국 환경보호청(EPA) 물놀이 금지 가이드라인(8ppb)의 1875배에 해당하는 1만5000ppb였다.

녹조문제 해결을 위해 강을 흐르게 해야 한다는 사실, 수문을 열어야 한다는 사실은 매우 명백하지만 환경부만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문제 지적을 외면하며 시간을 끌기엔 당장의 기후위기가 절박한 과제 아닌가.

당장이라도 강을 흐르게 해야 한다. 수문을 열고 낙동강 녹조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환경부 장관은 개인의 결백이 아니라, 우리 강산의 모든 생명을 지키는 일에 그 직을 걸고 책임지길 바란다.

#금강#세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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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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