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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쓰레기 대란으로 동네 골목 주택가 이곳저곳에 쓰레기 투기 금지 안내판이 난무하는 현실을 소개하고 자투리땅에 뜻하지 않은 조류 미니동물원이 생겨 주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는 기사를 <오마이뉴스>에 게재한 적이 있다.

다음 기사였다. 이 기사를 접한 많은 독자들이 댓글로 응원과 박수를 보내왔다. 동물원을 관리하는 이름 모를 주인에게도 격려가 쏟아졌다(관련 기사: '쓰레기 몰래 버리던 공간, 주인의 묘안이 놀랍다' https://omn.kr/2a2lg ).

한 독자는 "구경가는 길에 반려 조류동물을 위한 수의약품과 상비약을 나눔차원에서 걸어두겠다"면서 "이 건물로 이사와 살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에 취재한 입장에서 조그만 보람을 느꼈다.

기사가 나간 뒤 MBC <생방송 오늘아침>에서도 연락이 와 후속취재에 응하기도 했다. 9월 12일 방송 내용을 보니, 조류 미니동물원이 쓰레기 투기금지의 획기적 대안으로 주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만큼 우리 모두 주변의 쓰레기 문제에 관심이 크다는 방증이라 하겠다.

그런데 엊그제 아침 동물원 현장을 찾아 살펴본 결과, 그곳은 내 눈을 의심할 정도로 변해 있었다. 외관상 울타리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울타리 안 상황은 썰렁한 모습이었다.

동물원 주인(생방송 오늘을 통해 조원욱씨로 확인됐다)을 찾아 묻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로 그를 알지 못해서다. 하지만 동물원에서 위엄을 자랑하던, 이곳 생태계의 주인이었던 수탉은 어디 가고 없었다. 혹시 우리 안 어딘가에 들어가 쉬고 있는 건 아닌지 살폈지만, 수탉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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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탉만 사라진 게 아니다. 새장 안에 있던 앵무새 한쌍 중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홀로 남은 앵무새는 외로움에 지쳐 있다가 방문한 나를 보고 반가운지 짹짹거렸다.

우리 안은 이제 암탉과 공작새 둘 만 남았다. 모두 생기를 잃고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그간에 여러 사정이 있다는 듯 간간이 울음소리를 내기도 했다.

수탉이 없는 동물원의 새 주인은 공작새로 넘어간 듯 보였다. 홀로 남은 암탉은 공작이 근처에 다가가면 도망가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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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앵무새는 두 마리가 함께 있을 때보다 횟대와 집을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면서 반가우면서도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뜻하지 않은 환경변화에 행동과 태도가 변하는 것이다. 이는 숨길 수 없는 자연과 하늘의 법칙이다.

사라진 동물들이 다시 돌아왔으면

▲ 앵무새 한 마리 앵무새 한 마리가 놀고 있다.
ⓒ 이혁진	관련영상보기

사라진 동물들은 과연 어디로 간 것일까. 아마 그냥 폐사한 것은 아닐 것이다. 혹시 우리들의 무관심으로 방치돼 그 사이 죽은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됐다.

그리고 뉴스 보도가 되레 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준 것은 아닐까 자책이 들기도 했다. 미안한 마음이 몰려왔다.

그런데 없어진 수탉은 이른 새벽 크게 울어대는 통에 주변 민원이 제기돼, 얼마 전 다른 곳으로 옮겼다는 후문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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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쓸쓸한 동물원에서 30분 이상을 지켜보면서 나머지 조류의 행동을 관찰했다. 나만 늦게 이런 상황을 알았는지 지나가는 동네주민들은 이곳에 더 이상 눈길을 주지 않았다.

물론 기사가 나간 후 동물원 관리가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지적이 있었다. 좁은 공간에서 조류를 키우는 것은 동물학대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물원이 쓰레기 투기금지 해결 대안 중 하나가 분명하다면 우리 모두 관심을 갖고 보살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동네주민들이 쓰레기 상습투기 장소에 동물원 조성 외에도 화단을 조성하거나 화분을 갖다 놓는 등 다양한 투기금지 방안들을 시도하고 있다.

문제는 생활쓰레기를 자기 스스로 처리하고 환경을 보호하려는 주민의식이 선결돼야 한다는 것.

아무쪼록 미니동물원이 쓰레기 투기금지 대안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관할 구청의 관심과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