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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원·원희룡·한동훈·윤상현(왼쪽부터)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4인이 11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2차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 시작에 앞서 단상에 서 있다.
 나경원·원희룡·한동훈·윤상현(왼쪽부터)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4인이 11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2차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 시작에 앞서 단상에 서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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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원희룡 후보가 김의겸 후보보다 더 못한 것 같아요."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의 '카운터 펀치'는 매서웠다. '아웃복싱'에서 다시 '인파이팅'으로 태세를 전환한 원희룡 후보의 공세를 특유의 화법으로 맞받아쳤다. 네거티브에 가장 적극적이었다가, 지난 1차 TV토론에서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다시 네거티브 총공세에 나선 원희룡 후보의 검증 자체는 날카로웠다. 하지만 중간중간 '말리면서' 오히려 말을 더듬거나 답변을 제대로 못하는 모습을 노출했다.

한동훈 후보도 상처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1위 후보다운 품격이나 안정감은 찾기 어려웠다. 다른 후보들의 집중 공격 속에서 흥분하거나 조롱조로 되받아치는 그림이 자주 연출됐다. 그러나 최소한 원희룡 후보에게 '본전' 생각이 나게끔 만들면서, 앞으로 있을 토론에서도 쉽게 당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본인이 약간 데미지를 입더라도, '이기는' 포지션을 먼저 선점해 공방을 주고 받고, 상대에게 더 큰 데미지를 주는 전략인 셈이다.

11일 오후 MBN 주관으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자 제2차 토론회는 시종일관 서로의 '오디오'가 물리는 난타전으로 시작해, 난타전으로 끝났다.
 
 나경원·원희룡·한동훈·윤상현(왼쪽부터)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4인이 11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2차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나경원·원희룡·한동훈·윤상현(왼쪽부터)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4인이 11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2차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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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네거티브 나선 원희룡... "검증"이라며 사천 의혹 제기

원희룡 후보는 이날 TV토론 시작부터 '태세 전환'을 보였다. 토론을 여는 '자기소개' 30초의 시간부터 한동훈 후보를 공격하는 데 쓴 것이다. 원 후보는 "우리 당의 앞날에 대한 절박함으로 한동훈 후보에게 묻는다"라며 "여론조성팀 의혹, 사천 의혹, 김경률 금융감독원장 추천 의혹, 3대 의혹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책임지시겠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자신의 대권 이미지만 생각하고 거짓말과 분열을 서슴지 않는 사람이 당 대표가 된다면 우리 다 죽는다"라며 당원들의 공포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날 주도권 토론의 첫 번째 주자였던 한동훈 후보는 "지난 1차 토론에서 선거관리위원회의 요청 때문에 앞으로 네거티브 같은 거 하지 않고 정책 선거하겠다고 약속을 여러 번 했죠?"라며 "그랬는데 그 이후에 네거티브를 계속하고 계시다. 오늘의 입장은 어떤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원 후보가 "네거티브가 아니라 검증"이라며 "우리 당원들은 진짜를 알 필요가 있다. 그래서 가짜를 벗겨내기 위해서 치열한 검증에 들어가야 한다"라고 답하자, 한 후보는 "생각이 바뀌셨다, 하루 만에"라고 날을 세웠다.

한동훈 후보는 우선 원 후보가 지적한 '사천'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원 후보 측은 지난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비례대표 후보 공천 등에 한동훈 후보의 '가까운 가족'의 의사가 반영됐다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한 후보는 "제 처가 관여한 게 어떤 부분이냐?"라며 "근거를 대라"라고 반복해 물었다. 하지만 원 후보는 보좌진과 변호인 등 다른 사람들을 언급할 뿐 가족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을 피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얘기하면 우리 다 가까운 분들인데 뭐 증거 조작하실 건가? 다 부인할 거 아닌가?"라며 본인이 이야기를 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논지였다. 대신 "당무 감찰"을 제안하며 "당무 감찰을 하면 근거를 밝히겠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한 후보는 "아무런 근거 없이 말씀하시는 건데 저는 오히려 김의겸씨는 녹음이라도 틀었다"라며 "저는 원희룡 후보가 김의겸 후보보다 더 못한 것 같다"라고 직격했다. 한동훈 후보를 상대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다가 추가적인 검증에 실패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빗대어 힐난한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11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2차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11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2차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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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후보직 사퇴에 정계 은퇴까지 언급... 원희룡은 '사퇴' 안 꺼내

원 후보는 본인의 주도권 토론 차례가 돌아오자 반격을 시도했다. 참여연대 출신 회계사이자 지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에 함께했던 김경률 회계사를 한동훈 후보가 금융감독원장 자리에 추천했다는 의혹에 대해 한 후보는 "저는 추천한 사실이 없다"라며 "허위사실 유포를 말아주시길 바란다"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저는 누가 추천했는지를 안다"라며 사실 관계를 부인했다.

원 후보는 "제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 기획위원장이었기 때문에 주요 보직들에 대해서 인사 추천이나 그 과정에 대해서는 다 알고 있다"라며 "(한 후보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는 것이다, 이게 거짓말이라는 게 만약에 드러나면 어떻게 책임지시겠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하지만 한 후보는 "저보고 사퇴하라고 그러셨잖냐? 저는 확실하니까 말씀드리겠다"라며 "저는 사퇴하겠다. 원 후보는 어떻게 하시겠느냐?"라고 맞받아쳤다. 법무부장관 시절에도 '저는 장관직을 걸 테니, 의원은 뭘 걸겠느냐'라며 야당 의원들을 상대하던 그 화법 그대로 원 후보를 직격한 것이다.

원 후보는 "저도 책임지겠다"라며 "상응하는 모든 책임을 지겠다"라고 했지만, 끝까지 "사퇴"라는 말은 입에 담지 않았다. 한 후보가 사퇴를 거론하며 물고 늘어지자, 원 후보는 본인의 주도권 토론임을 강조하며 한 후보의 답을 끊었다. 김건희 여사의 문자에 언급된 댓글팀, 이른바 여론조성팀에 대한 공방도 비슷했다.

공전하던 설전은 돌고 돌아 다시 사천 논란으로 되돌아왔다. 원 후보는 특정 보좌진과 변호인 그리고 한 후보의 가족을 재차 언급하며, 당시 비례대표 공천 명단이 바뀐 정황들을 제시했다. 당무 감찰의 필요성을 다시 강조하며 한 후보를 압박한 것. 하지만 의혹의 핵심에 대한 지적을 원 후보가 아끼는 듯한 태도를 취하자, 한 후보는 '내가 괜찮으니까 그냥 지금 이야기 하시라'라는 입장을 보이며 의혹의 요지와 근거를 정확히 대라고 요구했다.

한 후보는 "말씀하신 그 두 분(변호사와 보좌진)의 이름도 모르겠지만, 이 두 명과 제 처가 아는 사이다? 일면식이라도 있다? 제가 정계 은퇴하겠다"라고 초강수를 뒀다.
 
 원희룡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11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2차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원희룡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11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2차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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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김경률·진중권과 소통" vs. "원희룡이 나보다 많이 해"
 

두 사람 공방의 화룡점정은 후반부에 나왔다. 원희룡 후보는 한동훈 후보에게 '좌파' 프레임 씌우기를 시도했다.

원 후보는 한동훈 후보가 영부인이나 당내 다른 인사들과는 소통이 잘 안 되지만 "예를 들어서 김경률라든지, 진중권 (광운대학교 특임교수) 또 그렇게 같이 왔던 정의당, 참여연대 인사들 이런 부분과는 매우 (소통이) 활발하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주동자셨던 이모 분이 계시지? 그리고 통혁당(통일혁명당) 신영복에 대한 추모사, 기념사 이런 거에 가장 앞장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좌파 언론 <프레시안>의 설립자이면서 그분이 김대중 정부 때 여러 가지 이해찬 당시 총리와 함께 실제로 민청학련 세대의 대부 역할을 하는 분"이라든가 "장인어른께서도 여러 가지 검찰 경력은 있지만 민주당 분이시지?"라며 주변 인사들은 언급했다.

여기에 "대안연대 그다음에 이제 운동권에서 전향한 이런 분들이 주로 돼 있을 뿐만 아니라 예를 들어서 김어준 또는 유인태 이런 분들이 한동훈 후보에 대해서 열렬히 지지하고 여기에 대해서 비판하는 사람들을 거의 집단 왕따하듯이 공격을 하고 있다"라고도 주장했다.

한동훈 후보는 황당하다는 듯 카메라를 향해 "봐주시라. 김어준이 저를 지지한다고?" 헛웃음을 보였다. "원희룡 후보야말로 운동권 출신 아니었느냐? 저는 운동권이었던 적이 없다"라고도 꼬집었다. "그리고 제가 20년 동안 한 번도 뵙지도 못한 이모 이야기를 했다"라고 반박했다. "저를 어떻게든 좌파 몰이를 하시는데, 정말 2024년 국민의힘의 전당대회에서 이러 이야기가 나오는 게 정말로 황당한 이야기"라는 지적이었다.

원 후보는 "이모부님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느냐?"라고 되물었고, 한 후보는 "20여 년간 본 적 없다. 그것도 조사하셨느냐?"라고 쏘아붙였다. 도리어 "(원희룡 후보는) 김경률씨나 진중권 이런 분들하고 소통 안 하셨느냐? 소통하잖느냐"라며 "본인이 저보다 더 많이 하시는 것 같은데?"라고 쐐기를 박았다.
 
 나경원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11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2차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11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2차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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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끝나고도 계속된 설전

이들의 설전은 토론회가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토론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 후보는 "가짜를 벗겨내고 진짜를 당원과 국민이 알고, 우리 당 눈앞에 닥친 현실을 헤쳐 나가기 위한 실제 필요한 리더십이 무엇인지에 대해 절박하고 비장하게 당원들이 그걸 절절히 느낄 수밖에 없도록 앞으로 남은 기간 토론과 캠페인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한 후보를 적극적으로 검증할 것을 예고한 셈이다.

원 후보는 기자들에게 상당히 세밀하게 지난 총선 당시 공천 결정 과정에 대해 의문점들을 제기하며 당무감사의 필요성을 다시 꺼냈다. 한 후보를 향해서는 "자꾸 말 끼어들고 일방적으로 그 내용에 대한 답변은 안 하고 메신저 공격만 하잖느냐"라며 "이런 건 민주당이 하는 방식"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당신이 말할 처지는 아니다'라든지 '뭐가 급하냐'라든지, 한동훈 후보 특징이 국회에서도 보면 메신저를 까고, 메신저가 그 말을 듣고 하는 사이에 정신을 혼미시키는 그런 기술을 쓴다"라며 불쾌감을 표했다. "정치는 말 기술로 하는 게 아니다"라며 "거기 끌려가면서 제가 하고 싶은 말, 본론도 말 못하는 식으로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반면에 한 후보는 "(원 후보가) 근거를 말 안할 뿐만 아니라 논란이 뭔지도 이야기 안하잖느냐"라며 "저는 논란이 뭔지 모르겠지만, 뭐가 있고, 그게 맞다면, 저는 말했잖느냐 (정치를) 그만한다고"라고 강조했다. 특히 '예스 혹은 노(Yes or No)'로 단답형 대답을 요구했던 원희룡 후보에게 같은 방식의 질문을 되돌려주며 압박하기도 했다.

그는 "뭔가 의혹을 제기할 때는, 이 정도의 공개적인 데서 이야기할 때는 어느 정도 근거를 이야기할 수 있을 때 하는 거잖느냐"라며 "저를 지금 떨어뜨리는 게 목표 아닌가? 그럼 지금 (근거를 이야기)해야지. 제가 괜찮다는데 왜 안 하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당무감사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혹 자체가 특정이 안 되잖느냐? 비례대표 공천에 누구를 잘못(공천)했다는 거냐?"라며 "어떤 공천을 누가 잘못했다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그런 이야기를 '카더라'로 그냥 '뇌피셜(뇌+오피셜)'로 이야기하는 것 뿐이잖느냐"라며 "누군가가 선거에서 남에게 해코지 하기 위해 당무감사 해야 하는 건가?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도리어 그는 "제가 뭔가 공천 시스템을 어긴다든가, 공천 관련해서 사천하거나, 누군가를 밀어넣는다거나, 그런 게 없다"라며 "여러분 기억하겠지만, 제가 한 명이라도 제 사람 꽂은 거 있느냐? 없잖느냐"라고 기자들에게 묻기도 했다. 결국 "(원 후보가) 당연히 (책임을)져야 하는 것"이라며 "이 정도로 오물을 뿌렸는데 책임 안 진다? 그러면 안 된다"라는 이야기였다.
 윤상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11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2차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11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2차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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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원희룡, #한동훈, #국민의힘, #전당대회, #TV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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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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