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수원지검 전경.
 수원지검 전경.
ⓒ 김종훈

관련사진보기


지난 2018년 12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가져온 인사가 안부수 아시아태평양교류협회(아태협) 회장이라는 증언을 검찰도 1년 10개월 전에 이미 확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안부수 회장 최측근 A씨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2년 9월 26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사건을 수사하던 수원지검에 출석해 "안부수 회장이 2018년 12월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기억한다"라며 "북한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아서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진술했다. 

이어 좀더 구체적인 증언을 내놓았다. A씨는 "그때 언론에서 '민간인이 (김정은) 친서를 전달했다'는 내용이 보도되었는데, 보내온 경위가 공식 루트가 아니었다고 보도된 것이다"라며 "안부수 회장이 한국에 들어왔다가 바로 다시 북경으로 갔다, 심양을 통해서 북한에 갔다가 한국에 돌아왔는데 급하게 다시 중국으로 들어오라고 해서 바로 북경으로 간 다음 그때 친서를 받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부수 아태협 회장 최측근 A씨의 수원지검 진술조서 중 일부(2022년 9월 26일).
 안부수 아태협 회장 최측근 A씨의 수원지검 진술조서 중 일부(2022년 9월 26일).

관련사진보기

 
다만 "친서를 직접 보지는 않았고, 안부수 회장도 개봉하지 않아서 친서 내용을 말해주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 내용은 모른다"라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 5월 한 언론인과의 전화통화에서도 "안부수 회장이 중국 북경에 가서 공항에 대기하고 있던 김성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실장 등 북한측 인사들로부터 김정은 친서가 들어 있던 007가방을 받아서 왔다"라고 증언했다. 안부수 회장은 당시 김성혜 실장이 가방을 전달하면서 "이것은 뜯어보면 안 되고, VIP(김정은) 친서다"라고 말했다고 A씨에게 전했다.

쌍방울 대북사업 핵심 안부수, 그러나... 
 
 청와대가 30일 오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온 친서를 공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문 대통령에게 향후 남북 관계를 위한 친서를 보내왔다고 청와대는 발표했다. 청와대는 친서의 직접 공개는 정상 외교에서는 친서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며, 표지와 일부 내용만 공개한다고 밝혔다. 2018.12.30 [청와대 제공]
 청와대가 30일 오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온 친서를 공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문 대통령에게 향후 남북 관계를 위한 친서를 보내왔다고 청와대는 발표했다. 청와대는 친서의 직접 공개는 정상 외교에서는 친서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며, 표지와 일부 내용만 공개한다고 밝혔다. 2018.12.30 [청와대 제공]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청와대는 안부수 회장이 김정은 친서를 국내에 들여온 직후인 지난 2018년 12월 30일 오후 4시 20분 브리핑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오늘 오후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친서를 보내왔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김정은 친서에는 김 위원장이 연내 서울 답방을 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면서 "내년에 서울을 방문하겠다"라고 말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수원지검 검사는 A씨로부터 '안부수 회장이 김정은 친서를 가져왔다'는 중대한 진술을 듣고도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쌍방울그룹 대북사업 중재자였던 안부수 회장의 위상과 역할을 확인할 수 있는 진술인데도 검찰이 더 이상 자세하게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2018년 12월 30일 자 김정은 친서 관련 기사를 제시하면서 "실제 전달 경로는 안부수 회장이 전달한 것이라고 진술한 것이 맞는가?"라고 묻는 정도에 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 회장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공모해 중국과 북한에서 김영철 아태위 위원장(현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고문), 송명철 부실장 등을 만나 총 5억 원(21만 달러와 180만 위안)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2023년 5월 구속됐다가 구속만료 전인 같은 해 11월 보석허가로 풀려남).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재판부는 안 회장에 대해 "김성태 등 쌍방울그룹 임직원들 등을 아태위와 연결해 주는 '대북 브로커'로 활동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중인데도 검찰이 안 회장에 대한 출국금지를 연장하지 않아 지난 5월 키르기스스탄 을 방문해 키르기스스탄국립대 명예박사학 학위를 받았다. 안 회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고, 검찰 수사 초기 밀항을 시도하다 체포된 전력까지 있다는 점에서 검찰이 그의 출국금지를 연장하지 않은 것은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태협에서 근무했던 A씨는 안부수 회장의 최측근으로 쌍방울그룹이 북한 측에 송금했다는 800만 달러 중 5억 원의 환치기, 배달 등에 관여한 인물이다.  

"김성혜 실장과 친하다고 말해, 같이 찍은 사진도 많다"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018년 6월 11일 오전 싱가포르 리츠칼튼 호텔에서 최강일 외무성 국장 대행(왼쪽)과 김성혜 통일전선책략부장이 성 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의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018년 6월 11일 오전 싱가포르 리츠칼튼 호텔에서 최강일 외무성 국장 대행(왼쪽)과 김성혜 통일전선책략부장이 성 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의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한편 A씨는 지난 2022년 9월 검찰 조사 당시 "안부수 회장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검사의 질문에 "본인 마음대로 하는 독단적인 사람"이라며 "공익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안부수 회장)은 학벌과 나이를 이랬다 저랬다 한다, 저한테는 1962년생이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1965년생이고, 학교도 버클리대였다가 동국대였다가 와세다대로 바꿨다. 실제 학교가 어딘지 모르겠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안부수 회장 최측근의 부정적 평가와 달리 검찰과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재판부는 안 회장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방용철 전 부회장 등 '3인방'의 진술을 신뢰해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했다.    

"안부수 회장의 북한 인사들과의 친분 정도는 어떠한가?"라는 검사의 추가질문에 "북한 인사들과의 친분이 있다"라며 "북한의 아태위와 민경련(민족경제협력연합회)과 친하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안부수 회장이 일반인들에게 얘기할 때에는 김성혜 책략실장과 친하다고 말한다, 같이 찍은 사진들도 많이 있었다"라고 안 회장과 김성혜 실장의 친분관계를 설명했다. 

안부수 회장에게 김정은 친서를 전달했다는 김성혜 실장(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겸임)은 남북 회담과 북미 회담 등에 참여한 북한 핵심 인사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기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일원으로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에 참석했고, 같은 해 북미정상회담 북한 수행단 일원으로 싱가포르를 방문한 바 있다.   

[관련기사] 
[단독] "안부수, 김정은 친서 007가방에 담아 왔다고 했다" https://omn.kr/29cz6
쌍방울이 이재명 위해 돈 보냈다? 다른 정황 나왔다 https://omn.kr/298bw
국정원 문건이 '윤석열 검찰'에 묻는다 https://omn.kr/28xld
김정은 위원장 깜짝 친서.. "내년에 서울 방문하겠다" https://omn.kr/1gcbh

태그:#안부수, #쌍방울대북송금사건, #김정은친서, #김성태, #수원지검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