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완도신문

관련사진보기

 
동양의 고전이며 역사적 사료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목민심서>. 보통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 어떤책을 가장 좋아하느냐고 물어보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 그다음으로 등장하는 것이 정약용의 <목민심서>다. 그래서 특히 지방자치단체장에 출마하시는 분에게 꼭 목민심서를 언급하곤 한다.

수원의 화성을 축조할 때 거중기라는 기계를 만들어서 성을 쌓는 일을 관장하기도 하고 인문 사회과학적 지식과 자연과학적 지식을 다 겸비한 다방면에 걸쳐 뛰어났던 조선시대의 선비. 나주벽서사건으로 엮여 전라남도 강진에서 18년동안 유배생활을 하는 중에서도 목민심서, 즉 목민관을 위한 지침서를 썼고, 그 외에도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 굉장히 많은 책을 남겨 유배 기간 18년을 알차게 보낸 그런 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목민심서는 정확하게 고을 수령들을 위한 책이다. 고을 수령이 부임할때부터 마지막 이임하는 때까지 본인이 어떻게 마음가짐을 가져야하는지를 정리하고 제시했고, 각각의 영역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해야하는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매뉴얼로 만들어놔서 심지어 보고서 서식까지 지정해놨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재난이 닥쳤을 때와 부임하고 이임하는 전 과정을 하나의 사이클로 한권의 책에 모아놓은 것이다.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다산 선생은 실제로 지방관 생활은 2년밖에 할 수 없었다. 그 짧은 기간에 조선 정국을 뒤흔든 사건이 발생한다. 정약용의 부임 행차를 이계심이라는 자가 막게 되는데 그 시대에 관리의 행차를 막는다는 것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사형감이었다. 하지만 다산 선생은 '백성도 정치에 대해 말할 수 있다'고 인정하고 그 말에 귀를 기울이고 또 그것을 바탕으로 개혁 작업을 펼쳤다.

오늘날 우리가 지방자치제를 부활 시켜 도입한지 30년을 넘어 성장하고 있는다. 이미 다산은 백성 또한 지방 행정의 축으로 인정했다는 것을 이 사건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어찌 보면 현대의 지방자치제도를 통한 민주정치의 구현과도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다산 정약용이 <목민심서>에서 말하는 목민관은 지금도 모든 공직자에 해당된다. 다산은 권력을 이용해 부정부패를 일삼는 관리나 토호들의 행포를 백성들에겐 승냥이나 호랑이 같다고 말했다. 

사나운 짐승을 제거해서 양 같이 온순한 백성들이 안심하게 살 수 있게 하는 사람을 목민이라 표현했다. 다산은 목민관은 벼슬 중에 가장 어려운 직책이며, 세상에서 산처럼 무겁고 높은 사람이 백성이다 말했다. 주어진 위치에서 각자 임금이 돼 백성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최근 권력이 바뀔 때마다 터져 나오는 각종 공직비리가 국민을 분노케 한다. 청탁비리, 펀드사기 사건, 부동산투기 등 권력형 부정부패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서민에게 돌아간다. 감히 21세기형 '삼정의 문란'이 아닌가 생각한다. 권력에 취해 온갖 비리에 눈먼 공직자는 진정한 목민(牧民)의 길이 무엇인지 깊이 성찰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12편으로 구성된 목민심서 중 '율기(律己)' 편은 지금의 공직자들도 항상 되새김하는 '청렴'에 대해서 강조하는 단원이다. 율기(律己)는 자기 자신을 다스린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자기 자신을 다스리기 위한 6가지 항목은 아래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제1조 칙궁(飭躬) : 몸과 마음을 단정하게 갖추어 백성들에게 위엄을 갖추어야 한다.

제2조 청심(淸心) : 청렴결백한 마음으로 타인의 청탁을 받아서는 안 되고, 검소한 생활을 지켜야 한다. 청렴은 모든 선과 덕의 원천이며 근본이다.

제3조 제가(齊家) : 고을 부임 시 가족들과 검소하고 절약하고 청렴한 모습을 함께 지켜야 한다. 그래야 백성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가정이 평안해야 백성을 잘 다스릴 수 있다.

제4조 병객(屛客) : 오고 가는 손님이 많은 목민관의 자리다. 그러나 사사로이 찾아오는 손님은 비용이 들고, 백성을 돌보는 일에 소홀해지게 된다. 특히 친척과 친구가 자주 업무에 관련이 있다면 더욱 엄중히 처리하여 불필요한 의심과 비방이 없도록 조심해야 한다.

제5조 절용(節用) : 수령 노릇을 잘하려면 자애로워야 하고, 자애로우려면 청렴해야 한다. 청렴은 절약과 이어진다. 교만하고 사리사욕이 있는 목민관의 사치는 백성들에게 빚을 얹는 일이다.

제6조 낙시(樂施) : 절약만 하고 쓰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청렴을 지켜 백성들에게 기꺼이 베푸는 것 또한 목민관이 해야 할 원칙이다.

조선시대에도 관리들의 부정과 비리로 백성들의 민심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가족들의 잘못된 행동이나 지인의 청탁으로 인한 피해를 미리 방지하고자 했다. 예컨대 율기편의 '청심'에 나온 내용 중에는 지역의 토산품과 특산품은 임기를 마치고 나서는 단 하나라도 챙기지 말 것을 강조했다.

또한 세 번째 조항 '제가'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동양 철학이 반영돼 있는데, 가정이 올바르게 정리돼야 가정 밖 고을, 마을,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다는 말이다. 가정을 잘 다루는 요령으로는 '임지로 데리고 가는 집안 사람 수는 법대로 한다', '의식주는 검소하게 한다', '물건을 사들이는 데 있어 청렴함을 기본이다'라는 내용이 포함된다. 가정을 단속하는 게 말처럼 쉽지가 않으나, 관아에 있는 종들에게도 반듯한 행실을 주문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전라도가 한곳의 귀양지로 정해진 배경에는 아마도 죄인이 그곳에 가서 울분을 토하기보다는 주변의 자연 환경과 주변 인심에 감화되어 마음을 다스리고 반성하고 정화시켜 백성을 위해 무엇이 더 현명하고 속깊은 배려을 고민했다는 것. 현재를 살아가는 지도자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양훈 완도군의회 의장입니다.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정선 목민심서

정약용 (지은이), 다산연구회 (엮은이), 창비(2019)


태그:#완도신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완도신문은 1990년 9월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고, 참 언론을 갈망하는 군민들의 뜻을 모아 창간했다.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루는 날이 있다”는 사훈을 창간정신으로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의 길을 걷고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