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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경남본부는 4일 오후 "산재 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부산울산경남지역 산재보험 실태조사와 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4일 오후 "산재 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부산울산경남지역 산재보험 실태조사와 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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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노동자들이 업무상 질병 판정을 받는 비율이 낮고, 이로 인해 갖가지 피해를 보는 가운데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에서 열린 '산재 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부산울산경남지역 산재보험 실태조사와 개선 토론회'에선 여러 가지 불이익 사례들이 소개됐다.

김병훈 민주노총 경남본부 노동안전국장은 재해자들에 대한 치료연장 승인이 늦어져 피해가 발생한 사례를 소개했다. 산재·치료연장 승인 여부는 근로복지공단‧질병판정위원회에서 한다.

신경정신 관련 질환을 겪은 ㄱ씨는 지난 2월 19일 진료계획서를 제출했고, 의사는 3월 1일부터 5월 31일 치료 연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이 ㄱ씨의 치료 연장 승인을 한 날짜는 5월 28일이었고, 사흘 뒤인 31일 치료 종결이 되고 말았다. 재해자는 연장 승인이 늦어짐에 따라 계속 요양 치료를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회사에 복귀해야 하는 건지에 대한 문제가 생겼던 것이다.

ㄱ씨는 치료연장 승인이 나지 않으면서 3월 1일부터 사실상 무단결근이 되는 상황에 처했다. 김 국장은 "치료 연장 불승인에 대한 불안감으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고, 치료 연장 후 바로 종결됐다"며 "사실상 3개월의 치료 기간 동안 마음 편하게 요양이 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고성 재해를 당했던 ㄴ씨는 요양신청을 했는데,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3월 7일 흉부 타박상에 대해선 요양을 승인했지만 늑골 골절은 불승인했다. 승인이 난 요양 기간은 2월 26일부터 3월 29일까지였다.

이에 ㄴ씨는 3월 13일 이의제기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5월 7일에야 늑골 골절에 대한 심사청구를 승인했다. 곧바로 요양 승인이 나지 않았던 ㄴ씨는 근태·급여 압박으로 4월 19일 출근해 작업을 시작하면서 치료를 포기했다. 그런데 치료 포기 후 약 20여 일 만에 심사청구 승인 결정 통지가 됐다.

사망한 사례도 있다. 김 국장에 따르면, ㄷ씨는 2022년 2월 급성골수모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같은 해 7월경 산업재해보상보험 요양급여 신청을 했으며, 2023년 6~7월 사이 현장 역학조사를 벌였다. 그는 입‧퇴원을 반복하며 항암치료를 진행하다가 올해 1월 4일 세상을 떠났다. ㄷ씨는 사망했지만, 아직 공단은 산재 관련 여부에 대한 판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김병훈 국장은 "재해자가 작업 중 발목을 다치는 사고를 당했는데 산재 처리 기간이 늦어지고 있으며, 일부 승인이 됐으나 치료 기간이 산재처리 기간 중간으로 제한된 사례도 있다"라고 소개했다.

한 급식 노동자는 폐암으로 산재 인정을 받았으나 근무하면서 치료를 하라면서 휴업급여가 지급되지 않았던 사례도 전했다.

김 국장은 "올해로 우리나라에서 산재보험이 시행된지 60년"이라며 "산재 결정 기간을 보면 2023년에 214.5일, 역학조사는 634.6일이 소요되고 있다. '특진'이라는 제도 도입으로 인해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산재 처리 지연은 더욱 심각하다"라고 진단했다.

또 그는 "부산·경남 지역의 업무상 질병 승인율 역시 매우 낮다. 부산의 승인율은 50.4%, 경남의 승인율은 53.6%로 전국 평균 승인율 57.7%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라며 "서울 북부 71.9%와 비교해도 너무 차이가 난다"라고 말했다.

"산재 판정까지 길고 긴 기다림"

이날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은 '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산재보험 개선과제'에 대해 발제했다. 그는 "산재 판정까지 길고 긴 기다림"이라며 "더군다나 원직 복직은 50% 미만으로, 일터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산재신청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꺼냈다. 최 집행위원장은 "농업·임업·어업·수렵업 중 법인이 아닌 자의 사업으로서 상시 노동자 5인 미만인 경우까지 확대해야 하고, 특수고용 노동자는 일부 직종 방식이 아니라 정의 규정을 둬 일하는 사람 전체로 넓혀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사업주의 반복적 의견 제출을 제한하고, 질병판정위원회에서 사업주의 의견 진술 보장을 금지해야 한다"라며 "여전히 '몰라서'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은데,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병원 의사가 산재 절차를 개시하거나 국선 노무사 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시했다.

이어 "알아도 못 쓰는 노동자들이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재 은폐 관리‧감독‧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신속성을 높이기 위헤, 최 집행위원장은 "추정의 원칙을 대폭 확대해 해당될 경우 질병판정위원회를 거치지 않는 승인을 하도록 하고, 업종·직종·경력에 기반한 자동 승인을 할 필요가 있다"라며 "역학조사·특별진찰 등으로 조사 기간이 길어질 경우에는 산재보험 급여를 먼저 지급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대해 그는 "전문가 중심 구조인데 노동자 경험은 어떻게 반영을 할 것이냐" "권위적인 태도가 문제이고, 아픈 사람을 안 아픈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이 불쾌할 때가 있다" "대부분 업무상 질병을 개별적으로 논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어떤 장점이 있느냐"라고 했다.

"산재 노동자에 대해서는 충분히 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그는 "요양기간 단축이 목표가 아니라 제대로 치료 받는 게 목표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산재 문턱을 낮추고 유급병가 제도가 필요하다"면서 "비급여가 여전히 높은데 전면 급여화를 해야 한다. 의료기관을 변경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태그:#산업재해, #산재보험, #질병판정위원회, #민주노총경남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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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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