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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졸업>이 끝났다. 대치동 스타 강사와 신입 강사로 나타난 옛 제자가 펼쳐나가는 로맨스를 담은 드라마. 주인공 직업은 대치동 국어 강사이다. 개인적으로 러브라인의 스토리보다 학원 강사들의 삶과 현실, 국어라는 과목의 특성과 현 입시 교육, 교육 방향에 더 귀를 기울이며 본 드라마가 아닌가 싶다.

나는 현재 초중등생들 글쓰기를 지도해 나가고 있다. 물론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입시 논술을 지도하고 있지는 않지만 글쓰기를 지도해 나간다는 점에서 또 국문학을 전공했다는 점에서 나와 드라마 사이의 공통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나의 국어 사랑은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시작되었다.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해 열정이 넘치셨던 신입 교사인 국어 선생님을 만나면서부터였다. 선생님의 열정 넘치셨던 수업에 난 늘 집중했었고 국어 과목에 대한 사랑이 따로 선생님께 편지를 보낼 정도로 유별났다.

선생님은 교과서 진도를 나가기 전 따로 짧막한 여운을 전해주는 글을 읽어주시기도 하고 또한 감상평도 잊지 않으셨다. 교과서 안의 지문은 아니었지만 이 또한 분명 국어 수업과 연계되어 있는 교육의 하나였을 것이다. 그 덕에 나는 텍스트를 감상하는 방법을 배워나갈 수 있었고 내 마음에 한 줄기 바람이 되어 찾아오는 활자들을 주목하게 되었다.

선생님은 종종 영화 등의 작품들을 소개해 주시기도 했다. 선생님이 들려주셨던 케빈코스터 주연의 <늑대와 함께 춤을>이라는 영화는 마치 내가 본 듯 장면 장면이 여전히 생생하게 다가온다.

시(詩) 수업을 할 때도 선생님의 수업 방식은 특별했다. 카세트 테이프를 준비하셔서 시를 낭송할 때 잊지 않고 배경 음악을 깔았다. 때론 야외 무대 안에서 수업이 진행되기도 했는데 음악과 자연이 배경이 되어 들려 오는 시(詩) 작품은 그냥 시를 읽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감흥이 배가 됐다.

시 수업이 있던 그날 나는 학교를 마치고 바로 레코드 가게를 찾아 시 낭송 테이프를 기어이 사고 말았을 정도였다. 선생님께서 전해주신 국어에 대한 애정은 곧 나의 성적으로 드러났고 중학교 시절부터 고등학교까지 국어 과목만큼은 늘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국어는 나에게 효자 과목이었다. 대학에서도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게 되었을 정도로 국어와 나의 인연은 켜켜이 쌓여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나에게 있어 국어가 효자 과목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국어 과목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달랐다. 달달달 암기식의 공부가 아닌 작가의 의도를 찾아 이해하려 노력했다. 각각의 작품들에 대한 감상적 태도를 키워나갔던 공부법이 통했던 것이다.
 
tvN 드라마 <졸업> 한 장면.
 tvN 드라마 <졸업> 한 장면.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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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국어는 모든 과목의 근본 중에 근본인 과목이라고 말한다. 전교 1등인 이시우라는 인물을 통해서 잘못된 국어 교육의 방향을 이야기해 주기도 한다. 국어라는 과목에 늘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하고 예상 출제 문제를 암기하고 그렇게 겨우 100점을 맞는 전교 1등 이시우의 표현을 빌리자면, 국어는 개운치 않은 좀 찜찜한 과목이다. 명쾌하게 답을 정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늘 암기로 풀어나갔던 국어 공부법이 결국 자신을 낯선 지문 앞에 무너져 버리게 만들고 있음에 불안해 하고 답답해 한다.

그런 그가 어느날 국어라는 과목에 대한 접근 방법을 돌아보게 된다. 늘 급하게 시간에 쫓기며 정답만을 캐 묻기에 바빴던 자신의 국어 공부법이 문제였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낯선 지문을 만날 때의 자신을 떠올리며 우리가 처음 사람을 만나고 알아갈 때에 비유해 대사를 이어 나간다.

첫 만남의 상대를 알기 위해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며 그렇게 천천히 상대를 알아가듯 지문 안의 작품도 찬찬히 읽어가며 친해지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게 부족했음을 이야기 하는 장면에서 시우의 대사는 분명 내 가슴 안에도 훅 들어와 깊은 여운을 전해줬다.

명문고 고등학교 표상섭 교사가 학원으로 영입돼 무료 수업을 진행하는 장면에선 또 어땠나. 표상섭 교사는 문학이란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지에 대해 그야말로 명강의를 펼쳐나간다. 유튜브를 찾아보면 그 수업 장면만 편집한 영상이 올라와 있는데 그 아래 댓글들의 반응이 참으로 뜨겁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 있던 그 작품들 모두 굉장한 시 소설 수필들이었는데 교과서에 나왔다는 이유로 그냥 재미 없었어요. 표쌤이 그걸 다시 생각하게 해주시네요", "나 현직 재수생인데 이 쌤 강의 맛있다"...  진짜 국어 선생님을 데리고 왔냐, 갑자기 공부하고 싶어지게 하는 강의라며 그야말로 난리가 난 댓글의 흔적들. 한편으로 표 선생님의 강의는 이상적인 강의일 뿐이라는 글도 시선을 끈다.

드라마 속 표상섭 교사 역시도 국어 교육의 방향을 두고 설전을 벌이는 두 남녀 주인공 앞에서 제대로 잘 가르치고 싶은 건 모든 선생님의 로망일 뿐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기로에 빠진 교육의 모습을 <졸업>이란 드라마가 제대로 표현했다.

지금의 우리 아이들은 멋진 문학 작품들을 그저 정답만을 쫓으며 달달 외고 시험이 끝나면 무슨 작품인지도 모른 채 한순간에 머릿속에서 지워버린다. 그게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여주인공 서혜진 강사는 아이들 대학을 보내려면 한 문제라도 더 풀 수 있게 만들어야 하기에 지금의 현실을 결코 부정해서는 안 된다 말한다.

여기에 맞서 남주인공 이준호 강사는 무엇이 더 깊이 오래가는 교육인지 교육의 본질을 잊지 말라며 모든 선생님의 로망이라는 그 교육, 아이들이 제대로 읽고 텍스트를 돌파할 수 있는 힘을 갖춰나갈 수 있도록 새로 커리큘럼을 짜고 제대로 된 수업을 해 나가겠다 말한다.

단지 국어 과목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본다. 어쩌면 드라마는 모든 교육의 근본으로 통하는 국어라는 과목을 통해 지금의 잘못된 교육의 방향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학력고사로 이어져 왔던 평가 방식이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바뀐 이유 역시 대학이 바라는 인재상이 달라졌음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주입식, 암기식의 공부법이 아닌 생각하는 힘을 키워나가는 공부법으로 가기 위한 평가 방식임에도 여전히 어느 한 곳에서는 당장의 나은 결과를 위해 아이들에게 예상 문제와 정답을 주입하고 암기시킨다.

이 같은 현 교육의 현실, 이제 진정 졸업해야 할 때가 오지 않았을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아이들. 인공지능과 맞서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반드시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에도 기재할 예정입니다.


태그:#졸업, #교육의방향, #전교1등이시우, #국어공부, #드라마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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