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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시끄럽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새로 임명된 이충상, 김용원 상임위원이 인권단체와 언론들을 상대로 막말을 일삼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인권위 전현직 직원들이 두 상임위원에 대해 보고 들은 내용을 익명으로 보내와 몇 차례에 걸쳐 싣습니다. [편집자말]
국가인권위원회
▲ 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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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6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위원들 중 여섯 명이 송두환 위원장에게 반발하며 '전원위원회를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다. 곧 여러 언론에서 이 사안을 다뤘고, 그 중 한 기사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멈춰 섰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여섯 명 불참이면 인권위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전원위원회를 개회조차 하지 못한다. 그러니 '멈춰 섰다'라는 말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멈춰 섰다'는 정의가 맞다면 전원위원회 보이콧 전에 이미 수개월 동안 상임위원회와 전원위원회에서 벌어진 파행에 더 주목해야 한다. 사무처가 준비한 안건은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심의 의결 단위인 위원회는 공전과 공전만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김용원 위원이 소위 '모두발언'이라는 형식을 빌려 자신의 주장이 안건보다 중요하다면서 발언하기 시작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최근에는 자신의 이런 발언 행위가 '사무처 따위'가 제출한 안건보다 더 중요하고 더 먼저 다뤄져야 할 상임위원의 구두 제출 안건이라고 한다. 존엄하신 차관급 상임위원님(내부 게시판에 익명으로 오른 표현이다)의 구두발언 안건(?)의 내용은 억지주장에 가깝고, 막말을 넘어 상대방을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말들의 대향연이다. 이로 인해 최근 인권위 상임위는 연속해서 파행됐다.

인권위원으로서의 최소한의 책무를 저버린 지 오래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들이 전원위 보이콧 선언의 이유로 삼은 것은, 그들 중 일부가 제출한 '소위원회 의결정족수 안건'을 송두환 위원장이 표결에 부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권위는 2001년 설립 이래 지금까지 진정을 기각할 때도, 권고할 때도 모두 소위원회 위원 3명의 찬성으로 기각의결 또는 권고의결을 해왔다. 그것은 '3인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라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의 명문 규정에 따른 것이고, 합의의 정신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8월 김용원 위원은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는 소위원회에서 수요집회에 대한 경찰의 보호 미흡을 주장하는 정의기억연대의 진정을, 기각에 찬성하는 위원이 3명이 되지 않음에도 일방적으로 기각을 선언했다. 여기서부터 문제는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기각 의결정족수 3명이 아닌 다수의 진정을 기각했다. 이충상 위원도 마찬가지다.

김용원 위원은 소위원회의 의결정족수 안건을 만들어 전원위원회에 제출하기 이전부터,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법 명문의 규정과 법해석과 관행을 모두 무시하고 소위를 운영했다(이런 행위를 '운영'이라고 표현하기도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벌어진 직원들에 대한 무수히 많은 막말과 괴롭힘, 소위 파행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소위원회 담당 국과장에 대한 인사조치를 하지 않으면 소위원회를 개회하지 않겠다고 몽니를 부리고, 실제로 석 달 넘도록 소위원회를 열지 않았다. 이 일로 진정인으로부터 공수처에 직무유기로 고소됐지만, 반성은커녕 이를 다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진정사건에 대한 결정이 늦어지는 것이) 뭐 그리 대수로운 일이냐'라고 말했다. 이충상 위원은 해당 국장을 인사조치 해야한다고 공개석상에서 주장했다. 그들은 이미 인권위원으로서의 최소한의 책무를 저버린 지 오래 됐다.

그들이 오기 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인권위는 제기된 진정을 조사한 뒤, 인권침해를 인정하여 권고할 때도, 인권침해를 인정하지 못해 기각할 때도, 소위원회 구성원 3명의 찬성으로 의결해 왔다. 이러한 해석과 관행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라는 문언에도 부합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인권침해를 인정할 때도, 인정하지 않을 때도, 진지하고 신중하게 판단하기 위함이었다.

국가인권기구는 법적 안정성을 추구하는 기관이 아니며, 오히려 기존의 질서에 의문을 품고, 미래지향적인 판단을 하는 기관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결정에는 구속력을 부여하지 않고 연성적 권한인 '권고'의 권한만을 준 것이기도 하다.

3명 모두가 찬성하기 위해서는 인권침해인지 아닌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숙의하고 합의를 이끌어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의견이 불일치할 때 진정에 대한 결정을 무기한 미룰 수 없으니, 빨리 기각하는 것이 진정인에게 오히려 유리하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인권 최후의 보루인 인권위가 기각을 빨리 해주는 게 진정인에게 유리하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그 주장처럼 무기한 결정이 연기되어 문제가 된 사례가 있었다면 가져와 보시기 바란다. 그들이 오기 전 23년 동안 우리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무기한 교착상태'라는 있지도 않았던 가상 상황을 주장하면서, 인권침해 인정 여부를 놓고 고민해 보지 않는, 반대의견을 말하는 사람의 의견을 이해 보려고, 조금의 노력도 전혀 기울이지 않는 인권위원들의 민낯일 뿐이다.

기각의견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자동 기각이라는 그 주장 뒤에는, 기각을 쉽게 하기 위한 속내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건 민감하고 첨예한 사안에서 더욱 본색을 드러낼 것이다. 의견이 다른 상대방을 설득하고 합의를 이끌어 내는 과정이, 그런 노력들이 결국 진정인을 설득하고 피진정인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전혀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인권위는 판단하는 기관이 아니라, 설득하고 조언하는 기관이라는 정체성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인권위는 멈춰 설 수 없다

여섯 명의 인권위원들은 지난 6월 26일 발표한 성명에서 '민주주의나 인권은 타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 다양성 위에서 자란다'라고 말했다. 너무나 맞는 말이지만, 그러나 그동안 그들이 인권위에서 보여준 모습과 태도를 지켜본 직원으로서는 실소를 참지 못했다. 왜 참관 중인 직원들이 탄식을 내뿜고, 외부 방청객들이 야유를 보내는지를 진지하게 한 번만이라도 성찰해 주기를, 자신만이 옳다는 생각을 과연 누가 갖고 있는지를 6명의 인권위원들이 되돌아 봐 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들이 파행이라고 주장한 회의를 참관한 직원들과 방청객들은 이런 말을 남겼다.

"자신들의 기분대로 모두 표현해도 되는 곳이 이곳인가, 참혹하다."

그들은 이날 의결에 이르지 못하자, 소리를 지르고 자료를 집어 책상을 두드리며 "갑시다. 갑시다"를 외치면서 폐회되기 전에 모두 회의실을 나갔다.

인권위는 멈춰 서지 않았다. 인권위원으로 걸맞지 않은 사람들이 인권위원으로 왔으니, 잠시 흔들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자. 오늘도 내일도 우리 직원들은 무수히 많은 일을 기획하고 수행하고 있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 중에 어떤 일들은 여전히 보람 있고, 인권의 보호와 증진에 기여하는 일들이라고 칭하기에 손색이 없다. 인권 현안이 별처럼 많은 우리 사회에서, 인권위는 멈춰 설 수 없다.

태그:#국가인권위원회, #김용원, #이충상, #상임인원위원, #인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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