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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현장 사진, 시멘트 믹서 덤프 트럭
 사고 현장 사진, 시멘트 믹서 덤프 트럭
ⓒ 최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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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출근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8차선 대로변에서 좌회전을 하려고 신호 대기 중이었는데, 갑자기 차량 뒤쪽에서 충격이 느껴졌다. 나는 작년 4월부터 뇌경색으로 투병 중이었는데 갑작스러운 충격에 오른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교통 사고 수습을 위해 차량에서 내렸다. 하지만 뒤를 돌아본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신호 대기 중 내 차량을 들이받은 차량이 시멘트 믹서 덤프트럭이었기 때문인데 그 크기에 압도당하기도 전 미안하다며 다가온 운전자를 보고 더욱 놀랐다. 운전자가 너무 고령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의 고령 운전자의 연령 기준이 65세라 알고 있었는데 사고를 낸 분의 연세는 그 이상으로 보였다. 당황스럽고 정신이 없는 상태였지만 가해 차량 운전자에게 물었다.

"선생님,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그러자 고령의 운전자는 본인의 나이를 말하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어쩔 수 없이 이 나이까지 일을 하고 있다"며, "이제는 그만해야 되는데…" 하며 말끝을 흐렸다. 안타까웠다. 개인의 사정을 낱낱이 알 수는 없지만, 이제는 휴식이 있는 삶을 보내야 할 고령자가 덤프트럭 운전 기사로 일해야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씁쓸했다.

두 차량을 이동시키고 차량 사고를 수습할 각자의 보험사에서 사고 조사 담당자를 불렀다. 아침 시간이라서 그런지 상당히 시간이 걸렸는데, 덤프트럭 차량은 그 시간 동안 엔진 시동을 끄지 못했다. 뭔가 이유가 있는 것 같아 운전자에게 물었다.

"어르신, 차량의 유류비는 누가 지원하나요? 회사에서요? 아니면 직접 지불하시는 건가요?"

그러자 그는 "기름값이 비싸 죽겠는데 시멘트 믹서 차량은 시동을 끄면 믹서기가 멈춰서 시멘트가 굳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정차 시에는 항상 시동을 걸어놔야 한다"며,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차량 유류비를 한탄했다. 보험사의 사고처리반이 사고 현장에 도착 가해 차량 운전자의 운전면허증을 확인하고 이름과 나이를 확인했다. 정말 이 분이 덤프 트럭을 운전해도 될까 싶은 정도의 연세였지만, 모두들 당연한 듯 사고 조사를 하고 돌아간다.

100명 중 11명... 고령 운전자 늘어난 사회

물론 고령자라고 무조건 운전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런 경우는 생계가 달린 문제이기도 하고 또한 현재 대한민국은 초고령자 시대로 진입했기에, 시대 변화에 맞춰 고령 운전자의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현재 고령자 운전 가능 여부를 공단 방문 적성검사로만 판단하는데 이는 허들이 낮아 고령자의 운전 가능 여부를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운전직과는 거리가 멀었던 본 기자도 2022년 화물운송 자격증과 택시운전 자격증을 취득하며 적성검사를 받아 봤지만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아 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병원에서는 입원을 권유했지만, 얼마 전까지 뇌경색으로 재활병원에서 6개월을 지낸 터라 차마 입원은 못했다(참고 기사 : 재활병원서 보낸 추석, 생일상도 여기서 받았습니다 https://omn.kr/25vdm).
 
교통사고 후유중, 물리치료 중인 필자
 교통사고 후유중, 물리치료 중인 필자
ⓒ 최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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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통원 치료는 받고 있는데, 오늘 물리치료실에서 치료사 선생님들이 뉴스를 보며 걱정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1일 밤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발생한, 9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당한 대형 교통사고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60대 후반으로 알려진 고령자다.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계속 밟았으나 차량이 말을 듣지 않았다"며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는데,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은 급발진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차가 감속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사고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나 역시 대로변에서 신호 대기 중 가만히 서 있던 내 차량을 덤프트럭이 후방에서 강타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이 새삼 상기됐다. 나는 그저 '운이 좋았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4년간 만 65세 미만 운전자의 교통사고는 9% 줄었고 고령 운전자 사고는 19% 증가했다는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 자료가 있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비율은 2019년 전체 운전자의 10.2%에서 2021년 11.9%로 해마다 증가하고,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도 2017년 2만 6713건에서 2021년 3만 1841건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대한민국은 고령화 시대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우리에게 고령 운전자의 운전은 단순히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문제가 되었다. 고령화 시대, 이에 따른 고령 운전자의 안전과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고령자의 운전 가능 여부를 좀 더 신중히 판단하는 데 있어 보다 세밀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고령자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는 점, 잊지 말자.

태그:#교통사고, #고령화, #고령운전자, #교통안전,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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