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6월 모의고사 준비하는 수험생들 4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종로학원에서 열린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평가원 6월 모의고사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는 과도한 입시경쟁을 완화하고 사교육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취지로 2018학년도 수능부터 절대평가로 치르고 있다. 모든 수험생은 원점수 기준 90점 이상을 획득하면 1등급을 받을 수 있다.

올해 의대 정원 확대 여파로 N수생의 비율이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수능 경쟁력이 낮은 편인 고3 재학생으로서는 N수생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영어영역에서 등급을 잘 받아야 수시 모집 최저학력기준 충족이 유리해진다.

1.47%, 역대 가장 낮은 1등급 비율
 
그런데 지난달 4일 치러진 2025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 영어영역의 1등급 비율이 1.47%에 그친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N수생도 마찬가지겠지만, 내일(7월 2일) 성적표를 받게 될 고3 학생들이 받을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6월 4일 시험을 치른 후 채점을 해본 아이들은 "이런 영어 성적은 난생처음"이라는 반응을 쏟아낸 바 있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2024학년도 수능의 영어 1등급 비율은 4.71%였다. 9등급 상대평가로 치르는 국어, 수학, 탐구영역의 1등급 기준 4%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었지만, 영어에 절대평가가 도입된 2018 수능 이후 가장 낮은 비율이었다. 그래서 "킬러문항 없앤다더니 영어는 외려 더 어려워졌다"는 볼멘소리가 많았다.

올해 6월 모의평가는 이러한 불만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보인다. 원점수 90점 이상 1등급 비율이 고작 1.47%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절대평가가 도입된 2018 수능 이후는 물론이고, 30년 수능 역사상 이렇게 어려운 영어 시험은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등급 비율 1.47%는 인원으로 따지면 5764명이다. 이는 작년 수능 1등급 인원 2만843명의 27.7%에 불과한 수치다. 1, 2등급을 합친 2등급 누적 비율도 9.47%에 그쳤다. 한 마디로, 수험생 열에 아홉은(90.53%) 원점수 80점 미만이라는 얘기다. "이럴 거면 절대평가 왜 하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어처구니없는 난이도 실패, 대체 왜?
 

큰사진보기
▲  절대평가로 치러진 2018 수능 이후 영어영역 1-2등급 비율 비교표
ⓒ 신정섭	관련사진보기

 
교육부가 지난 5월 30일 확정한 내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인원은 (정원 외를 포함하여) 총 4610명이다. 이번 6월 모의평가 영어영역 1등급 인원은 5764명이고, 이는 2025학년도 의대 모집정원의 125%에 불과하다. 학교 현장에서는 6월 모의평가 가채점 후 "의대 갈 아이들만 1등급 맞으라는 얘기냐?"는 얘기가 흘러나왔는데, 결과적으로 그게 뜬소문이 아닌 셈이 되었다.

물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일부러 영어 문항을 의대 모집정원을 겨냥해 최악의 난이도로 출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수능 출제 역사가 벌써 30년인데, 모의평가까지 합치면 무려 90회 정도의 오랜 경험과 전문적 역량을 쌓은 평가원이 왜 올해 6월 모의평가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난이도 실패 '실수'를 저질렀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오승걸 평가원장은 "출제경향 변화에 대한 학생들의 적응도 등 올해 응시 집단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김영미 평가원 수능시험본부장도 "킬러문항 배제 후 학생들의 적응도와 출제본부 예상 사이에 간극이 있었다. 9월 모의평가에서는 적정 난이도로 출제하겠다"고 말했다.

평가원의 이러한 해명은 학교 현장이 받은 엄청난 충격과, 이를 해소하기 위해 너도나도 영어 사교육으로 달려갈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다소 안일하고 무책임하게 들린다. 수험생과 학부모가 안심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더욱 책임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