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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천군청 새올행정시스템 자유게시판에 군청 A 팀장이 실명으로 '민선 8기 공직 생활에 도움을 드리고자 몇 자 적습니다' 제목의 김기웅 서천군수 비판 글. 해당 게시판 글 갈무리.
 28일 서천군청 새올행정시스템 자유게시판에 군청 A 팀장이 실명으로 '민선 8기 공직 생활에 도움을 드리고자 몇 자 적습니다' 제목의 김기웅 서천군수 비판 글. 해당 게시판 글 갈무리.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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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군 김기웅 군수와 공무원들의 비위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군청 내부 자유게시판에 한 직원이 김 군수를 신랄하게 공개 비판하는 글을 올려 이목이 쏠리고 있다. 내부 게시판에 소속 공직자가 군수를 공개 저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 글에 공감을 표시한 공직자가 대부분이어서 김 군수의 리더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서천군청 새올행정시스템 자유게시판에 군청 A 팀장이 실명으로 '민선 8기 공직 생활에 도움을 드리고자 몇 자 적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제목만 보면 공직 생활에 대한 도움 글로 보이지만 내용은 김 군수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채워져 있다.

"절대 군수님께 업무 관련 직언·충언 하지 마세요"
 
2024년 6월 11일 김기웅 서천군수가 '농축산업 희망상담실'에서 군민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4년 6월 11일 김기웅 서천군수가 '농축산업 희망상담실'에서 군민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서천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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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팀장은 먼저 자신의 이름과 근무지를 밝힌 뒤 공직 생활과 관련 7가지를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첫 번째는 "군수님 지시 사항을 이행하지 마세요"다. 그는 이 글에서 "열과 성의를 다해 지시로 국공유지 일제점검을 벌여 자진 철거 및 원상복구 등 행정계도를 했다. 하지만 군수로부터 '그렇게 일 처리하면 군수가 시킨 것밖에 되지 않느냐'는 질책을 받았다"라며 이같이 권고했다.

그는 두 번째로 "군수님이 얌마! 뭔마! 등으로 폄하하더라도 묵묵히 참으라"고 조언했다. 세 번째 조언은 "군수님의 지시 사항이 법과 상식에 어긋나도 믿고 따르세요"다. 김 군수가 지정한 정보통신 분야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관공서 내 CCTV 시스템 구축이 위법성을 제기하고 어려울 것 같다고 보고했더니 군수가 '이런 식으로 일하면 진급할 수 있을 것 같으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의 네 번째 도움말은 "군수님이 지시 사항과 관련 부서를 혼동해 여러분을 무한 반복 질책해도 꿋꿋이 듣고 '예'라고만 답하라"다. 지시사항에 오류가 있다고 바른말을 했다가 '사업 끝나고 두고 보자, 나가!'라는 말을 들었다는 자신의 경험담도 설명했다.

다섯 번째는 "사업 추진 부서는 군수님께서 관급자재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시니 조달청 관급자재를 되도록 사용하지 말라"다. 여섯 번째는 "군수님은 사업 설명 및 보고를 듣지 못했다는 주장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으니 시행결의 공문만으로는 안 되고 이를 증빙하는 서명을 추가로 받거나 녹취하라"다.

그의 마지막 일곱 번째 조언은 "절대 군수님께 업무 관련 직언과 충언을 드리지 말라"다.

A 팀장은 "7가지를 잘 숙지해 군수님을 응대하면 공직 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적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적시한 대부분 사례는 다른 상급 직원이 함께 동석해 같은 들었던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글 게시 후 순식간에 조회수가 500건에 육박했다. 댓글 반응도 뜨거웠다. 댓글에는 "우리 모두 겪고 있는 일들이다" "힘내세요"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요" "멋있다"는 글들이 이어졌다. "걱정된다"는 우려도 있었다. 

 
28일 서천군청 새올행정시스템 자유게시판에 군청 A 팀장이 실명으로 '민선 8기 공직 생활에 도움을 드리고자 몇 자 적습니다' 제목의 김기웅 서천군수 비판 글에 대한 댓글 반응. 해당 게시판 글 갈무리.
 28일 서천군청 새올행정시스템 자유게시판에 군청 A 팀장이 실명으로 '민선 8기 공직 생활에 도움을 드리고자 몇 자 적습니다' 제목의 김기웅 서천군수 비판 글에 대한 댓글 반응. 해당 게시판 글 갈무리.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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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서천군의 한 공직자는 "내부 게시판에 소속 공직자가 실명으로 군수를 공개 저격했는데도 공감을 표시하는 댓글이 많다"면서 "김 군수의 리더십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김기웅 군수는 서천군청에서 근무하는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으로부터 기부 행위 및 사전 선거운동 공모 의혹 등을 신고돼 충남도감사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김 군수는 여러 차례에 걸쳐 실과별 직원들을 자신의 통나무집에 모이게 한 뒤 와인 등 술과 안주를 제공하며 자신의 홍보영상을 시청하게 하고, 자신이 왜 재선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등 공직자 윤리 위반은 물론 선거법상 사전 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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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기웅서천군수, #서천군, #비판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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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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