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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공동체 라디오에서 '현아와 길벗의 도시이야기'라는 프로그램을 방송하기 위해 준비중인 두사람이다. 강현정(좌)씨는 문화인류학을 전공하였고 김길중(우)은 한의학을 전공하였고 도시문제에 관한 관심이 많은 두 사람이다.
▲ 현아와 길벗의 도시이야기 진행자와 제작자 전주 공동체 라디오에서 '현아와 길벗의 도시이야기'라는 프로그램을 방송하기 위해 준비중인 두사람이다. 강현정(좌)씨는 문화인류학을 전공하였고 김길중(우)은 한의학을 전공하였고 도시문제에 관한 관심이 많은 두 사람이다.
ⓒ 김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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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은 마무리해야 할 논문이 있어서 어렵고 수고스럽더라도 홀로 교육 잘 받으시고 준비해 주시면 7월부터는 합을 이뤄 멋지게 해볼게요"라는 현정씨의 의견에 합의하고 9회 차에 걸쳐 진행된 전주 공동체라디오의 '주민 제작단 기초교육' 과정에 참여했다.

오랫동안 큰 관심사 중 하나였던 '공동체 라디오'가 석 달 전쯤 우연하게 다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예전에 '소출력 라디오'라 불렸던 이 매체는 서구사회에서 꽤 오래된 역사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지역 미디어다.

어느 조그만 도시의 자그마한 스튜디오에서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고 선곡하면서 마이크를 통해 말하는 진행자의 이야기가 전파를 타고 마을 구석구석을 날아드는 장면들이 인상 깊었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내게 각인되었던 모양이다. 여기서 묘사된 방송의 진행자는 '시민'이다. 그리고 이런 방송은 개인이 하고자 하는 말을 아무렇게나 해도 상관없는 '개인방송'은 아니고 공적 자원에 해당하는 전파를 일정하게 허가받고 활용하는 매체다.

지역 내 일간지와 <오마이뉴스>, 근래 들어서는 <전북의소리> 등 매체에서 활동해 온 지 15년쯤 된 것 같다. 어떤 때는 독자투고였을 것이고 어느 매체에서는 객원기자나 시민기자라 불렸다. 자전거이야기와 교통문제, 그리고 그 밖의 꽤 여러 이야기를 소재로 다루었는데 내가 15년간 써온 이야기를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우리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요?'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고 그게 변화와 혁신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에게 어떤 문제가 다가올지 보이지 않나요? 보세요. 수많은 도시들도 제가 이야기하고 말하는 것처럼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어요. 그 길들은 명확하고 하나의 방향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에요. 이 이상을 벗어난 게 있을까?

몇 년 전까지 이야기들이 초보적인 생각과 나의 주장,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소재들을 동원한 주장이었다면 얼마 전부터는 하나의 큰 덩어리로 귀결되었다. 도시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이고 자전거나 교통을 넘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관한 관심으로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그간의 이야기들과 오래전부터 가졌던 관심사가 강력한 화학적 결합을 이루는 일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올 2월에 개국한 전주 공동체 라디오는 시민들이 만드는 방송으로 전주지역내 반경 5~10 킬로미터 지역을 청취권역으로 설정하여 방송하고 있다. 이번에 진행된 주민제작단 교육은 5기로써 9회차에 걸쳐 진행되었다.
▲ 주민제작단 기초교육 브로셔 올 2월에 개국한 전주 공동체 라디오는 시민들이 만드는 방송으로 전주지역내 반경 5~10 킬로미터 지역을 청취권역으로 설정하여 방송하고 있다. 이번에 진행된 주민제작단 교육은 5기로써 9회차에 걸쳐 진행되었다.
ⓒ 전주공동체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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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몇 사람들의 조언과 권고가 계기가 되었다.

'말하고 싶은 게 많은 입장에서 공동체 라디오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고민이 생기네요. 아직 많지는 않겠지만 공동체 라디오는 어떤 사람들이 듣고 얼마나 많이 들을까요?'라는 나의 질문에 결정적 계기를 제공해 준 오광민 이사의 답은 이런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이 방송을 누가 들을지 몰라요. 지구 건너편 누군가가 들을 수 있다는 가정을 하고 제작을 해야 해요 우리 이야기를 하는 거지만 보편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이야기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임하면 어떨까 싶어요."

'지역 내 방송의 청취자가 우리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지구 건너편의 그 누군가가 될 수도 있다고?' 충격파와도 같은 진동이 내 안에서 이는 순간이었다.

'맞다 그게 지역이고 그런 지역으로 연결된 게 세계지~'라는 나의 지론과도 정확하게 일치하는 깨달음이었다.

4월 초부터 이렇게 시작된 고민과 접근, 그리고 또 다른 도전으로 이어진 이야기의 시작을 이렇게 소개하는 바이다.

용기있게 시작된 도전과 달리 자신감을 잃어간 과정, 그리고 반전

9차 과정으로 이뤄진 교육이 얼마 전 끝났다. 마지막 과정은 그간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작성해 온 '기획안'을 가지고 스스로 진행자나 제작자가 되어 방송을 제작해 보는 시간이었다. 교육의 회차가 올라가고 마무리가 다가올수록 '그래 별거 있어? 하려던 이야기들 잘 정돈해 전달하면 그만인 거지 몇 명이 듣는 게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잖아? 말이 좀 덜 매끄러우면 어때 전하는 이야기가 공감이 가면 되는 것 아냐?'와 같은 다짐과 각오가 시작할 때의 그것들이다. 그러나 점점 바뀐다.

'(나의) 이야기가 과연 이렇게 전파를 타고 가서 사람들에게 들리고 판단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은 가지고 있는 거니? 나무를 베어 글을 담아낼 책으로 쓰일 만한 이야기가 아니면 함부로 책 같은 것 쓰지 않겠다고 다짐해오지 않았나? 그거랑 이거는 다른 거야???'와 같은 고민으로 바뀐다. 자신감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분명하지 않은 말투, 집어삼키는 것 같은 발음 습관...' 등등의 단점이 부각된다. '그래도 끝까지 마치고 실습방송까지는 만들어봐야 하지 않겠어? 방송을 내보낼지 말지는 그다음 이야기고....'라는 합의점을 찾아 교육과정의 마무리인 방송제작 실습을 하는 날이었다.

6월 말까지는 바쁘고 7월부터는 시간을 맞춰가기로 한 현정씨와 시간을 맞춰 녹음을 하였다. 배운 대로 이뤄지지 않고 녹음 시작을 누르지 않고 한참 이야기 하다 다시 하기, 녹음 시작은 눌렀으되 줄여놓은 마이크 볼륨을 다시 올리지 않아 소리가 담기지 않는 구간 발견.... 등등의 우왕좌왕을 겪고 2시간의 예약된 시간을 훌쩍 넘기고 마무리되었다. 미처 편집은 하지 않고 반복된 구간만 잘라내고 얼개로 잡아두었던 방송진행 시트에 근거해 35분짜리 파일을 마무리하였다.
 

35분 분량으로 정리된 테스트 방송. 이 방송은 송출되지 않고 이 내용 그대로를 다시 담아 편성시 첫방송으로 내보낼 생각이다.
▲ 테스트방송 편집화면 35분 분량으로 정리된 테스트 방송. 이 방송은 송출되지 않고 이 내용 그대로를 다시 담아 편성시 첫방송으로 내보낼 생각이다.
ⓒ 김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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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듣는다.

재생된 파일에서 지난해에 파리의 리볼리가에서 찍었던 사진을 가지고 현정씨가 읽어 나가는 '현아가 읽어주는 사진 한 장' 코너 구간이 들린다.

"출연자가 가지고 나온 사진을 읽어 주는 시간입니다. 눈은 감으시고 귀를 열고 상상의 눈으로 들어보세요. 먼저 야트막한 건물들이 눈에 띕니다. 5층쯤 될까요? 유럽의 어느 도시 같은데 자동차가 잘 보이지 않네요. 한 차로에만 자동차가 보입니다. 맨 앞에 보이는 건 승용차 그 뒤엔 버스 그리고 도로 가운데에 세 사람이 보입니다. 한국 사람들처럼 보이는데요. 배경음악으로 깔린 노래가 힌트가 되었을 수도 있겠네요. 여기가 어느 도시일까요? 사진을 가지고 나오신 길벗님께 여쭤보겠습니다."

현정씨가 이렇게 읽어나가는 중간 '오 샹젤리제~'가 배경음악으로 페이드인 되고 깔렸다가 페이드 아웃되어 간다. 현정씨의 목소리와 나의 글, 그리고 사진과 배경음악이 콜라보를 이뤄 하나로 연결되어지니 제법 근사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스스로가 주문 외우듯 '제법 방송 같은 걸~ 방송 같아~~~'라고 외쳐댄다. 아마도 부담으로만 가득했던 지나갈(?) 시간들을 마친 데 대한 스스로의 위안이었던것 같다. 과함하게 용기를 냈고 과제를 제출했다. 아울러고 같이 교육에 참여했던 동기들과 지인 몇 사람들에게도 공유했다.
 

시험방송에서 현아씨가 읽은 파리에서의 사진한장.
▲ 파리 리볼리가 시험방송에서 현아씨가 읽은 파리에서의 사진한장.
ⓒ 김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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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픔과 채워야 할 여러 가지가 스스로에게서도 여러 대목 확인되지만, 응원의 마음이 컸을 이 사람들의 격려가 나를 고무시킨다. '도시 이야기를 이렇게 들을 수 있어서 재미있었고 기대가 돼요. 사진 한 장이 특히 인상적이던데요?' 등등의 반응이다.

아직 결론난 건 없다.

그러나 이런 글을 쓰는걸 보아 하니 스스로는 마음을 정리해가는 모양이다.

공동 진행자인 현정씨, 그리고 도와줄 몇몇 사람들과 함께 최종적으로 결심하는 일이 남았고 구체적인 계획과 준비를 통해 9월에 있게 될 개편에 맞춰 편성을 신청하고 승인 받아야 하는 일들이 남아있다. 이후 이 과정들을 좀 더 적어 나가고 방송이 시작되면 수없이 많이 등장될 도시들을 통해 이야기 되어질 전주 이야기를 담아갈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전주 공동체 라디오 주민제작단 교육과정 참가 후기 및 준비중인 방송에 관한 이야기 이며 추후 '도시이야기'형태로 연재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 동시 송고합니다.


태그:#현아와길벗의도시이야기, #전주공동체라디오, #도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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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한의사, 자전거 도시가 만들어지기를 꿈꾸는 중년 남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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