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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열기가 짙푸른 녹음으로 바뀌는 여름이다. 산책 같은 등산을 하고 싶다면 안양 병목안시민공원으로 갈 것을 추천한다. 안양 병목안에 들어서면 마치 산자락이 증기기관차처럼 푸른 잎내음을 뿜으며 사방을 나무 향기로 가득 채운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이곳은 채석장으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채굴이 끝나고 20년 가까이 버려져 있던 삭막한 공간에 인공폭포가 생기고 체육공원과 어린이공원 등이 조성되어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되었다.
▲ 병목안 시민공원 폭포 일제강점기인 1930년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이곳은 채석장으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채굴이 끝나고 20년 가까이 버려져 있던 삭막한 공간에 인공폭포가 생기고 체육공원과 어린이공원 등이 조성되어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되었다.
ⓒ 김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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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산 아래 위치한 이곳은 '마을의 모양이 입구는 좁으나 마을 안은 깊고 넓다' 하여 병목안이라 불리고 있다.

1호선 안양역에 하차하여 엔터식스 쇼핑몰 앞에서 52번 버스를 타거나 조금 걸어서 안양일번가 대로변으로 향하면 여러 대의 버스(10, 15-2, 15, 11-3)를 이용할 수 있다. 버스를 타고 십여분이 지나면 병목안시민공원에 도착한다.

수리산의 비탈진 지형을 따라 형성된 공원은 2단으로 되어 있다. 아래쪽은 잘 가꾸어진 정원처럼 아늑하며 쉼터가 여러 곳 조성되어 있다. 위쪽 공원을 가기 위해선 긴 계단을 오르거나 덩굴식물이 자라고 있는 아치 터널 산책로와 사계절 꽃밭이 있는 산책로를 이용해 오를 수 있다.

계단을 이용하면 힘들기는 하지만 바로 거대한 인공폭포와 마주할 수 있다. 높이 65m에 폭은 95m에 이르는 폭포는 실제 폭포처럼 멋스럽다.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기세 좋게 떨어지는 물소리가 늘어졌던 정신을 깨우는 알람 소리처럼 들렸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이곳은 채석장으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채굴이 끝나고 20년 가까이 버려져 있던 삭막한 공간에 인공폭포가 생기고 체육공원과 어린이공원 등이 조성되어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되었다.

공원은 병목안 캠핑장과 이어진다. 수도권이고 산세가 험하지 않아 산책하듯이 찾아올 수 있는 곳이다. 캠핑장이 끝나는 곳에서부터 병 모양의 석탑까지 나무 데크가 설치되어 등산화를 구비하지 못하였더라도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수리산은 안양시 안양동, 군포시 산본동과 속달동, 안산시 반월동과 장상동에 이른다. 산세가 험하지 않고 변산바람꽃 등 다양한 야생화가 많이 피어서 등산객과 사진작가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곳이다.
 
수리산의 납덕골 및 매쟁이골 공원 습지에는 천연기념물인 반딧불이 및 도롱뇽의 서식처가 존재하며 병목안 등지에는 다양한 야생화가 서식하고 있다.
▲ 병목안 산수국 수리산의 납덕골 및 매쟁이골 공원 습지에는 천연기념물인 반딧불이 및 도롱뇽의 서식처가 존재하며 병목안 등지에는 다양한 야생화가 서식하고 있다.
ⓒ 김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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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방문한 날은 산수국이 한창이었다. 산자락을 따라 올라가며 나풀거리는 나비의 날갯짓이 경쾌했다. 마치 따라오라고 손짓을 하는 듯하여 뒤쫓아 가니 빠르게 제 갈 길로 가버렸다.
  
높이가 약 7m 정도인 두 개의 석탑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약 55,700여 개의 돌이 쓰였다고 한다. 작자 미상의 석탑은 병목안의 명물로 손꼽힌다.
▲ 병목안 석탑 높이가 약 7m 정도인 두 개의 석탑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약 55,700여 개의 돌이 쓰였다고 한다. 작자 미상의 석탑은 병목안의 명물로 손꼽힌다.
ⓒ 김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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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걸어 올라가면 두 개의 병 모양의 석탑을 만날 수 있다. 누가 만들었는지 알지 못하고 언제 왜 만들었는지도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그 시기가 일제 강점기는 아니고 6.25 전쟁이 끝난 한참 후라는 것. 높이가 약 7m 정도인 두 개의 석탑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약 55,700여 개의 돌이 쓰였다고 한다.

병목안 석탑은 볼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렇게 간결한 언어가 있을까 싶어서 말이다. 어떤 이가 쌓아 올렸는지 알려진 바 없지만 이 석탑을 보면 쌓아 올린 이의 삶을 전하는 한 마디 말이 떠오른다.

"나는 병목안에서 돌을 캤어요."

채석장에서 하루는 얼마나 고단한 것일까 짐작이 된다. 병목안을 채우던 소리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곡괭이질 소리, 발파하는 소리, 돌을 실어 나르는 소리, 돌무더기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 등 이 공간에 거쳐간 세월을 되짚어 보면 고난의 시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 오랜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절규도 아니고 긴 글도 아니고 병목안의 모양을 딴 석탑이다. 돌을 캐는 거칠고 각진 시간도 어떤 이의 가슴에 닿아 차곡차곡 포개어져 석탑으로 쌓인 것을 볼 수 있다.

오늘처럼 맑은 날은 햇빛이 나뭇잎 사이를 헤치고 들어와 돌 속에 박혀 있는 금속에 닿는다. 이때 반짝이는 빛은 마치 탑을 쌓은 이의 마음이 영원히 살아있어 세상 밖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또 비가 오는 날은 빗줄기가 돌탑 사이 사이를 지나며 채석을 하던 고된 세월을 쓰다듬고 수암천으로 흘러내린다. 마치 하루 종일 밖에 있다가 해 저물녘 집으로 돌아온 아이의 땀을 행주치마로 이리저리 훔치듯 그렇게 비가 내린다.

매번 병목안 돌탑에 서면 오래도록 전해지는 말을 생각하게 되고 긴 세월 동안 메아리치는 언어를 이곳에서 배워간다.

올 여름 비가 와도 햇빛이 비쳐도 걷기 편한 병목안 산림욕장에서 지난 이야기를 간직한 병모양의 석탑을 만나보시길.

덧붙이는 글 | 이글은 작가의 브런치에 실릴 수 있습니다.


태그:#병목안시민공원, #폭포, #석탑, #산수국, #병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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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아름답고 재미난 이야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오고가며 마주치는 풍경들을 사진에 담으며 꽃화분처럼 바라보는 작가이자 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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