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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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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받으신 분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려서 정중하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탓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해 사과했다. 앞서 박상우 장관은 5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예전에는 전세를 얻는 젊은 분들이 경험이 없다보니 덜렁덜렁 계약을 했던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라며 "이제는 꼼꼼하게 따지는 인식이 생기지 않았겠느냐"라고 이야기해 비판 여론에 직면한 바 있다.

25일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심의와 피해자 지원 대책 관련 청문회를 열었다. 국민의힘은 상임위원회 '보이콧'을 철회했지만, 이날 청문회가 여야 합의된 일정이 아니라며 연기를 요청했다.

이에 대한 논의가 오가면서 개회가 당초 예정보다 상당히 늦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맹성규 국회 국토통위원회 위원장은 "오늘 청문회는 국회법 제129조에 따라 증인과 참고인을 모시고 전세 사기 피해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라며 "또한 오늘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 다들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참석해 주셨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어렵게 마련된 오늘 자리는 일단 진행되어야 한다"라고 한 뒤 회의를 그대로 진행했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가슴에 상처... 사과를 요구한다"

국토위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이날 회의를 시작하면서 "전세 사기는 개인의 실수라기보다는 법과 제도의 미비로 인한 사회적 재난의 성격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박상우 장관께서는 '경험이 없다 보니 덜렁덜렁 계약해서 그렇다'라면서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가슴에 상처를 줬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오늘 이 자리에는 참고인으로 전세사기 피해자도 와 계시고 수많은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이 청문회를 지켜보고 계시다"라며 "박상우 장관께 요구하겠다. 정치적인 이유로 현안 보고에 불참한 건과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마음 아프게 한 발언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장관은 "간사께서 지적하신 발언은 사실은 관련 대책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사기가 발생한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그중에 가장 손에 잡히는 것이 정보량이 불충분하다'는 데 착안을 해서 앞으로 좀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위 말하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해 주겠다라는 설명을 하다가 제가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썼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사태의 책임이 젊은 분들의 개인적인 잘못에 근거한 것이다'라는 뜻으로 한 말씀은 아니었다"라는 항변이었다. 이어 "결과적으로 어쨌든 저 말씀 때문에 상처를 받으신 분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려서 정중하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제 진의는 그것이 아니었고, 정보량을 좀 더 많이, 정보 비대칭 해소를 위해서 정부가 노력하겠다는 설명을 드리면서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중간에 섞여 들어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굉장히 송구스럽게 생각을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진의 아니었다... 정제되지 않은 표현 송구"

박 장관이 사과하는 과정에서 '진의가 아니었다'라며 맥락을 강조하며 변명하자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계속됐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박 장관의 당시 발언 전문을 인용한 뒤 "진의와 달랐다고 하는데 어떻게 이렇게 진의랑 다른 말을 하실 수가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8번째 피해자가 목숨을 끊은 게 지난달 5월 1일"이라며 정부가 5월 말에 발표한 보증금 부분 구제 방안이 한 달만 일찍 나왔어도 살릴 수 있었던 한 아이의 엄마였던 30대 여성이 바로 지난달에 돌아가셨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런데 이 사회적 재난에 대해서 국민들을 구제해야 될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국토부 장관이 그 여덟 번째 피해자가 돌아가시고 열흘도 안 돼서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이라며 "피해자들을 비난하는 발언을 네 글자로 뭐라고 하는지 아시느냐? 2차 가해라고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이게 직접적인 가해자들보다 피해자들을 심리적으로 더 궁지에 몰아넣는 행위"라며 "한 달 반이 지났는데 지금까지 제대로 사과 한마디 안 하시다가 오늘 한마디 말로 사과한다? 저는 이게 사과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이 전세사기 피해에 대한 장관의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정치의 잘못"이라며 "장관이 명확하게 인식하고 인정했으면 한다. 그게 사과의 출발점"이라고도 덧붙였다.

"좀 더 긴 콘텍스트 보시면 이해할 것" vs. "또 들은 사람 탓하나?"

하지만 박 장관은 "제가 적절한 표현을 쓰지 않았지만, '이 사태의 원인이 피해자들 때문에 있다'라는 뜻으로 한 건 절대 아니었다"라며 "좀 더 긴 콘텍스트(Context)로 보시면 이해하실 것"이라고 재차 항변했다.

"의원께서 지적했듯이 제가 개인적인 문제로 이 문제를 보고 있지는 않다"라며 "어쨌든 사회적인 문제이고, 이 사회적인 문제로 고통받으신 분들을 도와드리기 위해서 우리가 하루빨리 훌륭한 실현 가능한, 좀 더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 피해 구제책을 만들어서 조치를 해야 되겠다 하는 그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라고도 부연했다.

이 의원은 "또 들은 사람 탓을 하고 계신 것이다"라며 "이 맥락을 왜 안 봤겠느냐? 언론사에서 돌리는 스크립트까지 봤다"라고 꼬집었다. "아무리 긴 텍스트를 봐도, 장관님 발언은 잘못된 말씀이다. 그 피해자들이 경험이 없어서 피해를 당한 게 아니다"라며 "장관님 전 재산 얼마인가? 이 피해자들 자기 전 재산 걸고 계약하신 분들인데 누가 전 재산을 걸고 덜렁덜렁 계약을 하느냐?"라고도 따져 물었다.

"그 발언 하신 건 사실이잖느냐. 그럼 사과를 깔끔하게 하셔야 한다"라는 이 의원의 지적에, 박 장관은 "첫 번째 발언에 '제 말씀으로 상처받으신 분이 계시면 제가 깊이 사과드리겠다'는 말씀을 드렸다"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그 이후에 계속 '진의가 아니었다. 긴 콘텍스트를 봐라'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두 번 세 번 사과 부탁한다"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박 장관은 이에 대한 추가적인 사과나 유감 표명은 하지 않았다.

태그:#박상우, #국토교통부장관, #전세사기피해, #국토교통위,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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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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