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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호텔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된 지 벌써 900일이 넘었다. 정리해고의 근거로 사용되었던 코로나19의 위기도 사라지고 관광객이 넘쳐나지만, 경영자는 복직시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명동역 10번 출구에 농성장이 있고 연대자들이 온다. 왜 싸우고 연대하는지, 왜 복직을 해야 하는지 세종호텔 정리해고에 얽힌 문제들을 연재로 드러내고자 한다.[기자말]
2019년 집단해고에 맞서 캐노피에 올라간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싸우는 톨게이트 노동자
 2019년 집단해고에 맞서 캐노피에 올라간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싸우는 톨게이트 노동자
ⓒ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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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뜨겁던 여름, 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노동자들의 해고 투쟁을 떠올리면 사람들은 무엇을 먼저 생각할까? 서울캐노피점거 98일, 도로공사 점거 143일, 청와대 노숙투쟁 216일, 이해찬 의원실을 비롯해 23곳의 민주당 의원실을 점거한 톨게이트노동자들. 이런 투쟁을 할 수 있었던 건 왜일까? 그런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바로 해고다.

노동조합의 힘을 배우다

퇴근 후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데 관리자에게 전화가 왔다. "노동조합 가입할 거냐? 노동조합 하지마라, 주임으로 승진시켜주겠다." 입사한 지 반년도 되지 않은 나에게 이런 제안을 하다니 웃음이 나왔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이럴까. 그 전화를 받으니 나는 가입해야겠다는 생각을 더 굳혔다.

노동조합에 가입한 후 1년, 회사는 달라졌다. 노동조합의 힘이 느껴졌다. 20명밖에 안 되는 작은 영업소에 노동조합이 생기고 하나씩 바꿔나갔다. 우린 사측이 하는 잘못된 일에 문제 제기를 하고 싸우며 바꿨다.

노동조합이 이런 거구나 알게 될 무렵 바지 사장이 바뀌고 다시 새로운 바지 사장에게 면접을 보고 3명이 해고되었다. 물론 법은 해고가 아닌 계약만료라 했다. 법은 노동자 편이 아니므로...

우린 인정할 수 없었다.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 뺀다고 10년 넘게 일해 온 3명을 단지 노동조합 일에 앞장선다는 이유로 해고시켰다. 우리의 진짜 투쟁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단체협약의 쟁점은 하루 여름휴가였다. 어이없지만 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사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리의 요구에 해고자 복직이 있었기 때문일까? 우리는 지방노동위를 거쳐 파업권을 따냈다.

파업만 하면 우린 해결될 줄 알았다. 82일간의 파업 후에 노조 위원장은 일방적으로 직권조인했다. 무임금에 의한 마이너스 통장, 어용노조, 모든 게 힘들었다.

우린 좌절했지만 그렇게 울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다시 싸우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업무에 복귀했다. 해고자 2명 중 1명은 연세가 많아 복직을 포기한다고 했다. 해고자 한 명이 남았다. 나머지 한 명은 2019년 1500명 수납노동자 직접고용 투쟁을 이끌었던 도명화다.

우린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출 수 없었다. 파업 복귀 이후 탄압은 도를 지나쳤다. 그도 그럴 것이 앞장서던 노조 지부장도 조합원을 배신하는 상황이니, 사측에 노동조합이 얼마나 하찮아 보였을까. 하지만 노랫말처럼 우린 깨어지고 울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났다.

선전전도 악착같이 했다. 새벽 5시 김천을 향해 달려 도로공사 본사 출근선전전을 하고 중번 출근을 했다. 2시 퇴근한 초번자는 본사에 가서 퇴근선전전을 했다. 일과 가정 그리고 복직투쟁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었다. 사측의 탄압은 도를 넘어섰지만 우리도 지지 않았다. 압수수색을 만들어내 관리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까지 이끌어냈다.

기회였던 2019년 법원의 판결

그렇게 앞이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던 우리에게 기회가 왔다. 대법원이 한국도로공사가 외주용역업체 소속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하청이 아닌 원청 한국도로공사가 책임져라!' 2013년 소송을 제기한 지 6년 만이다.

직접고용의 기회였다. 그러자 도로공사는 자회사를 만들어 우리를 보내려 했다. 세종호텔이 코로나19를 틈타 민주노조 조합원들을 정리해고한 것처럼, 그들은 자회사 설립으로 법원의 판결을 피해 가려 했다.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거부했다. 두 달 뒤 다시 용역업체에서 해고될 것이란 걸 알았지만, 이제 하청업체와 싸우지 않아도 되었지만, 그 상황에도 우리의 용역업체 복직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단 며칠이라도 복직해서 일하는 게 중요했다. 복직이란 단어는 우리에겐 지난 4년간 해고투쟁의 종착의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복직은 해고투쟁은 지쳐도 쓰러져도 이겨낼 수 있었던 원천이었다. 곧 없어질 외주사장은 손을 들었다. 복직 빼고 다 해주겠다던 사측이 드디어 복직 합의를 했다. 해고가 아니라 계약만료라고 바득바득 우겼던 사측에 우리는 '복직합의서'라는 문구를 이끌어낸 것이다.

원직복직! 해고에 대한 사측의 사과! 우리는 어용노조를 현장으로 쫓아냈다. 우리가 주임으로 사무실에 당당히 앉은 것이다!

누군가 곧 없어질 하청업체 복직이 그리 중요했냐고 묻는다면 나는 말하겠다. 우리에겐 직접고용 되는 것 못지않게 '복직'이 중요했다고. 그 자리가 무엇이든지 간에 해고는 잘못된 것이고 복직을 위한 투쟁은 그 어떤 힘보다 강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질긴 자가 이긴다
  
톨게이트노동자들과 세종호텔 해고자들의 간담회 후 사진. 2019년 톨게이트 집단해고 철회와 직접고용 쟁취 투쟁 경험을 나누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톨게이트노동자들과 세종호텔 해고자들의 간담회 후 사진. 2019년 톨게이트 집단해고 철회와 직접고용 쟁취 투쟁 경험을 나누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 세종호텔정리해고 철회 공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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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을 이루어낸 기세로 우린 2019년 7월 1500명 직접고용 쟁취 투쟁을 할 수 있었다. 한번 해고 싸움에 이겨봤던 우리는 질긴 자가 이긴다는 걸 안다. 기회는 싸우고 있는 자에게 찾아온다. 기회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다. 세종호텔 정리해고자들도 우리가 옳다는 신념으로 질기게 버틴다면 기회는 올 것이다. 해고는 노동자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일이기에 우리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 민주노조는 절대 안 된다는 식으로 관광객이 돌아와도 정리해고자들은 돌아올 수 없다는 세종호텔 사측에 우리가 얼마나 질긴지 보여주면 좋겠다.

세종호텔도 어용노조가 현재 일하는 세종호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나쁘게 하고 있다고 들었다. 복직은 해고자만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싸우고 있는 모든 해고노동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복직을 포기하지 않아 고맙다고. 우리의 투쟁은 정당하기에 포기하지 않는 한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덧붙이는 글 | 박순향 님은 전국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지부장입니다.


태그:#세종호텔, #정리해고, #복직투쟁, #민주노조, #톨게이트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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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톨게이트지부장 한국도로공사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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