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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 영어회화전문강사분과장.
 사연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 영어회화전문강사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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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학교 교육공무직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영어회화전문강사(이하 영어 강사)들이 미혼모들에게 기부금을 전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 영어회화전문강사분과는 지난 19일 재단법인 새생명지원센터를 방문해 미혼모 자립자금 200만 원을 전달했다. 이 돈은 앞으로 미혼모 두 명에게 각각 100만 원씩 전달, 자립을 위한 지원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영어 강사들은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십시일반 모금을 했다. 지자체도 외면한 미혼모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미약하나마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다. 

영어 강사들이 미혼모 지원에 나선 이유는 지난해 3월 충북교육청을 상대로 뜨겁게 진행했던 근속 수당 투쟁에서 기인한다.

근속 수당 3만 9000원을 위해 당시 영화 강사들은 윤건영 교육감실 앞에서 무려 39일간을 먹고 자면서 투쟁했다. 십수 년 동안 학교에서 일했지만 단 1년 치의 근속 수당도 받지 못하는 현실을 토로하며, 자신들의 경력을 인정해달라고 호소했다. 

물론 처음부터 39일간의 투쟁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심정으로 5명이 시작했고, 이후 한명 두명 모이기 시작해 마지막 투쟁에 참가한 강사는 40여 명에 이른다. 

근속 수당 3만 9000원

그들에게 근속 수당 3만 9000원은 왜 그렇게 중요했을까.

"1년 된 강사나 15년 된 강사나 임금이 똑같아요. 14년간의 경력이 무시되는 느낌이어서 너무 힘들었어요. 게다가 학교 안에 있는 교육공무직 중에서 저보다 저연차인 분들  월급이 훨씬 더 많은 거예요. 점점 어떤 생각이 드냐면, 친한 동료인데 나중에는 그 동료랑 말하기가 싫어지는 거예요. 그분들이 미운 게 아니라 그냥 제가 너무 초라한 거죠. 자기 비하가 시작되면서, 힘든데 힘들지 않은 척하려니 더 괴롭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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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육청 소속의 영어 강사 채용은 1년마다 학교와 고용계약을 맺고 4년에 한 번씩 신규 채용을 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영어 강사가 그만두면 그 학교에서 영어회화전문강사 사업은 더이상 지속할 수 없다. 현원 유지는 불가능하며 사실상 일몰사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9년 영어 강사 제도가 도입될 당시만 해도 고용이 교육부 소관이었으나, 3~4년 후 교육청 소관으로 위임됐고, 현재 충북교육청의 사업비로 운영되고 있어 사실상 이들의 사용자는 교육감이다.

1년마다 계약을 하다 보니 이들의 근속 수당은 당연히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경남교육청을 시작으로 충남교육청, 부산교육청, 대전교육청, 인천교육청이 차례로 근속 수당을 인정했고 현재는 거의 대다수의 시도교육청이 이들의 근속 수당을 인정하고 있다. 

물론 이는 투쟁의 결과물이다. 충북에서도 '우리도 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왔지만 도교육청은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또 타 지자체 사례를 들며 충북만 할 수 없다고 했다.

 "처음에는 39일 동안이나 교육감실 앞에서 먹고 자고 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교육청이 영어 강사 처우 개선에 전혀 의지가 없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면서 그동안 참고, 참고 또 참았던 설움이 폭발한 것 같아요." 

사연희 분과장은 현실적으로 돈도 중요하지만 자신들에게 3만 9000원은 돈 그 자체가 아니라고 말한다. 15년을 같은 학교에서 근무해도 매년 해고 불안에 시달리는 자신들의 입장을 들어 달라는 또 다른 표현이고, 자신들도 교육가족의 일원이라는 것을 인정해달라는 목소리였다. 

언제 끝날지 또 어떻게 마무리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던 즈음, 임금 교섭이 진행되는 세종으로 달려가자는 의견이 나왔고, 그 자리에서 쏟아진 충북 영어 강사들의 울부짖음은 17개 시도 교섭 대표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마침내 충북의 영어 강사들은 올 3월부터 교육공무직 임금체계로 편입됐고, 그토록 기다리던 근속 수당을 받게 됐다.

"기쁘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 가슴이 벅차 오르고 드디어 공식적으로 공교육에서 수업하고 학생 지도하고 그런 것들을 인정받는 느낌,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또 다른 승리로 이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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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희 분과장은 근속 수당이라는 글자가 적힌 올 3월 급여 명세표에서 눈을 떨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임금은 근속수당과 기타 수당이 포함돼 30여만 원이 많아졌다. 누군가에게 30만 원은 적은 돈일 수 있지만, 영어 강사들에게 근속 수당을 포함한 30만 원은 무엇보다 값지고 소중하다. 

투쟁으로 얻은 성과물이지만 자신들만의 성과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와 나누고 싶고 또 다른 투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이것이 바로 미혼모 기부다. 

"의미 있게 써보면 어떨까, 뭔가 기부를 해보면 어떨까 그런 얘기들이 나왔고 첫해 분 3만 9000원을 기부하자는데 만장일치로 동의했습니다. 우리처럼 정말 소외 받는 분들을 생각하다가 미혼모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첫 근속 수당 3만 9000원은 4~5일 동안 200만 원으로 불어났고, 자립을 원하는 미혼모를 지원하기에 이르렀다. 

사연희 분과장을 포함해 충북의 영어 강사들은 마침내 교육 가족의 일원이 된 것을 뿌듯해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기부가 또 다른 승리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저희들이 열심히 한 것도 있지만, 주변의 많은 도움이 있었습니다. 저희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고, 서로 돕고 연대하는 힘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충북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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