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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일상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휴식을 얻는 것이라고 했던가. 6월 14일 금요일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군산에서 새벽 3시 30분 일행과 함께 집을 나섰다. 고흥 나로도항에 도착한 것은 오전 7시. 배를 타고 쑥섬으로 향했다. 나로도 선착장에서 쑥섬(艾島)까지는 5분 남짓, 2,000원 뱃삯과 섬 탐방비 6,000원을 내면 이용할 수 있다.

출발 하루 전 인터넷으로 배편을 예약했는데 현장에서도 발권이 가능했다. 주말 같은 날 사람이 몰리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으니 미리 예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멀리서 보이던 섬은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 했다. 쑥섬에 도착하자 옹기종기 마을 집들에 눈길이 갔다. 쑥섬쑥섬이라는 안내판에 눈길이 가 몇 번이고 따라해 보았다. 

어쩐지 정감이 가는 이름이 오래 기억될 것 같았다. 갈매기카페 골목을 올라서니 고양이 두 마리가 발밑에서 노닐며 손님들을 반겼다. 방문객을 위한 무료 대여 우산(양산)이 나란히 걸려 있다. 언젠가 TV에서 이곳이 고양이 섬이라고 소개 되었던 생각이 났다.

돌담길을 지나 비탈길을 헉헉대며 올라서자 곧바로 수국정원이 나타났다. 와! 하는 감탄이 연신 터지며 함성이 절로 나왔다. 이른 아침 지나가는 새털구름도 발걸음을 멈추고 몽실몽실 수국정원에 자리를 내어 준다. 빨간수국, 분홍수국이 구름 따라 뭉게뭉게 피어났다.
 
쑥섬 수국정원 빨간 수국이 파란 바다와 떠 있는 배와 멀리 섬들이 한 폭의 그림같다.
▲ 바다위 떠있는 수국과 바다 쑥섬 수국정원 빨간 수국이 파란 바다와 떠 있는 배와 멀리 섬들이 한 폭의 그림같다.
ⓒ 박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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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닮아 파란색이 되었을까 파란수국도 정원을 눈부시게 장식하고 있었다. 작업하던 섬지기들의 해설에 의하면 올해 수국이 가장 작황이 좋아 총 천연색의 빛깔이 선명하고 꽃의 모양이 탐스러워 더욱 아름답다는 설명을 해 주셨다. 그날 피어난 수국은 80%정도 개화를 했다고 하니 앞으로 며칠은 더 만개한 수국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침 7시쯤 잠깐 보인 하얀 구름이 분홍 수국과 어우러져 풍경을 만들어냈다.
▲ 구름이 내려앉은 수국정원 아침 7시쯤 잠깐 보인 하얀 구름이 분홍 수국과 어우러져 풍경을 만들어냈다.
ⓒ 박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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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풍경은 잔잔한 햇살이 투영된 탓인지 선명한 자연색으로 명화 속인 양 착각하게 하였다. 파란 바다 가운데 푹신푹신한 꽃방석이 떠 있는 듯, 바다와 꽃과 하늘이 어우러져 비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쑥섬은 2017년 전라남도 제1호 민간정원으로 등록된 후 국내 최초로 섬 자체가 해상국립공원 해양생태자원 보존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쑥섬으로 불리는 애도(艾島)의 쑥섬정원은 힐링과 즐거움이란 테마로 자연을 사랑하고 보존하고 싶은 김상현, 고채훈 부부와 마을 공동체가 16년 동안의 열정과 정성어린 노력으로 조성된 곳이다.

국내 유일의 해상 꽃 정원은 꽃정원(수국길), 달정원, 별정원, 몬당길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별정원이 눈에 들어온다. 푸른빛, 보랏빛을 띤 수국은 키가 커서 사람이 들어서면 보이지 않는다. 유난히 푸른빛 수국에 눈길이 갔다.

파란 꽃잎 모양이 별과 같아서 별수국이라고 했다. 신기한 생각이 들어 자세히 살펴보니 정말 파란별이 내려 앉아 있다. 국내에 바다를 담은 수국 꽃을 볼 수 있는 곳이 몇 군데나 있을까. 사방을 둘러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대도 바다를 품은 수국정원이 들어왔다. 수국풍경은 아침 햇살이 부드럽게 감싸주어 황홀한 풍경을 만들어 냈다.

이곳 쑥섬은 남해안에서만 볼 수 있는 난대 원시림이 울창한 숲을 간직하고 있다. 탐방로 가는 길은 말모양의 후박나무가 마치 제주도의 원시림 숲을 연상하게 하였다. 탐방로는 참나리 군락지, 자귀나무, 소사나무, 돈나무 군락지가 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상세한 안내판이 다정한 글로 말을 걸어온다.
 
아늑한 쑥섬마을 모습
▲ 쑥섬 아기자기한 마을 아늑한 쑥섬마을 모습
ⓒ 박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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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앞을 지나 별정원까지는 35분정도 걸렸다. '있는 듯 없는 듯 연결된 명품 탐방로'라는 아버지의 길을 걸어 별정원으로 향한다. 별정원을 안내하는 표지판을 들여다보니 정겹다. 별모양으로 디자인되어 4계절 꽃을 피워내는 코티지 정원, 사람들이 와보면 마음이 평안해져 다시 찾고 싶은 정원, 여기를 다녀가는 사람들이 마음에 별을 담고 가는 정원으로 사계절 피는 꽃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 밖에도 사연 있는 바위들, 등대길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수국 외에도 빨간 접시꽃, 낮달맞이, 백합, 노랑참나리 꽃들이 어우러져 피어있다. 400여 종의 꽃과 600여종의 나무, 150여종의 야생화가 심어져 있어 가는 곳마다 색다른 꽃들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환희의 언덕에서 만난 해병대나무, 프로펠러나무가 신기하고 이름이 재미있다.

돌담길, 신선대, 환희의 언덕 조망대 등과 함께 고래 한 마리 쉬어가는 바위섬과 해안 절벽이 기묘한 모양을 하고 멀리 거문도, 손죽도, 초도 등 섬들이 올망졸망 앉아 있다. 쑥섬 정상에는 200m 가량의 탐방로와 2km 정도 되는 트래킹 길과 오랜 시간이 지나간 빛바랜 돌담길이 꽃길과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다.  

정상에서 볼 수 있는 사랑의 언덕, 고양이 모양의 사진 촬영 장소, 바다 비경을 품을 수 있는 우주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바쁜 일상에서 지친 심신을 달래 주는 듯 시원한 바람이 이마에 스친다. 옛이야기를 읽어주는 듯 고목들이 얼기설기 세월을 감고 있다. 이 곳에서 볼 수 있는 일몰 광경을 보지 못하고 돌아서는 아쉬움이 컸다. 후박나무 숲길을 지나 동백숲 길이 나타났다. 동백꽃이 피는 다음 겨울을 기대하게 하였다.

쑥섬 정상에서 가슴 한켠에 수채화 한 폭 담아 오래된 돌담길을 내려왔다. 하늘과 구름과 바다를 품고 피어낸 수국은 오랫동안 행복한 바이러스로 남아 주변 사람들에게 전해지리라. 내려오는 길에 할머니와 고양이가 다정하게 놀이를 하는 모습을 한 컷 담았다. 고양이를 가족으로 알고 살아가는 주민들, 다녀가는 사람들이 힐링되는 섬, 밤하늘 별들이 쏟아져 내려온 수국 별정원, 아름다운 쑥섬 이야기는 계속 될 것이다.

태그:#쑥섬, #수국정원, #바다, #별정원,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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