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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사, 교사와 학부모 등 서로 다른 이해관계 속에 발생하는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학교 안에서의 갈등이 점점 복잡한 양상을 띠는 가운데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선 사법체계에 기댄 응보나 처벌이 아닌 ‘회복’을 배울 필요가 있다. <회복되는 교실>의 김훈태 저자는 ‘존엄, 존중, 책임’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바탕으로 공동체의 회복에 집중하는 ‘회복적 교육’에 주목한다. 지난달 22일 영동군 교사마음지원센터에서 교육공동체 벗, 전교조 충북 영동지회, 교사마음지원센터, 주간영동이 주최한 <회복되는 교실>의 북콘서트가 열렸다. 북콘서트에는 영동, 옥천 등에서 10여명의 교사가 참석해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갈등과 고민, 해결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옥천신문은 현장 강의와 김훈태 저자에 대한서면 질문 내용을 간추려 싣는다. [기자말]
지난달 22일 영동군 교사마음지원센터에서 『회복되는 교실(저자 김훈태)』의 북콘서트가 열렸다. 북콘서트에는 영동, 옥천 등에서 10여명의 교사가 참석해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갈등과 고민, 해결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달 22일 영동군 교사마음지원센터에서 『회복되는 교실(저자 김훈태)』의 북콘서트가 열렸다. 북콘서트에는 영동, 옥천 등에서 10여명의 교사가 참석해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갈등과 고민, 해결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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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적 정의는 우리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습니다. 잘못이 생겼을 때 우리의 진정한 욕구는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보다 피해자와 공동체의 피해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잘못이 벌어지는 구조적 원인을 파악하고 변혁시키는 것, 그래서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우리는 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이 국가나 시장에 종속되어서는 안 됩니다. 교육은 교육다워야 합니다. 교육은 인간을 키우는 일이며, 인간 자아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회복적 교육은 인간이란 누구나 똑같이 존엄한 존재이고, 존중과 책임을 균형 있게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회복되는 교실, 202p 발췌>

존엄·존중·책임 바탕으로한 '회복적 교육'으로 교내 갈등 해결

학교가 가장 안전하고 평화로운 곳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서로가 존엄한 존재임을 알고,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책임지는 법을 배우는 곳도 학교다. 하지만 어느새 학교 옆에는 '폭력', '폭언', '교권 하락', '아동학대' 등의 단어가 붙었고, 입시를 위해 기능하는 곳이 되고 말았다.

회복되는 교실 김훈태 작가는 이러한 흐름이 사법화와 시장화의 영향으로 발생했다고 진단한다. 시장화로 인한 과도한 경쟁은 모든 사람이 존엄하다는 원칙을 훼손하고, 교실에 발을 들인 사법체계는 가해자의 처벌에만 관심을 둘 뿐이었다. 그 속에서 교실 속의 갈등이 터진 채 봉합되지 못하는 건 자연스러운 결과로 나타났다.

이에 김 작가는 회복적 정의를 바탕으로한 '회복적 교육'을 제안한다. 여기서 회복적 정의란 '피해자의 회복, 공동체의 회복'에 집중하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직면하고 책임지는 것을 말한다. '가해자의 처벌'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회복'이 중심이다. 회복적 정의의 관점에서 회복적 교육의 기본 가치는 '존엄, 존중, 책임'이며, 궁극적 목표는 '관계회복을 통한 교육의 회복'이다. 건강한 관계를 가꿈으로써 교실은 자유롭고 즐거운 배움의 장이 될 수 있고, 피해 회복 중심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 

김 작가는 관계회복을 위해 대화 모임인 '서클(Circle)'을 일상화할 것을 제안한다. '서클'은 둥그렇게 앉아 돌아가며 자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누는 대화모임이다. 서클 다섯 가지 원칙을 갖고 있다. 원칙은 다음과 같다. ▲모든 사람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존엄) ▲누구나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존중) ▲모든 사람의 말과 행위는 영향력을 가진다(책임) ▲누구나 당사자의 욕구를 들어야 한다(존중) ▲문제를 당사자가 직접 풀어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존엄). 이 같은 원칙을 문제 해결에 활용할 수 있다. 

김 작가는 "회복적 정의가 서클인 것은 아니지만, 회복적 정의의 여러 방법 중에서 서클이 큰 영역을 차지한다. 서클은 자주 할수록 좋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과 함께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주제로 서클을 하다보면 서로가 몰랐던 걸 알게 된다. 우리는 남을 잘 몰라서 무시하거나 깎아내리는 경우가 있다"라며 "서클을 통해 우리 모두가 존엄한 존재라는 것, 서로 존엄한 우리가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떻게 존중해야 하는 지 배울 수 있다. 상대를 존중하기 위해선 서로의 감정, 욕구, 생각을 알아주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무슨 일이 있었니?, 네 기분은 어땠어?, 어떻게 하고 싶어?'라는 세 가지 질문을 해보면 좋다. 존엄, 존중에 대해 배웠다면 책임에 대해서도 말해볼 수 있다. 책임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잘못을 저질렀을 때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가' 두 가지"라며 "문제는 지금 우리 사회가 이걸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고 책임이 처벌받는 것이라고만 가르친다는 점이다. 회복적 정의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는 사적 보복으로 번지지 않기 위해 사법의 보호가 필요하겠지만, 갈등 해결 역량을 키운다면 우리 삶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분쟁은 작은 공동체 안에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회복되는 교실』 김훈태 저자
 『회복되는 교실』 김훈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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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적 교육 위해선 관리자 역할 중요

이처럼 회복적 교육을 위해서는 '관계 형성'과 '갈등 해결 역량'이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업(학습)과 생활지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김 작가는 "관계 형성과 갈등 해결 역량을 가장 중요한 교육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수업(학습)을 우선으로 하고 생활지도를 부차적인 것으로 본다면 변화하기 어렵다. 교육은 오로지 인간만을 대상으로 하기에 인간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인간은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회복적 교육을 위해서는 시스템의 변화도 반드시 필요하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교사 개인의 과제로만 미뤄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갈등조정 전문가, 치유교사, 상담교사 등을 교내에 배치해야 하며, 공감과 경청을 통해 피해자에게 필요한 것을 파악하고 가해자로부터 자발적 책임을 이끌어낼 갈등조정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김 작가는 "학교는 현재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전문교사가 필요하다. 갈등조정 전문가는 회복적 정의의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사람으로서, 갈등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의 피해 회복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다. 치유교사는 구성원 중 특별한 어려움을 가진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으로서, 어려움을 정확히 분석하고 적절한 도움을 주는 전문가다. 이러한 전문교사를 학교에 배치해야 하며, 교사 개인에게 직접적인 민원이 몰리지 않도록 하는 중간 절차가 꼭 필요하다. 교육 당국은 회복 전문가를 양성해야 하며, 회복적 정의의 교육철학을 분명히 하고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학대처벌법,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등도 현실에 맞게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법적 절차 이전에 회복적 절차를 확립해 갈등조정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대화모임(서클)을 여는 과정을 거쳐야 하며, 사법기관은 대화모임이 결렬된 이후에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아동학대처벌법,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등도 현실에 맞게 개정돼야 한다. 현재 단계에서는 사법적 절차 이전에 회복적 절차를 확립하는 게 시급하다. 학교 공동체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갈등조정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대화모임을 시작하는 게 제도화돼야 하고, 사법제도의 개입은 대화모임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을 때 진행돼야 한다. 사실 아동학대 문제를 처벌 중심으로 풀어가는 것 자체가 부조리하다고 본다. 아동의 피해 회복에 초점을 두고 아동과 청소년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학교가 국가조직의 하부체제로서 관료조직으로 기능하는 것을 문제로 꼽으며, 학교가 하나의 공동체로서 소통하고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관리자의 역할을 중시하며 학교가 공동체 관계 회복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학교가 관료조직으로 기능하는 것도 큰 문제다. 학교는 국가로부터 독립해 지역사회에서 자치적으로 운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학교가 하나의 공동체임을 깨닫지 못하고 지속적인 관계 맺기가 되지 않는다면 관료기구로 머물 수밖에 없다. 특히 관리자 교사가 회복적 교육의 철학을 바탕으로 학교를 바라볼 때 관계를 형성하고 소통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다. 관리자 교사는 학교 전체의 관계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회복적 관점에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인 훈련을 쌓아야 한다. 더 나아가 학교가 학생만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게 아니라 보호자와 교사들의 교육, 지역사회 시민들의 교육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옥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학교, #갈등, #회복, #교실, #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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