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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12사단 훈련병 가혹행위 사망 사건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이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앞에서 군인권센터와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무사귀환 부모연대 주최로 열렸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고 윤승주 일병 어머니 안미자씨, 고 홍정기 일병 어머니 박미숙씨, 고 김상현 이병 아버지 김기철씨와 참가자들이 국방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육군 12사단 훈련병 가혹행위 사망 사건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이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앞에서 군인권센터와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무사귀환 부모연대 주최로 열렸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고 윤승주 일병 어머니 안미자씨, 고 홍정기 일병 어머니 박미숙씨, 고 김상현 이병 아버지 김기철씨와 참가자들이 국방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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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3일 강원도 인제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한 명이 사망했다. 알려진 것에 따르면 훈련병 6명이 전날 내무반에서 점호시간에 상당히 소란 피웠다는 이유로 징벌적 군기훈련 받았고, 해당 훈련병은 훈련 도중 사망했다. 

이 사망 사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듣기 위해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방혜린 군인권센터 국방감시 팀장을 만났다. 다음은 방 팀장과 나눈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군기 훈련 받던 훈련병이 쓰러져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지 2주가 돼 가는데 현재는 어떤 상황인가요?

"제보가 많이 오지만,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소문인지가 불명확한 것들이 굉장히 많이 오는 상황이고요. 근데 어제(3일) 연합뉴스에서 훈련병들이 '사망자가 몸이 안 좋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란 식으로 군인권센터 정보가 잘못된 거라는 보도가 나왔었잖아요. 근데 오늘(4일) 군인권센터 기자회견에서 같이 (군기훈련) 받았던 훈련병 아버님이 보내신 편지를 대신 읽으셨을 텐데요. 거기 보면 쓰러졌기 때문에 상태가 안 좋다는 보고는 분명히 했었고 사실관계를 두고 진실 공방하듯이 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전반적으로는 굉장히 어수선한 상황이 됐죠."

- 왜 어수선한 상황이 됐을까요?

"기본적으로 군대가 어수선한 상황에 일조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게 복잡한 일이 아니죠. 훈련받은 사람들도 있고 목격한 사람도 다수였을 거고, 그 직후 중대장과 부중대장에 대해서 수사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밝힐 수 있는 내용은 명확하게 밝히고 정리 해야 되는데 '그(중대장)는 수사 중이니까 얘기해 줄 수 없다'란 식으로 단정 지어 정리 했어요.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정보도 그렇지만 가해자인 중대장에 대해서도 굉장히 광범위하게 정보가 유포되는 상황이잖아요. 이게 군기 훈련이나 얼차려에 대한 제도적인 문제 혹은 이런 걸 용인해 왔던 것에 대한 지적보다, 중대장이 얼마나 악랄한가에 초점이 훨씬 맞춰져 있다 보니까 사건이 난잡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봐야 되는 거죠."

- 지금 2주가 지난 거잖아요. 원래대로 한다면 뭔가 나올 상황인가요?

"부검 결과 같은 건 당연히 나중에 나올 수 있지만, 훈련이 어떻게 진행됐고 이때 누가 현장에 있었고 현장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파악이 다 끝났을 거거든요. 굳이 강원(경찰)서에서 조사를 하기 전에라도요. 왜냐하면 혐의점을 특정해서 이첩 했을 거잖아요. 지금 이게 국민의 공분과 굉장한 관심이 몰려 있는 사안잖아요. 정리 빨리 하고 밝힐 건 밝혀야, 우리가 제도적인 문제라든가 환자 관리에 대한 문제로 넘어갈 수 있는 거죠. 근데 군이 의도적으로 이것에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 얘기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기본적으로 군기 훈련할 때 있었던 상황에 대해 얘기를 안 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지금 그 중대장에 대한 정보가 엄청 돌아다니잖아요. 가만히 두면 사단장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중대장 등 관계자들 징계하고 '우리가 훈련소 전수조사했다', '잘 관찰하겠다'라는 것으로 끝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이 얘기를 안 하는 거죠."

- 그럼, 중대장 처벌로 끝낼 문제는 아니라고 보세요?

"그렇죠. 보드 게임방 가면 킹후크룰렛게임 아시죠? 칼 꽂았을 때 걸리면 해적이 튀어 나가는 거잖아요. 저는 이 중대장이 자기 순번에서 칼 꽂았는데 튕겨 나갔다고 봐요. 이 중대장 하나가 유별나서 그렇게 했을 거라는 건 아니라는 거죠. 얼차려가 군기 훈련으로 바뀐 거고 예전에도 얼차려 같은 육체적 가혹 행위 통해서 훈육하는 건 군대뿐 아니라 학교나 가정에서도 있었죠. 괴롭힘으로 사람을 고칠 수 있다는 환상이 깨지지 않으면 누구든 이 문제에 걸릴 수 있는 거죠."

"군기훈련, 규정에 집행관 입회하고 사단서도 보고 받아야"
 
방혜린 군인권센터 국방감시 팀장
 방혜린 군인권센터 국방감시 팀장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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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들었다는 이유예요. 사인은 패혈성 쇼크고요. 얼차려로 사망에까지 이르렀다는 점에 놀라는 시각이 적지 않아요. 

"떠들었다는 이유로 군기 훈련을 한 것도 이상하지만, 얼차려를 할 수 있다고 해도 해당 규정에 집행관이 꼭 입회해야 되고 명령권자가 확인해야 되고 꼭 사령부나 사단에서 주기적으로 얼마나 했는지 보고 받아야 됩니다. 이걸 왜 만들었냐면, 사고가 생겼을 때 '너네가 책임을 져야 된다'라는 것도 있고 훈련을 시킬 땐 시키더라도 기본적인 안전 수칙이나 건강 체크를 해야 한다는 거예요. 훈련 전, 훈련 중, 훈련 후에 기본적으로 '정비 해야 될 것들은 너희가 책임 지고 하라'라는 의미거든요.

집행관이나 명령권자가 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아니면 훈련 중에 이상 상황은 없는지, 혹은 개입해서 정리해야 되는 건지는 면밀히 관찰했어야 되는데 그것마저도 안 했어요. 자세한 건 부검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이 훈련에 들어가기 전부터 어느 정도 컨디션이 안 좋았을 것 같거든요. 왜냐하면 이 훈련병들은 9일 차가 됐잖아요. 그러면 기본적으로 체력도 그렇게까지 좋을 때가 아니에요.

훈련소에서 제일 많이 걸리는 게 감기예요. 왜냐면 기본적으로 피곤하죠. 긴장도 많이 되어 있죠. 씻는 것도 내 마음대로 잘 못 씻죠. 그리고 평소에 맨날 나 혼자 자다가 어느 날 갑자기 8~9명이 같이 자야 되는 거잖아요. 호흡기 질환 정말 많이 돌거든요."

- 훈련 전에 건강 체크를 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 안 한 걸까요?

"훈련소에 들어갈 때 해요. 3~4일 차에 전부 다 신체검사하거든요. 근데 그 뒤에 생기는 감기나 몸살 같은 것까지는 체크를 안 하죠. 근데 매 훈련할 때마다 조교들이나 교관들이 건강을 다 체크한단 말이에요. 근데 그런 게 안 돼 있을 가능성이 높고 아니면 알았어도 무시했을 수도 있죠. 어쨌든 이 사람들이 지금 명목상으로는 떠들었고 소등 이후에 규칙을 어겼다는 것들이 훈련병 입장에선 굉장히 낯설고 무서운 상황에서 내가 잘못을 한 거잖아요. 실제로 아팠어도 적극적으로 나의 신체 상태에 대해 어필하거나 힘들다는 얘기를 못 했을 가능성이 높죠."

- 사망한 훈련병이 의식 있었다고 알려졌잖아요. 그러나 같이 훈련받은 훈련병 말로는 기절했다고 하던데, 파악된 내용이 있을까요?

"같이 훈련받은 훈련병이 한 5명 있어요. 같이 훈련 받은 사람들 이 사람이 탈진해서 있는 건지 기운이 없었던 건지 진술을 하는 과정에선 정도의 차이가 좀 있을 수 있죠. 근데 공통적으로 같이 훈련받은 훈련병들이 (피해자가) 기절 내지 컨디션이 안 좋아 보였다는 얘기 하는 걸로 봐서 이 사람이 정상적인 컨디션 전혀 아니었단 건 다수의 증언으로 확인할 수 있죠."

- 119로 안 갔다고 하던데 왜 119로 안 간 건가요?

"군대에도 의무시설은 있으니까 반드시 119에다 신고할 필요는 없어요. 신병교육대대에 의무실이 있고 군의관이 있으니 여기서 기본적인 진찰을 해요. 자기(군의관) 능력 범위를 초과하는 환자면 사단 의무실에 응급시설이 있으니까... 의무대로 갈지 아니면 인접 지역에 있는 의료시설을 이용할지는 국군의무사령부에서 컨트롤해요. 이것만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판단해서 후송하는 것은 119가 없어도 됩니다. 다만 환자의 상태가 제대로 판단돼서 후송하게 된 건지, 이 결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건지 등은 응급상황 일지나 의무 기록 등을 통해서 확인돼야 되는 상황이겠죠."

- 군대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에 대해서도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응급 상황이 벌어지면 하급 부대에 있는 군의관이 제일 먼저 확인하고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면 빨리 보고해서 후송 체계가 작동하도록 하고 있어요. 필요에 따라서는 요즘에 나오는 응급헬기로 후송해야 된다는 얘기도 있어요. 근데 문제가 뭐냐면... 일반적으로 부대에 정형외과 군의관들이 많이 가 있어요. 군대 내 수요가 제일 많은 곳이 정형외과거든요. 그러다 보니 정형외과 군의관을 많이 선발해요. 

그리고 내과, 이비인후과 등이 들어가 있는 건데... 대대 군의관이 응급 상황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바이탈과 관련된 전문의인가가 관건일 수 있고요. 부대마다 의무 부사관이 있는데, 그 사람이 응급 전문인지 아니면 그냥 간호부사관인지 이런 것도 다 랜덤 조건이에요.

우리가 응급실에 실려 가면, 거기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있잖아요. 그 다음에 응급실에서 오래 일한 간호사들이 있고 환자 실어가는 사람도 응급구조사잖아요. 근데 군대는 꼭 그렇진 않다는 거죠. 왜냐면 전문 군의관의 수급을 대부분 전문의 취득한 남자 의사에 의존하다보니... 전반적으로 우리나라가 바이탈과 의사들이 부족하잖아요. 군대도 별반 다를 수가 없는 거죠.

거기다 군대가 있는 곳이 대부분 바다 근처거나 산골 오지잖아요. 서울이 아니란 말이에요. 응급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는 인접한 병원들이 많지 않을 가능성도 있죠. 즉 군대 내에서의 응급 상황도 문제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군이 위치해 있는 지역 자체의 의료 체계가 위기에 가깝다는 것도 볼 수 있죠."

-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사건의 포인트는 '도대체 어떻게 사람이 군기 훈련하다 죽을 수 있느냐'잖아요. 그러면 체크 포인트들은 처음 만난 의무 관계자들이 적시에 환자의 상태를 파악했는지, 그리고 적절하게 후송했는지 그 다음에 후송에 대한 판단은 정확했는지죠. 이런 것들은 의무 기록 같은 게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전반적인 시스템의 문제에서는 우리가 군을 포함한 응급의료 체계에서 지역이 가지는 낙후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죠. 이런 건 결국엔 요즘에 많이 나오는 공공의대 문제와 의대 증원 문제에 연결된 거죠."

"가이드라인 없어서 생긴 일 아닌데... 책임 면피용"

- 훈련병 가족은 훈련 시킨 중대장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던데 이 부분 어떻게 보세요?

"어떤 감정인지 이해는 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살인죄는 살인에 대한 고의가 있어야 되죠. 그래서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을까는 의문이죠. 근데 과실치사로 봐야 될 것인지 아니면 가혹행위 치사로 봐야 될 것인지를 어떻게 의율할 건지는 법리적으로 봐야죠. 근데 중요한 건 그거잖아요. '내가 이 사람을 죽일 생각은 없었어. 괴롭히고 싶었을 뿐이야'라는 걸 과실치사 안에 다 담을 수 있을까예요, 그런 한계가 있죠."

- 2일 당정이 '군기 훈련 표준 가이드라인' 등 이 사건 관련해서 대책 내놓았는데 어떻게 보세요?

"책임 면피용이죠. 우리가 이 정도 했다고 생색내는 수준인 거예요. 가이드라인 만들고 훈련소 실태 점검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질문하는 것, 즉 사람이 잘못했을 때 괴롭혀도 되는가라는 게 해결되진 않죠. 이게 가이드라인 없어서 생긴 게 아니거든요. 다 있는 거였잖아요. 규정 정비해서 이 문제 해결할 수 없을 것이죠. 근데 정부도 '우리가 뭔가를 했다'라는 생색은 내야 되니까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결국 우리가 가져야 될 의문은 사람을 괴롭히는 건 온당한 일이고 규칙이 있으면 해도 되는  되는가예요. 거기에 대한 질문에 우리가 답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되죠. 왜냐하면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학교에서 맞는 건 당연하고 집에서 맞는 것도 당연하고 매가 약이란 얘기가 있었잖아요. 근데 지금은 학교에서 때리면 안 된다는 합의가 이루어진 거잖아요. 군대도 그렇게 가야 된다라는 거죠."

태그:#방혜린, #훈련병사망, #군기훈련, #얼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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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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