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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5일,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공사장에서 일하던 60대 노동자가 추락해서 결국 사망, 하늘나라로 갔다. 줄과 안전모에만 의지했던 그는, 추락 방호망이 설치되지 않은 환경에서 일하다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경기 화성시 한 공장 증설 현장에서의 일이다. 

3년 전 소방관으로 일하던 때 기억이 났다. 당시 나는, 공사장에 추락 환자가 발생했다는 무전을 들은 뒤 서둘러 구급차를 타고 현장으로 갔다. 아파트 공사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구급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구급차에서 내려 장비를 챙기고 추락사고가 발생한 곳으로 뛰어갔다. 
 
공사장 현장 사진(자료사진).
 공사장 현장 사진(자료사진).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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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50대 남성은 공사장 하얀 시멘트 바닥에 차갑게 누워있었다. 다행히 그는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3층 높이에서 떨어져 오른쪽 다리의 뼈가 눈에 보일 만큼 골절이 심했고, 또한 골반의 모양도 일반적인 모양과는 달리 불쑥 더 튀어나와 있어 보였다.

현장은 피투성이, 개방성 골절과 골반 골절이 의심되었다. 골절된 부위를 부목으로 고정하고 병원 이송을 준비했다. 

구급차 안에서 그는 내부 출혈이 심해 점차 의식이 흐려졌다. 결국은 심정지까지 왔다. 심폐소생술을 하며 겨우겨우 그를 병원으로 이송했고, 병원 도착하자마자 응급 수술을 했다. 하지만 내부 출혈이 너무 심한 상태였단다. 그로부터 며칠 뒤에, 그가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공사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것 중 하나가 이 추락사고다. 2019년경부터 '추락 방호망', 즉 그물망 설치를 의무로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공사장이 많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2조(추락의 방지)  
① 사업주는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 또는 기계·설비·선박블록 등에서 작업을 할 때에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 비계(飛階)를 조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작업발판을 설치하여야 한다.
② 사업주는 제1항에 따른 작업발판을 설치하기 곤란한 경우 다음 각 호의 기준에 맞는 추락방호망을 설치하여야 한다. 다만, 추락방호망을 설치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하는 등 추락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개정 2017.12.28, 시행일 2018.12.29)

인부들은 안전모와 밧줄, 장갑, 안전화 등을 착용하지만, 그들의 목숨을 그것만으로 보호할 수는 없다. 

통상 공사장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하면 예후가 좋지 못하다. 이유는 추락사고의 경우 상지와 하지의 심한 골절, 그에 따른 내부 출혈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건설업 사망자의 반 이상이 추락사고로 숨지는 현실
 
서울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 구급차 사이로 한 의료 관계자가 지나는 모습(자료사진).
▲ "구급차 사이로" 서울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 구급차 사이로 한 의료 관계자가 지나는 모습(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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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17일에도 경기 파주시 목동동 빌라 공사 현장에서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일하던 60대 노동자가 8m 아래로 추락하여 목숨을 잃었다. 그때에도 그를 아래에서 받쳐주는 어떠한 그물도 없었다. 왜 건설사는 추락 방호망을 설치하지 않는 것일까?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산업현장 사고사망자만 812명이다. 건설업 사망자의 55.6%(198명)는 추락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추락 방호망 미설치를 포함한 공사장 내 시정요청 건수는 2022년 7만 8천559건, 2023년 9만 452건 등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지자체에서 공사장에 대한 관리 감독과 관련한 조례가 없다. 나 역시 소방관 근무 당시 이리저리 알아봤지만, '지자체에는 단속 권한이 없다'는 말을 듣자 한숨이 흘러나왔다. 건설사가 알아서 관리 감독을 할 거라며, 괜히 신경 쓰기 피곤해 서로 모른 척했던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건설사는 왜 추락 방호망 그물을 설치하지 않는 걸까. 불법 재도급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공사 비용을 줄여야 하는 도급업체 입장에선 추락 방호망을 설치하는 비용도 돈이기에 설치할 여유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그러나 그게 사람 목숨값보다도 비싼 걸까?

한편, 추락 방호망을 비롯한 안전 고리 등 보호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한국의 법 제도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우리는 이대로 언제까지 공사장 추락사건사고를 반복하고, 노동자가 숨졌다는 기사를 계속 봐야만 하는 것일까? 한국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일하다 죽는 사람들이 존재하는데, 다른 직장인들이라고 안전한 걸까.

기존의 제도를 보완하고,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추락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호 장비 착용과 대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 반복되는 공사장 추락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현장 근로감독과 안전교육 실시하고 감독할 필요가 있다.

건설 사업주들이 안전시설을 확보하는 데 있어, 국가적 차원에서 법적 제도화와 더불어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추락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추락 방호망을 의무 설치하도록 하고, 불의의 사고가 발생했을 시에는 반드시 119에 바로 신고하여 적절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기관으로 이송 체계를 갖춰야 한다(부작용이 두려워 신고를 꺼리는 곳도 많다).

그렇게 해서라도 공사장 노동자들이 더는 죽지 않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추락사해 숨진 그들도, 누군가에겐 소중한 부모이자 자녀일 것이기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공사장추락사고, #추락사고, #추락방호망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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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시민의 안전에 도움이 되는 글을 쓰는 미소천사맘입니다. 오늘하루도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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