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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발자국에 아침 잠에서 깬다
▲ 텐트 위에서 노는 참새 발자국 참새발자국에 아침 잠에서 깬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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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착~ 차자자작~'

텐트 위에 새겨진 뭇 생명의 발자국. 참새다. 새끼 손톱만한 발자국이 앙증맞다. 멸종위기종 2급인 흰목물떼새는 금강에서 몸을 씻고 말린다. 강변에선 비둘기들이 태평하게 산책을 한다. 먹잇감을 찾아다니기 바쁜 도심의 비둘기들과는 사뭇 다르다. 텐트 가까이 와서 먹잇감을 동냥하려고 할 법도 한데 그러는 법이 없다. 물가에 앉아 몸단장하고 햇빛을 즐긴다. 그러다 유유히 날아가는 모습이 그저 평화롭다.

혼자 보기 아까운 풍경이다. 보다 많은 이들과 함께 느끼고 싶다. 강에 이렇게 많은 존재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고, 이 공간이 열려 있다면 우리는 도시에서 만나는 것보다 훨씬 경이롭고 신기한 풍경들을 날마다 보게 될 것이다.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풍요롭게 할 것이냐 묻는다면 강에 와보라고 말하고 싶다.

평화로운 금강의 물을 담수한다는 건 강에 오물을 투척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일반인이 오염수를 배출한다면 벌금을 물리고 제재해야 할 환경부가 썩은 물을 만드는 데 앞장서 있다. 그래서 고발했다.

"국가 명승 고마나루 모래사장 훼손… 문화재보호법 위반"
 
고마나루 훼손으로 문화재보호법 위반한 환경부장관, 국가유산청장, 공주시장을 고발했다
▲ 고마나루 훼손한 환경부 장관 고발 기자회견 고마나루 훼손으로 문화재보호법 위반한 환경부장관, 국가유산청장, 공주시장을 고발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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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아래 시민행동)은 세종보 농성천막에서 환경부장관과 공주시장, 국가문화유산청장을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하면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공주보 담수로 인한 수위 상승으로 국가 명승인 고마나루 모래사장을 훼손한 혐의로 위 세 명의 공직자를 고발했다.

시민행동 임도훈 활동가는 고발하게 된 경위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발단이 된 것은 지난 4월 고마나루 뻘걷기를 준비하던 중, 걸려온 공주시의 전화였다. 공주시는 펄 걷기가 '문화재 현상변경'에 해당한다며 '현상변경 신청을 하라'고 요구했다. 그렇다면 백제문화제를 진행할 때마다 모래사장을 펄로 만들었던 환경부나 공주시는 현상변경을 신청했는지 정보공개청구를 해보았다. 확인한 결과 금강살리기사업 추진할 당시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고마나루 수위 상승에 대해 현상변경을 신청했고 그 기한은 2011년 11월 종료되었다." 

이후 이들은 "물관리 중앙정부 부처이고 공주보 수문 운용의 주체인 환경부가 2022년, 2023년 백제문화제와 2022년 6월 가뭄 담수, 그리고 2024년 4월부터 지금까지의 공주보 수문 운영에 있어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받지 않고 공주보 수문을 운영해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얼마전 공주보 수문을 닫아 잠겨버린 고마나루. 물떼새 산란기간 이지만 수력발전소 가동을 이유로 담수했다.
▲ 담수로 잠긴 고마나루 얼마전 공주보 수문을 닫아 잠겨버린 고마나루. 물떼새 산란기간 이지만 수력발전소 가동을 이유로 담수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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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공주시에 대해서도 "국가하천 금강과 국가 명승 유지 관리의 주체로 공주보 담수에 따른 고마나루 훼손 여부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주보 담수를 반복적으로 요청했다"고 지적했다.

국가유산청장에 대해서는 "공주보 담수가 문화재현상변경 허가 대상임에도 공주시와 환경부의 담수 진행에 대해 중지나 원상회복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아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은 "공주보 담수 전후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고마나루 훼손 사항에 대해 환경부와 공주시에 반복적으로 원상회복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이행하지 않았다"며 "위법을 자행하고 직무를 유기한 책임자들의 엄중 처벌을 요청하며 고발한다"면서 사법부의 현명한 판결을 촉구했다. 

아직도 해야 할 기도… 수문을 열고 강을 흐르게 하라
  
공주보에서 강 자연성 회복을 바라며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 오체투지 중인 활동가들 공주보에서 강 자연성 회복을 바라며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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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시민행동은 수문이 굳게 닫혀 있는 공주보를 찾아 오체투지를 하기도 했다. 그해 9월 환경부는 백제문화제를 핑계로 공주보 수문을 닫아걸더니 행사가 끝이 났음에도 수문을 닫은 채 다시 열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었다.

환경부는 환경단체들의 수문 개방 요구에 "정상 가동되고 있다"는 입장으로 일관했었다. 추운 겨울에도 세 번 걷고 완전히 땅바닥에 엎드려 오체(이미 양 팔꿈치와 두 무릎)를 땅에 닿은 채 기도하는 행동을 반복하면서 금강이 다시 흐르고, 생명이 넘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한 기도는 아직도 '해야 할 기도'의 목록으로 남아 있다.

이날 수문이 닫힌 공주보 상류 금강엔 강물이 그득했지만 공주보 하류는 백제보 수문 개방의 영향으로 모래톱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상반된 강의 모습을 보니 무엇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인지 보여주었다. 수문을 열고 강을 흐르게 해야 하는 것이었다. 생명이 다시 모래톱에 앉아 자기 평화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금강변에 내려온 아이들이 반려동물과 평화롭게 놀고 있다
▲ 금강을 즐기는 반려동물과 아이들 금강변에 내려온 아이들이 반려동물과 평화롭게 놀고 있다
ⓒ 임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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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합니다."

3일, 천막농성장에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과 허재영 전 국가물관리위원장, 염형철 전 국가물관리위원회 간사가 찾아왔다. 둥지페스티벌에 참여한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러 상황이 있었음에도 보 철거를 해내지 못한 것에 대해, 4대강 사업의 망령과 아직도 싸우고 있는 후배들에게 남긴 한 마디였다. 

시민들이 하나둘씩 천막 근처에 둥지를 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둥지는 불의한 권력에 저항하는 둥지다. 생명을 사랑하고 지키고 싶은 사람들이 함께 마음의 텐트를 치기도 한다. 이들의 눈에는 다 보인다. 모두가 흐르는 이 강을 기억할 증인들이다.

흐르는 금강의 뒷배경이 발그레하게 물들고 있다. 금강의 노을이 일품이라는 걸 농성장에 와서야 알았다. 저녁 7시가 넘어서도 20여 명의 사람들이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강변 사랑방이다. 세종보 천막농성장에 오면 사람 새들이 재잘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태그:#금강, #세종보, #공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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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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