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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퍼포먼스아트계성폭력사건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광주퍼포먼스아트계성폭력사건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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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피해자분께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저 또한 가해자의 혐의가 경찰단계에서는 불인정됐지만, 법원에서는 모든 혐의가 기소돼 재판 중에 있습니다. 지난한 싸움이지만 끝까지 살아남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함께 싸울 수 있으니까요. 함께하며 언제나 응원 보내겠습니다." - 광주 연극계 성폭력 사건 당사자의 연대 발언

30일 광주 퍼포먼스아트계 성폭력 사건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가 광주 동부경찰서 앞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퍼포먼스아트계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을 성인지 감수성을 바탕으로 엄중 수사할 것'을 광주 동부경찰서 측에 요구하고 나섰다.

이 사건 피해자는 2022년 광주 모 문화예술 프로젝트 공모사업 선정을 축하하는 회식 자리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가해자는 프로젝트의 총감독이었으며, 피해자는 자신의 성폭력 피해 문제제기가 프로젝트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사건 공론화를 주저했다. 이 과정에서 성별, 직책, 경력, 인적 네트워크를 비롯한 현저한 권력의 차이를 가지고 있던 가해자는 여러 차례에 걸쳐 피해자에게 성폭력 피해를 가했다.

이후 피해자는 관계 기관 등의 도움을 받아 가해자를 수사기관에 고소했다. 그러자 가해자는 피해자 및 피해자의 동료 예술가 등을 명예훼손을 이유로 맞고소했으며, 광주 동부경찰서는 피해자의 고소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후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했다.

대책위는 "이 같은 상황에서도 광주 동부경찰서는 가해자와 그 지지자의 주장을 우선적으로 채택해 사건을 불송치 처리했다"며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체 접촉은 인정하면서도 성폭력은 아니라는 동부서의 불송치 이유서를 보면, 경찰 수사관의 성인지 감수성을 의심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사건 피해는 모두 회식 이후 일어났다"며 "문화예술계에서 회식은 평가나 계획 등의 회의를 하고 업무 협조를 요청하기도 하며, 일과 사람을 소개받는 자리다. 이 사건은 이와 같은 창작 환경의 문제와, 성폭력 피해 고발 후의 낙인과 배제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성차별적이고 위계적인 구조의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가해자는 광주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인적 네트워크를 공고히 해 온 반면, 피해자는 광주에 별다른 연고가 없고 경력 단절로 오랜 기간 문화예술 작업을 하지 못했다"며 "이 때문에 가해자가 총감독으로 있었던 프로젝트는 피해자에게는 관련 경력을 다시 이어가게 될 희망의 초석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문화예술 프로젝트 총감독이 위계로써 여성 예술인에게 성폭력 피해를 가한 사건"이라며 "수사기관은 이번 사건을 성인지 관점에서 엄중히 수사해야 한다.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해 이번 사건에 대한 문화예술계 및 시민사회의 지지와 연대를 요청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대 발언에 나선 광주 연극계 성폭력 사건 해결을 위한 대책위 관계자는 "오늘의 기자회견은 피해자와 연대자의 삶을 건 저항이고 용기"라며 "어느 일방의 말만 듣고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 경찰조사에서 가해자가 한 말도 확인했고 그의 주장에서 많은 의문을 느꼈다. 그렇지만 경찰의 엄중한 조사가 전제되지 않은 탓에 그 진상을 확인하지 못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수사기관은 이 사건 가해자를 엄중히 수사한 후 처벌할 것 ▲이 사건 가해자는 피해자를 향한 악의적 유언비어 유포를 중단하고, 피해자 및 주변인에 대한 처벌불원 의사를 표명할 것을 요구했다.

기자회견 직후 대책위는 이번 사건 불송치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광주 동부경찰서에 제출했다.

태그:#광주퍼포먼스아트계성폭력사건, #광주문화예술계성폭력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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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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